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각) 외신 페이지식스에 따르면 샌타페이 카운터 보안관 사무소는 진 헤크먼의 집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집에는 수많은 소지품이 어수선하게 쌓여 있었고, 욕실 변기통에 대변과 소변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 침실 하나에서는 피가 묻은 베개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 베스티 아라카와는 한타바이러스로 일주일 가량 먼저 사망했으며, 이후 해크먼은 집에서 혼자 머물다 심장질환으로 숨졌다.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아내의 사망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을 통해 사람의 호흡기로 전파돼 치명적인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진 해크먼은 지난 2월 26일 미국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에 있는 자택에서 피아니스트인 아내 아라카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진 해크먼은 향년 95세, 아내 아라카와는 65세다.
두 사람은 보안관들이 집을 방문했을 때 반려견 한 마리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보안관실에서는 "범죄혐의가 의심되지는 않는다"고 발표했으며 사인과 관련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시신은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두 명의 노동자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아라카와는 욕실 바닥에 누운 채로, 해크먼은 부엌 옆에 있는 청소실에서 발견됐다.
해크먼의 심장박동 조정기는 지난 17일 작동을 멈춘 기록이 확인, 26일 발견 당시까지 9일간 시신이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집에 강제로 침입했거나 물건을 뒤진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1930년생인 진 해크먼은 노동자 계급의 인물도, 상류층 인물도 자유자재로 연기했던 연기파 배우다. 알 파치노,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드 니로 등과 함께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배우로 여겨진다. 1967년 '보니와 클라이드'로 데뷔한 그는 영화 '프렌치 커넥션'(1971)에서 연기한 지미 포파이 도일 캐릭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프렌치 커넥션'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진 해크먼은 이후에도 '언더 파이어' '나이트 무브' '미시시피 버닝' '슈퍼맨' 시리즈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아카데미 후보에 네 번이나 지명됐다. 또한 90년대에는 메릴 스트립과 영화 '헐리웃 스토리', 톰 크루즈와 '야망의 함정', 덴젤 워싱턴과 '크림슨 타이드' 등에서 압도적인 연기로 주목받았다. 1993년, 진 해크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생애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그는 수중 고고학자 다니엘 레니한과 '웨이크 오브 더 페르디도 스타'(1999) '저스티스 포 넌'(2004) '에스케이프 프롬 앤더슨빌'(2008)이라는 세 권의 소설을 남겼다. 또한 2011년에는 '페이백 앳 모닝 피크'(2011)라는 소설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