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세를 일기로 9일 별세한 방송인 이상용은 한국의 '영원한 뽀빠이'로 통한다. 원작의 뽀빠이는 "살려줘요, 뽀빠이~"를 외치는 올리브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여줬는데, '한국의 뽀빠이' 이상용은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 특별했다.
1970년대 중반 KBS TV 어린이 노래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로 어린이들의 우상이 됐다. 당시 심장병에 걸린 한 어린이의 부모가 아이와 함께 그런 이상용을 찾아가 수술비가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당시 사당동 650만원 전세에 살고 있던 이상용은 수술비 1800만원을 쾌척했다. 명동 세 야간 업소의 진행자로 출연하기로 하고 석 달치 봉급을 선불로 받아 수술비를 댔다. 이후 수술을 받은 부친이 뽀빠이가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고 방송에서 밝히면서, 전국의 심장병 어린이가 그에게 모여들었다.
이를 거절하기 힘들어한 이상용은 결국 한국어린이보호회를 만들어 한 명씩 수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켜 1987년 국민훈장 동백상, 가톨릭봉사대상 등을 받았다. 그가 수술을 시켜준 어린이는 약 600명이었다.
그런데 1996년 11월 이상용에게 전쟁과 같은 날이 일어났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난 것이었다. 이 오보로 이상용은 방송에서 퇴출됐다.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이 났으나, 이를 알아주는 이들이 드물었다.
이 사건으로 심신이 지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추기경이 그에게 전한 "눈이 덮였으니 쓸지 말고 떠나라. 봄이 오면 눈이 녹고 너는 나타나느니라"는 말을 새기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하루 13시간씩 관광버스 안내원을 하는 등 고생을 했다. 동시에 남 돕는 일은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용은 지난 2023년 TV조선 시사·교양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ROTC 후배인 김홍신 작가와 만나 '후원금 횡령 루머'에 시달렸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이상용이)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사연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심장병 어린이들을 수술시켜 주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는데… 갑자기 모함에 시달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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