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면, 이 증상이 위장 및 췌장과 관련한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응급의학 전문의인 마이클 므로진스키 박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체내에 해로운 수준으로 축적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장기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므로진스키 박사는 "이 물질은 위, 식도, 췌장 등 상부 위장관 장기에 매우 해롭다"며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붉어지면 위암, 식도암, 심지어 췌장암과 같은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아세트알데히드 수치가 높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얼굴이 붉어진다. 이어 두통과 메스꺼움이 생기며, 심박수가 증가하는 등 여러 숙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전학 전문가이자 영양전문가인 이아니스 마브로마티스 박사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술을 마신 직후 시작되며, 얼굴이 붉어지고 열감, 두통, 어지러움이 동반된다"며 "더 심한 경우 메스꺼움, 구토, 심계항진, 호흡곤란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얼굴 붉어지는 반응은 유전적 요인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반응은 유전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반응을 예방하는 능력은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기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 같은 반응은 주로 아시아인에게서 관찰되는 유전적 변이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돕는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 결핍과 관련이 있다. 해당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알코올의 독성 부산물이 체내에 쌓이게 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DNA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대장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구강암, 후두암 등 다양한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므로진스키 박사는 술을 마실 때 얼굴이 붉어지고, 유전적으로 암 위험이 높은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음주 습관을 돌아볼 것을 권했다.
영양전문가 "증류주는 알코올 농도 높아 증상 악화" 우려
아울러 영양전문가인 이사벨라 라모스는 보드카, 위스키, 럼과 같은 증류주는 알코올 농도가 높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와인과 맥주, 특히 레드와인과 일부 수제맥주처럼 발효 부산물(콘제너)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술 또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증상이 심한 사람의 경우, 술을 마실 때 무알코올 음료나 탄산수와 섞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