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지인가요?".. 산불 이재민이 두 번 울린 '쓰레기 구호품'

입력 2025.04.09 09:14수정 2025.04.09 15:00
전국 곳곳서 도움의 손길 보내왔지만
일부는 사용할 수 없는 옷·물건 보내
"그것도 착불로 발송...70만원 냈어요"
"우리가 거지인가요?".. 산불 이재민이 두 번 울린 '쓰레기 구호품'
/사진=SBS

[파이낸셜뉴스] "쓰레기로 버리는 그런 것들을 보내줬어요. 진짜 눈물이 나고 속이 상해요."

8일 SBS 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 영남 지역을 휩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손길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구호품으로 쓸 수 없는 물건들을 보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착불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최근 청송 국민체육센터로 기부 물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재민에게 당장 필요한 옷부터 김치와 휴지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차마 사용하기 힘든 물품들도 많았다. 옷들은 낡아 해지거나 보풀이 펴 있고, 이불은 먼지가 가득 묻어있었다.

국자는 까만 기름때로 가득하고, 프라이팬은 코팅이 벗겨져 사용할 수도 없다.

이재민들은 "도와주는 마음은 좋은데 우리가 뭐 거지도 아니고..."라며 씁쓸해했다.

경북 북부지역 산불 이후 청송군으로 모인 구호품 가운데 지금까지 못 쓰고 버려진 양만 무려 11톤, 처리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가운데 청송군의 한 비영리단체 앞으로 헌 옷 상자들이 착불로 배송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쓰레기로 버리는 그런 것들을 보내줬다. 진짜 눈물이 나고 속이 상한다.
전부 다 착불로 보내 착불비가 우리 기관에서 70만원 넘는 돈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경북 북부지역 산불로 피해를 입은 다른 지역 주민 대피소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9년 강원도 대형 산불 당시에도 기부된 헌 옷 53톤 가운데 30톤이 버려지기도 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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