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최근 해외 남성들이 먼지나 흙이 눈에 들어가는 걸 막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속눈썹을 짧게 자르는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이들이 속눈썹을 자르는 이유는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남성들이 속눈썹을 짧게 자르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속눈썹 자르기에 남성들이 나서기 시작한 건 튀르키예의 한 이발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물을 올리고 난 이후다. 해당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올렸고 이후 유럽과 북미, 뉴질랜드 등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촬영한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CNN은 이 같은 현상을 '남성적 에너지'를 과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연결했다. 길고 윤기 있는 속눈썹은 오랜 세월 여성성을 상징해 왔고 이는 그림이나 소설 등 예술 작품 안에 묘사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5년 연구 자료를 가져와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여성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다는 점을 긴 속눈썹과 연결했다.
최근 미국 내 정치적 분위기가 남성화되면서 일부 남성들이 여성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억누르려 한다고 CNN은 설명했다.
특히 이런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당선된 후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진행한 유권자 인식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전통적 남성성 개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남녀 유권자의 4분의 3 이상은 “현재 ‘남자다움’의 의미가 변질됐고 이 같은 변화는 사회에 좋지 않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남성 유권자의 48%는 “여성이 전통적인 사회적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남성성에 대한 권리를 거침없이 옹호하던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눈썹이나 눈과 관련된 남성적 미의 기준에 갇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TV 토론회에 나선 뒤 풍성한 속눈썹을 위해 아이라이너 화장을 했다는 추측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에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 조지 산토스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밴스는 아이라이너를 사용하지 않는다. 상원의원이 되기 전에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그의 속눈썹이 길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여러분, 어른스러워지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메러디스 존스 브루넬대 젠더학 명예교수는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가 보수적이고 퇴행적으로 갈수록 남녀 두 성별을 더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압력이 커진다”며 “속눈썹은 강력한 이분법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명백히 화장을 하지만, 그의 화장은 자신을 더 그을리고 윤곽이 분명하고 더 남성적인 모습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속눈썹을 자르는 행위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안성형외과 전문의 비키 리는 “속눈썹은 눈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깜빡임 반사를 유도하고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장벽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눈 위의 공기 흐름을 줄여 수분을 유지한다”면서 “속눈썹을 의도적으로 자르거나 다듬으면 잘못 자른 속눈썹의 단면이 안구와 닿아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속눈썹을 자르는 도구가 안구에 상처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