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었다’ 법원 판단에 인도 누리꾼 분노…성범죄와 결혼 논쟁

입력 2025.05.30 01:01수정 2025.05.30 08:38
‘사랑이었다’ 법원 판단에 인도 누리꾼 분노…성범죄와 결혼 논쟁
[콜카타=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인도 콜카타에서 한 여성 활동가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 기념집회를 이끌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유엔이 1999년 지정한 국제기념일이다. 2024.11.26.

[서울=뉴시스]김윤혁 인턴 기자 =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인도 남성이 성인이 된 피해자와 결혼하겠다며 보석을 신청하자 법원이 이를 허가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 오디샤주 고등법원은 2023년 아동성범죄보호법으로 수감된 A(26)씨에게 임시 보석을 허가했다.

2019년 A씨는 당시 16세였던 피해자 B(22)씨와 결혼을 약속한 뒤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이후 B씨는 2020년과 2022년에 두 차례 임신했으나, A씨는 모두 임신 중절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A씨는 2023년,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적 학대와 착취로부터 보호하는 아동성범죄보호법(POCSO)에 따라 구속됐다.

그러나 최근 A씨는 "양측 가족이 결혼에 합의했고 석방 즉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며 법원에 임시 보석을 신청했고, 오디샤주 고등법원은 두 사람의 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였다고 판단해 보석을 허가했다.

산지브 쿠마르 파니그라히 판사는 26일 판결문에서 "법적으로는 중대한 혐의지만 두 당사자 간 나이가 매우 가깝고, 사건이 개인적 유대가 있는 합의된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또 "화해 가능성과 가족 간 합의, 그리고 양측의 미래를 고려할 때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시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현지 누리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누리꾼들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해 감옥을 피하려고 한다. 법은 이런 위선을 간파해 범죄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사랑 여부와 상관없이 범죄다"며 분노했다.
"법원이 범인이 피해자를 다시 성폭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 인도 정부는 지난해 10월, 결혼 내 강간을 범죄화하자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해당 조치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면서 "남성이 아내에게 성관계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며, 기존 법으로도 기혼 성폭력은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imy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