레드벨벳 아이린&슬기, 아슬아슬 평형감각의 균형

입력 2025.06.08 08:53수정 2025.06.08 08:53
두 번째 미니앨범 '틸트(TILT)', 기울기의 미학
레드벨벳 아이린&슬기, 아슬아슬 평형감각의 균형
[서울=뉴시스] 레드벨벳-아이린&슬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6.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슬아슬 평형감각의 균형.

그룹 '레드벨벳' 유닛 '레드벨벳-아이린&슬기(아슬)'의 두 번째 미니앨범 '틸트(TILT)'를 요약하면 이렇다. 인위적인 삶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흔들릴수록 더욱 빛난다는 메시지를 노래했다.

'샤이니', 'NCT 127' 등과 작업한 미치 핸슨(Mich Hansen) 등 해외 작곡가와 문여름·봉은영·김채아·이스란 등 국내 작사가가 중심이 된 동명의 타이틀곡 '틸트'는 사운드·메시지 측면 모두에서 이를 압축하는 묘를 발휘한다.

절제된 R&B 그루브와 강렬한 일렉트로닉 비트는 아이러니한 조화를 이룬다. 그 위에서 "균형이 깨져버린 / 명암 위로 덧그려낸 환상 / 잘려나간 시야 밖을 / 가득 채운 상상 우리가 완성해낸 뉴 마스터피스(New masterpiece) / 어떤 시선에도 / 완벽한 밸런스(Balance)"라는 노랫말이 고르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 승패의 경쟁이 아닌 우리만의 밸런스를 만들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라는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지향점은 이렇게 설득력을 얻는다. 틸트는 '기울다' 외에 '성공을 위한 시도'라는 뜻도 지녔다.

탄탄한 음악, 메시지가 더 힘을 얻는 건 이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아이린, 슬기 두 멤버의 매력이다. 아이린의 K-팝 업계 손꼽히는 화려한 외모는 '도달 불능점'의 아득함을 선사해 오히려 깨질듯한 위태로움을 전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단단함이 숨겨져 있어서 자신이 가진 게 '무용(無用)한 아름다움이 아님'을 증명한다. 슬기는 탄탄한 실력, 몸이 증거하는 성실함과 함께 뇌쇄적인 눈빛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더 애를 태운다.

레드벨벳 아이린&슬기, 아슬아슬 평형감각의 균형
[서울=뉴시스] 레드벨벳-아이린&슬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6.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의 대비되는 보컬 톤과 춤 선은 인생의 기울기를 만들어낸다. 사실 예술은 삶의 불완전함의 굴곡을 드러내는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평형 감각을 갖고 있어도 굴곡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그것이야말로 기울기의 미학이다.

일차함수 y=ax+b는 직선이다. 기울기 a에 따라 직선의 방향이 결정된다. 목표점을 향한 그 방향이 항상 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타고난 환경인 절편 b에 어떤 미지수 x가 주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a라는 노력의 기울기를 통해 승리는 쟁취해나가려는 삶을 살아간다. 방향의 옳고 그름이 아닌 순간 순간의 기울이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이 수식과 레드벨벳 아이린&슬기가 가르쳐준다.

아이린과 슬기는 5년 만에 발매한 이번 유닛 앨범에서 다양한 기울기로 스펙트럼을 넓힌다.

90년대 힙합 R&B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왓츠 유어 프로블럼?(What's Your Problem?)'엔 대세 신인 걸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키오프) 멤버 쥴리의 랩 피처링이 더해졌다. 특히 이 곡엔 그룹 '방탄소년단'(BTS) 프로듀서로 유명한 피독(Pdogg·강효원)이 작곡·편곡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레드벨벳 아이린&슬기, 아슬아슬 평형감각의 균형
[서울=뉴시스] 레드벨벳-아이린&슬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5.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R&B 팝 댄스 곡 '이리지스터블(Irresistible)'은 아이린과 슬기의 당당한 매력을 사랑스럽게 풀어낸 곡이다.

히트 메이커 켄지(KENZIE·김연정)와 스웨덴 프로듀싱팀 '문샤인(Moonshine)'이 협업한 팝 댄스 곡 '걸 넥스트 도어(Girl Next Door)'는 특히 더욱 제대로 조명해야 하는 곡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인 SMP의 아련하면서도 강단 넘치는 버전이라 할 만한 이 곡은 "세상에 던져진 / 네 존재 자체로 / 그거면 됐어"라고 노래하는 이 시대의 소녀들을 위한 근사한 응원가다. '트램펄린(Trampoline)'과 '헤븐(Heaven)'은 몽환적 R&B 팝 댄스 곡의 색다른 여운을 넓힌다.


레드벨벳 아이린&슬기는 일직선의 힘센 주장들 속에서, 또 늘 균형이 맞지 않는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도 기울기가 있는 작은 승리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건 세상엔 단호함이 없다는, 기울기 위를 당당히 걸어가는 결기 어린 단호함이다. 아슬아슬 평형감각은 세상을 아는 거 같아서 이렇게 더 안정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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