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혜연 유수연 기자 = "처음에 폭발 소리가 났어.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크게 나서 바로 나오니까 좀 있다가 불꽃이 밖으로 보이더라고"
21일 오전 8시 17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총 14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이웃 주민들은 긴박했던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다친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박준희 씨(63·남)는 "아들이랑 119에 신고했는데 전화가 안 된다고 하더라"며 "여자 한 분이 베란다에 앉아 있다가 뛰어내리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모두 뭔가 크게 터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50대 여성 박 모 씨는 "아침에 집에 있는데 도시가스가 펑 하고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며 "안에서 불꽃이 났는데 문이 잠겨서 소방관들이 때려 부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70대 주민은 "처음에는 사다리차가 떨어진 줄 알았다"며 "그러다 '살려주세요!'하는 여자 분 고함이 들렸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김 모 씨는 "처음에 타이어 바퀴 터지는 소리랑 비슷해서 나와 봤는데 8시 30분쯤 빨간 불꽃이 보였다"며 "화재가 난 곳 인근 도로가 애들 등굣길인데 하원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까맣게 그을은 아파트 4층 복도는 밖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였다. 현장은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어 외부인이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맞은편 단지에 모여 있는 주민들은 화재 소식에 다급히 뛰쳐나왔는지 출근 복장을 하고 있거나 슬리퍼, 수면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다.
같은 아파트 건물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 A 씨는 "연기가 올라오길래 12층에서부터 계단으로 내려왔다"며 "놀라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여기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불은 처음"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4층에서 추락해 다친 80대 여성 최 모 씨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90·여)는 "아침에 오며 가며 인사하고 지냈는데 혼자 살고 아들인가 딸인가 (자녀가) 부산에 있다고 하더라"며 "괜찮아지면 다행인데"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 1명이 숨졌고, 4층에서 추락한 70~80대 여성 2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낙상, 연기흡입 등 경상자 4명도 병원으로 옮겨졌다. 단순 연기흡입으로 현장 조치를 받은 인원은 총 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