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nct 마크, 이처럼 명민한 스토리텔러

입력 2025.05.07 06:01수정 2025.05.07 06:01
첫 솔로 정규 '더 퍼스트프루트',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nct 마크, 이처럼 명민한 스토리텔러
[서울=뉴시스] NCT 마크.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4.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물, 사건, 배경. 흔히 말하는 이야기의 3요소다.

그룹 '엔시티(NCT)' 마크(26·Mark Lee·이민형)가 데뷔 9년 만에 발매한 첫 솔로 앨범 '더 퍼스트프루트(The Firstfruit)'는 그래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고향 토론토, 첫 이주지 뉴욕, 학창 시절을 보낸 밴쿠버, 아티스트로서 꿈을 실현하는 서울…. 마크의 단단한 기반이 돼 준 네 개의 도시가 이 앨범에서 영상처럼 살아 숨 쉰다.

인물은 소설, 영화 등에서 캐릭터(character)를 뜻한다. 이 캐릭터는 성격 또는 기질과 같다. 챕터를 나누고 공감각적인 입체감을 부여한 이번 마크의 앨범은 영화적 문법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마크 자체가 곧 캐릭터가 되는 셈이다. 실제 대다수의 노랫말도 마크가 지었다.

"알고리즘 타, 네 앞에 도착해 / 나이 99년생이 나와 / 업계를 브레인 슬랩(Brain slap) 탄생"(1999)은 세기의 마지막 해의 토론토를 원점으로 만든다.

"누군 내게 말해 / 너는 도메스틱(Domestic) / 근데 지금 지구 / 반대편이야 어니스틀리(Honestly)"(라이처스(Righteous))는첫 이주지 뉴욕의 불안정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 같은 기운을 품고 단단한 자아를 쇠틀에 찍어낸 듯한 자신감을 각인시킨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nct 마크, 이처럼 명민한 스토리텔러
[서울=뉴시스] NCT 마크.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4.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밴쿠버는 "기다릴게 / 네 생각에 떠올랐어 밴쿠버(Vancouver) / 비로 변한 너를 기다려 오늘 / 순수함이 우산이 되어줬어"('레인쿠버(Raincouver)')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수구초심의 지역이다.

서울에선 "더 록 유 케임 위드 워즈 온 알리바이(The rock you came with was an alibi·네가 가지고 온 돌은 알리바이였어) / 유 앤드 아이 해브 더 세임 디스가이즈(You and I we have the same disguise·너와 나는 같은 변장을 하고 있어) / 회색 긴 캡도 가릴 수 없잖아 / 또 밤이 올 때 같이 캔 위 라이즈 업(Can we rise up·우리 같이 일어설 수 있을까)" 깊숙한 고민이 깔린 운명을 노래한다.

총 13개 트랙이 실린 마크의 이번 음반은 팝, 힙합, 이지 리스닝 등 장르를 넘나든다. 그 가운데 그는 래퍼(마크는 SM엔터테인먼트에 보컬로 합격해 입사했다)로 각인된 자신에 대한 편견을 깨며 팔색조 보컬을 들려준다. 특히 '1999'에서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협업 시너지도 큰 음반이다. 특히 NCT 유닛인 NCT 127과 NCT 드림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해찬과 협업한 '+82 프레신(Pressin)'이 대표적인 예다.

마크가 애플 뮤직 라디오 시리즈 '온 유어 마크(on your MARK)' 등에서 밝힌 에피소드에 따르면, 해찬과 마크는 보컬 피드백을 바로 바로 주고 받았고 평소 NCT 노래와 달리 담당 영역을 정확히 둘로 나눌 수 있는 이 곡에서 더 드라마틱한 시도를 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nct 마크, 이처럼 명민한 스토리텔러
[서울=뉴시스] NCT 마크.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4.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래퍼 이영지와 파괴력 강한 랩을 주고 받은 '프락치', R&B 싱어송라이터 크러쉬가 몽환성을 더한 90년대 R&B에서 영감을 받은 '와칭 TV' 등도 좋은 협업의 예다.

창작진들도 탄탄하다. 작곡가 드레스(dress·김도현)가 트랙들 곳곳에 힘을 보탰고 작곡가 코드쿤스트, 시온(Sion) 등도 함께 했다.

네오(NEO) 프로덕션 A&R 팀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이번 앨범은 이처럼 마크 자전적 이야기의 구심력과 다른 뮤지션들의 공감대인 원심력이 단단하게 맞물린다.

"내 마음은 비행기에 있다(My heart’s on an airplane)"고 노래하는 '저니 머시스(Journey Mercies)'처럼 마크의 여정이 더 특별해진 이유다. 그래서 '맘스 인터루드(Mom’s Interlude)'는 이번 앨범에선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다. 모친이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등 마크의 지금까지 여정에 부모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크의 모친 강승혜 여사가 연주한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에 두 모자의 대화를 얹은 이 트랙은 짧지만 앨범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이 트랙의 작곡 크레디트에도 이름을 올린 강 여사는 마크에게 "네 (앨범) 제목처럼 열매라고 생각해"라며 응원한다. 특히 "오늘 점심 뭐 먹어?"라는 강 여사의 음성으로 끝나는 이 트랙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nct 마크, 이처럼 명민한 스토리텔러
[서울=뉴시스] NCT 마크.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4.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마크는 이번 앨범으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명제를 새삼 증명하는 명민한 스토리텔러가 된다. 이것이 대중음악을 하는 자의 제대로 된 과실이다. 열매는 나눠야 더 커진다. 마지막 트랙 '투 머치(Too much)'에서 "
네 사랑이 너무 과하다는 걸 알아 / 싸워서 지켜낼 가치가 있는 유일한 사랑"이라고 노래하는 것처럼. 마크는 음악으로 자신의 소중한 걸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다.


'1999'의 댄스 챌린지 중 '힙레' 챌린지가 유행하는 것도 그래서 우연은 아니다. 힙레는 규칙이 엄격한 발레와 자유롭게 표현하는 힙합을 합친 춤 형식이다. 유튜브 채널 '디바마을 퀸가비'에서 안무가 겸 댄서 가비의 사단이 마크에게 선물한 이 챌린지는 발레의 형식적인 동작이 마크의 음악에 맞춰 자유로워질 때의 쾌감이 일품이다. "기가 막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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