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후 방화까지 저지른 70대 노인, 알고보니..

입력 2025.03.30 06:31수정 2025.03.30 07:37
살인 후 방화까지 저지른 70대 노인,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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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나이도 어린놈이"

이 말을 듣고 화가 난 A 씨(70대)가 갑자기 탁자에 있던 볼펜을 집어 들고는 마주 앉아있던 B 씨(70대)의 목을 찔렀다.

B 씨가 격렬히 저항하며 달려들자 격분한 A 씨는 살해 충동을 느꼈다. A 씨는 B 씨를 넘어뜨린 다음 볼펜으로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힘껏 찔렀다. 이성을 잃었던 A 씨는 주변에 있던 철제 소화기도 들어 B 씨에게 여러 차례 내려쳤다. 결국 B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그렇게 둘의 악연은 '살인'이란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이들에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둘은 2023년 7월 경남의 한 노인회 모임에서 만났다. 10여년 전부터 노인회에서 활동하던 A 씨는 B 씨가 같은 노인회에 가입하면서 그를 알게 됐다.

이들이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된 건 지난해 4월 노인회 회장 선거 때부터다.

당시 A 씨는 전임 회장의 추천으로 노인회 회장 선거에 나서게 됐다. B 씨도 회원의 추천을 받아 회장 선거에 나섰으나 가입 기간이 짧다는 이의가 제기되면서 입후보하지 못했다.

B 씨는 자기를 대신해 다른 후보를 내세웠지만, 전임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출마한 A 씨를 이기지 못했다.

선거는 마무리됐지만 선거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A 씨의 노인회 운영은 순탄하지 않았다. 선거 패배에 불만을 가진 반대 진영에서 전임 집행부의 회계 문제를 들고 일어나면서 선거 후유증이 발생했다. A 씨를 지지하지 않았던 회원들이 모임에도 불참하면서 양분화된 노인회에는 분쟁이 계속됐다.

A 씨는 이대로는 노인회 운영이 안 되겠다 싶어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B 씨가 반대 진영의 중심이라 생각해 지난해 5월 늦은 밤 B 씨의 집을 무작정 찾아갔다.

그러나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둘의 대화는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B 씨가 대화 중 '당신'이라고 호칭한 데 대해 A 씨가 화를 내면서 말다툼이 시작됐고, 결국 고성이 오가다 A 씨가 B 씨를 살해했다.

A 씨는 현장에서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A 씨는 B 씨의 집에 불도 질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사건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B 씨와 함께 죽으려고 불을 냈다. 다행히 불은 출동한 소방에 의해 탁자와 벽면 일부만 태우고 꺼졌다.

살인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지난해 8월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로부터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매우 무자비하고 잔혹하게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후 구호 조치하지 않고 방화까지 한 점,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범행이 우발적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에 대해 A 씨와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A 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일주일 뒤 스스로 취하해 지난해 12월 징역 17년 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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