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당신 때문에.." 반복된 항의 민원에 숨진 교사

입력 2025.05.23 09:24수정 2025.05.23 10:08
"아이가 당신 때문에.." 반복된 항의 민원에 숨진 교사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제주지역 중학교에서 사망한 교사가 생전 한 학생의 가족으로부터 반복적인 항의성 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0시 46분쯤 제주시의 한 중학교 본관 뒤편 창고에서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21일) 저녁 시간대에 집을 나서 학교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부인이 학교 교무실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를 발견한 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해당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으며, 최근 한 학생의 가족으로부터 수차례 항의성 민원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학교 관계자에게도 이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한 학생이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는 등 일탈 행위로 지도받은 이후 학생의 가족이 A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지속적인 항의를 한 것으로 전달받았다"며 "민원 내용은 '아이가 A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왜 폭언을 했냐' 등이었다"고 밝혔다.

민원인은 학교에 직접 찾아와 항의하고, 교육청에도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안타깝게 생을 달리하신 교사를 애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고통을 견뎌오셨는지는 우리가 함부로 다 헤아릴 수 없다"며 "교사는 묵묵히 교실을 지키고 학생의 삶을 품고자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길의 끝에서 한 교사가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라고 애도했다.

또 "고인을 둘러싼 교육적 갈등과 심리적 부담이 어떤 상황에서 벌어졌는지 차분히 밝혀달라"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제주도교육청은 현재 해당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정서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며,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장 정황과 유서 등을 토대로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헌신을 다 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을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며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만 하는 유가족 여러분들에게도 삼가 조의를 표하며, 같이 생활해 온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도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다시는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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