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취업준비생 대상 성 비위 의혹을 받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30대 남성 A 씨의 피해자가 수십 명에 달하며 대부분 남성인 것으로 31일 뉴스1 취재 결과 파악됐다.
아울러 A 씨는 성 비위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취준생을 대상으로 수차례 협박·갑질을 행사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신분상 조치'를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A 씨에 대한 사측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자로 일하다 철도공기업으로 전직을 준비하던 피해자 B 씨(31·남). B 씨는 지난 25일 입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기출문제 등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A 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를 발견했다. 블로그 소개 글에는 '한국교통대학교 철도대학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 졸업, 현 철도 기관사 현직자'라고 적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도공기업 철도기관사 입사 지원 자격이 변경되면서 철도차량면허증이 필수가 됐다. 철도면허 취득하려면 운전교육훈련기관에서 680시간 교육 등을 이수해야 하는데 교육기관 입교를 위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B 씨는 3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철도쪽은 기출문제 이런 게 아예 없어서 어떻게 자료를 구하지 하다가 블로그를 보게 됐다"며 "공부해야 할게 많으니까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방향성을 듣고 싶어서 개인정보를 적고 무료 상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상담 신청란에 카카오톡 보이스톡(일반통화)과 페이스톡(영상통화)을 선택하는 게 있어서 보이스톡을 신청했지만 A 씨는 페이스톡으로 전화했다. A 씨는 본인 얼굴은 가린 채 B 씨의 얼굴은 가리지 말도록 했다. B 씨는 그렇게 자신의 얼굴만 공개한 채로 1시간 20분간 대화를 시작했다.
화장실로 가서 위아래 옷 다 벗고
B 씨는 "A 씨가 처음에는 나이 이야기를 엄청 하면서 자존감 깎아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쓴소리도 해줄까요 하더니 갑자기 화장실로 가서 위아래 옷 다 벗고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찬물로 물을 뿌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 씨는 이 말을 듣고 "순간 N번방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시험이 앞으로 많이 남았는데 기출문제를 구할 데가 없다 보니 너무 열이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며 자책했다.
B 씨는 이 사건 이후 지난 28일 온라인 철도업계 커뮤니티 '드림레일'에 자신과 비슷한 피해자를 모집했다. 이날까지 3일간 연락 온 피해자만 30~40명, 모두 남성이었다. B 씨는 "여성 피해자도 있다고 들었는데 연락 오신 분은 없었다"며 "피해자분들 가운데 소극적인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B 씨 등 피해자 측은 증거 자료를 확보해 서교공 측에 제출한 상태다. B 씨는 "일전에도 A 씨 관련해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두어번 있었는데 경징계를 받고 넘어갔다고 들었다"며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어서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내부에서는 이미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드림레일 익명 게시판에는 A 씨 관련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작성자 '현직'은 "ㅅㄱㄱ(서교공) 현직인데"라는 제하의 글에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벌금형이든, 전과로 남든 적어도 교수만큼은 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현직자 C 씨는 뉴스1에 "1년 전에도 A 씨 행각이 사내 부조리센터(감사실)에 제보된 적 있다"며 "당시 감사실에서는 '사실을 인지하고 신분상 조처를 했다'고 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C 씨 역시 취업준비생이던 3년 전쯤 A 씨 블로그를 처음 접했다. C 씨는 "A 씨가 철도 자격증 관련해 국내 최고,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사람"이라며 "당시 저한테는 무릎 꿇거나 나체 사진을 보내라고 하지는 않고 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C 씨는 "A 씨가 지속적으로 피해자들을 그루밍(길들이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다음 회차 시험 준비를 위해 갑자기 블로그에 댓글을 달라고 피해자들을 집합 시킨다거나, 시험 본 후기를 복원해서 보내지 않으면 다음 정보는 주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그는 이번 사건 피해자가 최소 20명 이상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서교공 측은 자사 직원이 SNS를 통해 기출문제를 제공해 주겠다며 성 비위를 저질렀다는 다수의 피해자 증언을 파악하고 자체 조사에 나선 뒤 지난 27일자로 A 씨를 직위해제했다.
공사 측은 피해자 진술에 대해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구체적 혐의가 확인될 경우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도 지난 28일 시민단체가 직권남용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고발한 내역을 접수해 확인 중이다.
한편, A 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블로그는 현재 접근이 불가한 상태다. 뉴스1은 A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