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동물원이냐"…노동자 배경으로 사진 찍은 여성 정체

입력 2025.05.08 10:27수정 2025.05.08 15:39
네티즌들 "생계 위해 존엄성까지 희생한 노동자의 잔인한 사진" 비판
"인간 동물원이냐"…노동자 배경으로 사진 찍은 여성 정체
태국의 기업 임원이자 정치인인 수와디 푼트파니치가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파이낸셜뉴스] 태국의 한 기업 임원이자 정치인이 창문 너머로 공장 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배경 삼아 카페에서 고급 음식을 즐기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됐다.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은 이 광경을 '인간 동물원'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일 태국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상타이 당원이자 톤부리 헬스케어 그룹의 전무이사인 수와디 푼트파니치가 11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자신의 SNS에 지난달 23일 게재한 사진을 소개했다.

한 유명 카페에서 촬영한 것으로 사진 속 푼트파니치는 카페 의자에 팔을 걸친 채 웃고 있고 그의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음료와 디저트가 놓여 있다.

네티즌들이 주목한 건 푼트파니치 뒤 큰 유리창 너머의 광경이다. 담배 공장 노동자들이 바닥에 앉아 담뱃잎을 분류하는 등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도 사진과 함께 "이 카페는 담뱃잎 분류 공장의 한 구역을 카페로 만들었다. 그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글을 적었다.

이후 해당 게시물에 1만1000건의 댓글이 달렸다. 주로 푼트파니치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카페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간 동물원’ 같다는 지적과 함께 “태국 사회의 완벽한 축소판”이라거나 “눈을 의심했다. 인종과 지위의 차별이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비판이 이어지자 푼트파니치는 “인간 동물원이라는 지적은 얕은 사고방식이다. 그런 지적이 오히려 공장 노동자의 명예를 떨어뜨린다”고 반박했다.

카페 측도 SNS를 통해 "해당 공장은 카페 주인의 가족이 대대로 운영해온 곳이다. 공장 공간 일부를 카페로 개조했으며 담배 공장에 담긴 이야기와 노동자의 작업 모습을 공유하기 위해 유리창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으며 ‘쇼’를 위해 고용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카페 측의 해명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으며 동의 없이 온라인에 게시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적거나 "그들이 공연자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 존엄성까지 희생한 진짜 노동자였다는 점이 더 잔인하다"는 생각을 올리기도 했다.

SCMP는 세계은행의 통계를 인용해 태국의 소득 불평등이 동아시아에서 높은 수준인 점을 짚었다. 지난 2021년 태국의 소득 지니 계수는 43.3%로 심각한 빈부 격차를 보였고 태국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350바트(약 1만5000원) 정도의 최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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