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은 영화 '결혼 피로연'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첫째 아들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 한 사실을 공개했다.
'결혼 피로연'은 1993년 나온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동성 커플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장 결혼을 계획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작은 대만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였지만, 한국계 미국인 감독인 앤드루 안이 연출을 맡게 되며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손자가 트랜스젠더 여성과 결혼하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할머니를 연기한다.
해당 인터뷰에서 감독인 앤드루 안은 "윤여정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관계의 역학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라며 "영화는 여러모로 그녀에게 매우 개인적인 경험이었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윤여정은 "내 첫째 아들이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라며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저는 그곳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열어줬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아직 비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왔다"라며 "고국에서는 (이 사실을 밝혔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아직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들은 내게 책을 던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한 윤여정은 "이제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고 농담하며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여정의 이 같은 고백은 현재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미국 정신과 전문의 나종호 예일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와 이를 언급하며 "경의를 표한다"고 지지의 의사를 표했다.
나 교수는 자신이 쓴 글에서 "한국에서 가장 용기 있는 연예인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홍석천 씨를 꼽는다, 그가 커밍아웃한 2000년 이후 단 한명의 유명 연예인도 그의 길을 따르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며 "윤여정 씨가 해외매체 버라이아티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동성결혼한 것을 언급했다, 윤여정 씨 말대로 한국 사회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이고, 미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대수냐 싶을 수 있지만, 그 사회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일 수 있음을 잘 알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으로 이민, 두 아들을 낳았으나 1987년에 이혼했다. 이후 '싱글맘'이 된 윤여정은 인터뷰 등을 통해 아들들을 부양하기 위해 배우로 복귀, 고생한 과거를 밝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당시, 윤여정은 시상식 무대에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두 아들이 나에게 일하러 가라고 종용했다, 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일을 받게 됐다"고 밝히며 아들들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내 두 아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나는 싱글맘이 됐고 그 이후 정말 배우가 된 것 같다"며 "우연히 배우가 됐는데 영화 데뷔작 '화녀'(1971)를 통해 명성을 얻었고 당시에는 정말 내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결혼과 이혼을 한 후 싱글맘이 됐는데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든 다 했다, 두 아들 덕분에 이 같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눈길을 끌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평소에도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한 번 허심탄회하게 가족의 이슈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고 발언한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