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균형 잡힌 와인 닮은 라이브의 황제 [정덕현의 페르소나K]](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4/202503140701122599_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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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K-컬처'는 이제 '글로벌 문화'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K-팝', 'K-드라마', 'K-예능', 'K-무비' 등은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뉴스1은 지구촌 전역에서 주목 받고 있는 'K-엔터테인먼트'의 주역들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가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정덕현의 페르소나K] 코너를 마련, 독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가수'란 노래 부르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가수의 의미는 많이 달라졌다. 춤을 추거나 예능을 통해 활동하기도 하고 때론 배우 같은 다른 영역으로 가는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하기도 한다. 또 음원의 시대가 열리면서 노래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이나 관점도 달라졌다. 너무 쉽게 음악을 접하기에 그 가치가 과거만큼 소중하게 여겨지지는 않지만, 대신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와 늘 우리 옆에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그 의미 그대로의 '가수'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이승철이다. 가창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 그래서 음원의 시대에 오히려 더 가치가 높아진 무대가 더더욱 어울리는 가수가 바로 이승철이다. '라이브의 황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공연장에 선 이승철의 모습은 우리 시대에 여전히 진정한 의미의 가수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면이 있다. 음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브 무대가 갖는 가치로 기억되는 우리 시대의 페르소나가 바로 이승철이다.
◇ 데뷔 39주년, 이승철은 여전히 공연이 일상
'희야' 같은 명곡이 나왔던 부활 시절부터 록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이승철이라는 인물의 등장을 기억할 게다. 사실 당시만 해도 록이 음악의 전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긴 했다. 해외의 록밴드 음악을 듣던 국내 팬들에게 부활과 이승철의 등장은 굉장한 충격으로 여겨졌던 기억이 있다. 벌써 그때로부터 39년이 흘렀다.
"금방 지나가 버린 것 같아요. 거의 40년이 된 거는 믿어지지도 않고. 특히 제게는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가요. 1년에 공연을 한 30개에서 40개를 (해서) 매년 하거든요. 느낌상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하니까. 토요일에 공연 끝나고 일요일에 쉬었다가 월요일부터 다시 준비하고 뭐 그러다가 보면 다시 금요일. 지방 공연 같으면 전날에 내려가서 리허설하고. 이거를 계속 루틴으로 삼다 보니까 시간이 훅 지나가 버려요."
거의 매주 공연을 한다는 건 하루하루가 공연에 맞춰져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준비하는 시간과 무대에 오르는 시간이 그의 일상이 되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사실 공연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게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이게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전체 스태프들 한 백이십 명 정도가 같이 하는데 이 친구들이 한 2주만 넘어가면 약간 감이 떨어져요.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씩 하면 감도 살아있고 그 상태로 계속 이어나갈 수 있죠. 거의 프로축구 선수들이 시합 뛰는 거랑 같은 느낌이에요. 시합 한두 시간 전에 가서 몸 풀고 딱 하듯이, 매주 하다 보면 저희도 항상 이렇게 살아있는 느낌을 가지고 갈 수 있죠."
말이 쉽지, 일주일에 공연 하나씩을 루틴 삼듯이 한다는 건 관리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가수에게는 몸 관리도, 목 관리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승철의 공연을 보면 늘 한결같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저는 27살 때부터 매니저 없이 혼자 제작하고 소속사 없이 지금까지 왔는데 그래서 열심히 준비한 게 조직력이거든요. 밴드도 지금 다 20년, 25년 됐고, 스타일리스트도 20년, 25년 됐고 저희 직원들은 거의 20년 넘은 팀들이라 그 조직력이 딱 갖춰져 있어요. 뭐 크게 요동치는 일이 별로 없죠. 콘셉트 바뀌면 바뀌는 대로 연습하면 되고 그냥 쭉쭉 가면 돼요. 그래서 공연이 오히려 재밌죠. 수십 곡씩 매번 부르는 게 체력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지만 저희는 무대 올라가면 작두 타거든요. 정말 신바람 나고 신명 나게 하기 때문에 몰입하다 보면 잡생각이 요만큼도 들지 않는 거죠."
◇ 골라 듣는 맛, '더 베스트 라이브 31'
최근에 이승철은 라이브 앨범을 냈다. 제목이 '더 베스트 라이브 31'(The Best Live 31)이다. 농담처럼 유명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의 '31'을 따서 '골라 듣는' 맛이 있는 라이브 앨범이다. 이 앨범의 수익금은 아프리카 리&차드 스쿨(LEE&CHAD SCHOOL)에 기부된다고 한다. 이승철은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차드공화국에 학교를 짓는 일을 오래 해오고 있다.
"제가 아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라이브 앨범을 만들었을 거예요. 또 라이브 실황비디오도 처음 만들었고요. 그때가 1989년도, 90년도 이때였으니까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앨범만큼 라이브 앨범도 꽤 많아요. 공연할 때마다 녹음을 하고, 10주년, 15주년, 20주년, 25주년 이렇게 빅콘서트 할 때마다 실황 콘서트 라이브 투어도 다 찍어 영상으로 만들어 놓고 그랬죠. 이런 게 너무 산재해 있는 것 같아서 이걸 하나로 싹 모아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라이브 앨범으로 만들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앨범 발매를 했죠. 그래서 그 앨범에는 10년 전 라이브도 있고 얼마 전 라이브도 있어요."
이 앨범을 들어보면 이승철이 얼마나 완벽하게 라이브 공연에서 노래를 하는가가 실감 난다. 유튜브 같은 걸 통해 무반주 노래에서조차 빈틈없는 가창력을 보여주는 이승철이지만, 공연 실황에서도 실제 음원하고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빈틈없는 가창력을 들려준다. 특히 이승철은 부활 시절의 다소 거칠었던 스타일에서 솔로 이후에는 부드러운 스타일로의 변모를 보여준 바 있다. 어느 쪽이든 다 가능한 면모들이 공연을 다채롭게 해준다.
"예전에는 까칠함이 좀 같이 보컬에도 들어 있었죠. 까랑까랑하고 공격적이고, 뭐 제가 지금 들어도 놀라기도 하죠. 막 끝없이 올라가고 막 힘이 넘쳐나는 뭐 그런 것들도 있고. 근데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제 목소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너무 얇고 너무 하이톤이라서요. 저는 오히려 로니 제임스 디오나 데이비드 커버데일 같은 두꺼운 보컬들, 우리나라에서는 임재범 씨 목소리를 참 좋아했어요. 그러다 솔로로 데뷔하면서 저만의 음악색깔과 창법을 찾다 보니까 까랑까랑하지 않고 힘을 좀 빼고 편안하게 올라가는 스타일로 부르게 됐죠. 장르에 따라서 재즈 할 때라든지 그럴 때는 가성, 반가성, 진성 이런 것들을 다양하게 쓰다 보니 저만의 '보컬창고'에 좀 적립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록에서 팝으로 넘어간 이승철의 음악세계
사실 초창기 부활을 좋아했고 록에만 깊이 빠져 있던 분들은 이승철이 솔로로 나와 한껏 부드러워지고 또 다양한 장르들을 소화하는 것에 놀라기도 했었다.
"사실 저는 록 보컬은 아니라고 많이 말하곤 했는데요. 굳이 따지면 록 발라드 정도지, 김종서 씨나 임재범 씨 같은 록 보컬은 아니었고 저는 팝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중적인 보컬 쪽으로 저는 더 연구를 많이 했고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필이 느껴지는 스팅 같은 재즈 보컬리스트들을 더 많이 좋아했어요. 물론 예전에는 음악이 록밖에 없다고 생각됐던 시절이 있었죠. 김현식 선배도 록이셨고 조용필 형님도 록이셨고 다 록이었어요. 특히 그룹은 다 록이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솔로를 하면서 여러 음악적 장르들을 접해본 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오늘도 난'이란 노래를 발표하면서 록 팬의 반을 잃고 전 국민을 얻었지만.(웃음)"
실로 이승철의 공연은 다채롭다. 록적인 곡에서부터 발라드, 재즈, 댄스까지 모두가 망라되어 있는 느낌이다.
"후배 가수들이 제게 제일 부러워하는 점이 여러 장르의 히트곡이 있다는 점이더라고요. 그게 공연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공연이 단조롭지 않고 구성이 참 좋다는 걸 저 스스로도 좀 뿌듯하게 생각하게 돼요. '마이 러브'(My Love) 같이 미드템포의 밝은 노래가 있고, 중간쯤에 분위기 잡을 때는 '잠도 오지 않는 밤에'서부터 '풍경화 속의 거리' 같은 재즈도 있고, 좀 신날 때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같은 곡도 있고, 그러다가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같이 웅장하게 1부를 끝내고 2부 시작할 때는 '희야'로 문을 열기도 하죠.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마지막에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이렇게 가는 구성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여러 장르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록 공연을 가도 거칠게 몰아붙이는 분위기에서 딱 한 번 나오는 발라드가 오히려 더 몰입되는 경우가 있다. 이승철의 공연은 그 강약이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건 그의 달라진 보컬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거칠게 불렀던 록 보컬 스타일에서 부드러운 실크처럼 부르는 팝 보컬까지 오가는 영역의 확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초창기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최근 공연에서 다시 부른 걸 비교해 들으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같은 '말리꽃'이라도 발표했을 때와 지금의 '말리꽃'은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키는 같고 옥타브도 똑같은데 느낌은 다르죠. 그래서 이런 부분이 제가 사실 후배들한테 좀 레슨을 해주고 싶은 것들이에요. 이게 테크니컬한 것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좀 필요해요. 뭐냐 하면 어차피 자기 음역대에 있는 음인데 높은음만 가면 힘을 딱 주고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시작하잖아요. 그러면 몸에 힘이 들어가죠. 대부분의 가수들이 많이 그런데 그럴 필요 없거든요. 또 코드에서 이루어지는 멜로디기 때문에 편안하게 그냥 코드에 그물코 걸듯이 부드럽게 연결하게 해주면 되는데, 그런 부분들을 조금만 리마인드 시켜줘도 노래가 확 달라지거든요."
◇ '슈퍼스타K'의 강렬함과는 다른 부드러움
그는 자신의 음악적 경험을 통해 실제로 트레이닝을 해줄 수 있는 멘토이기도 하다. 특히 '슈퍼스타K'에서의 심사위원으로서 그가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그때는 사실 초창기 오디션이었고, 참가자들 중에는 아마추어에서 조금 노래 잘하신다는 분들이 프로페셔널 한 친구들을 무시하는 그런 후보들이 나오기도 했죠. 근데 저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아마추어에서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프로에서 제일 노래 못하는 사람보다는 못한다고요. 무대에 올라가서 딱 봤을 때는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그런 부분들에 조금 일침을 놓고 싶었고, 사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좀 세게 편집해 놓으니까 강한 인상이 좀 있었죠."
이때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터라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그 인상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이승철의 모습은 어딘가 한껏 부드러운 인상이다. 거친 면들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부드러워진 그런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자기관리는 철저한 느낌인데 그건 앞서도 말했듯 매주 공연하는 일정과 연관이 있었다.
"저는 운동은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골프, 스키, 등산도 좋아하고 헬스도 좋아하죠. 그렇게 해야지 공연 때 좀 편안하기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해요. 사실 공연이 큰 것 같아요. 만약에 공연이 없으면 오히려 살도 찌고 퍼질 수 있죠.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저는 사실 은퇴라는 단어를 개인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왜냐하면 죽을 때까지 노래하는 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인 면에서 건강함을 지킬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라이브의 황제'라고 불린다. 그만큼 라이브에 진심이고 무대에 진심이라는 뜻일게다.
"그거참 표현이…. 그런 건 제가 만드는 게 아니라 기자님들이 만드시는 거잖아요. '위대한 탄생'도 있으니 '라이브 황제' 같은 말을 만들어주신 거 같은데 사실 저희 밴드 이름이 '황제'이긴 해요. 자기네들이 황제로 지었더라고요. 지금 사실 가수가 본인의 밴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죠. 그런 면에서는 좀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 음원의 시대, 이승철이 생각하는 라이브의 힘이란
이른바 음원의 시대다.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어쩌면 음악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과거에 음악을 들으려면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그날 나오는 판을 사서 집에 와 턴테이블에 얹어 듣는 과정 자체에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 속에 음악이 일상으로 들어와 있지만 그만한 설렘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공연을 통한 관객과의 접점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이승철에게 라이브는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19 때 성북동의 유명한 재즈 카페에서 콘서트를 했어요. 한 오십 명 정도 객석에 관객들 모셔놓고 레트로 분위기로. 그때 밴드하고 같이 해서 앨범을 냈는데 LP로 만들었죠. 그 감성이 너무 그리워서였어요. 요즘은 인트로 듣다가도 스킵해버리기도 하잖아요. 음악이 다소 소모적으로 흐르는 면이 있죠. 예전에는 LP 사다가 가사도 보고, 사진도 보고, 누가 만들었나 확인하고, 또 그대로 마이마이에 옮겨서 듣고…음악에 대한 시간을 많이 쏟았었죠. 음악이 주는 그런 감성을 많이 흡수하고 그랬는데 그런 게 점점 없어지니까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이승철은 방송 활동보다는 콘서트가 주 활동무대다. 콘서트를 통해 직접 관객과 계속 소통하는, 어찌 보면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건 그가 가수라는 본질에 가깝게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일 게다. 그에게 라이브란 어떤 의미일까를 물었다.
"유명한 셰프가 자기 음식을 편의점에 파는 거와 자기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의 차이겠죠. 직접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건 편의점에서 많은 분들이 그냥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거죠. 그러니까 라이브는 말 그대로 정말 살아있는 것이고 생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음악에서는 가장 중요한 100%라고 생각해요."
◇ 라이브에서만의 경험을 위해 서라운드 음향 구현
그에게 가장 중요한 100%인 라이브를 준비하는 마음이 궁금했다. 그가 콘서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무조건 제 컨디션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기 걸리고 그래서 공연도 몇 번 취소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럴 때 그런 생각을 해요. 노래를 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무기력할 수가 없어요. 공연 취소하고 그러면 속상하고 팬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래서 컨디션이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정말로 돈 아깝지 않은 라이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건데,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서 요새는 서라운드로 콘서트를 해요. 최근에는 전국의 예술회관에서 공연을 많이 하거든요. 보통 2000석에서 3000석 정도 중극장 규모인데 극장은 보통 라지 스피커 2개가 달려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120개를 달아요. 그래서 콘서트장에 오면 영화관 서라운드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죠."
그는 현재 '오케스트락' 공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해서 2026년까지 총 100회 공연이다. 현재 40개로 시리즈1이 끝나서 시리즈2가 이어지고 있고 내년에는 시리즈3까지 간다고 한다. 지방은 물론이고 월드투어까지 계획된 '오케스트락'의 콘셉트가 궁금했다.
"가장 큰 콘셉트는 오케스트라 록이에요. 그래서 록 밴드와 오케스트라하고 조합을 하는데 여기에 아까 말씀드린 플라잉 사운드 시스템이라고 저희가 새로 개발한 시스템을 적용했죠. 영화관처럼 서라운드의 콘서트를 제공하는 거예요. 예술회관 공연장 사이즈에 체조 경기장 물량의 스피커가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막 이렇게 음이 날아다니는데 라이브에서는 아마 세계 최초일걸요?"
이제 디지털 시대에 영화도 집에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관에 가는 이유는 거기서만 느낄 수 있는 체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공연에도 그런 걸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이 놀랐다.
"좀 부르주아 같은 공연인데 돈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팬들의 만족감도 높아지죠. 저는 공연 끝나고 '3층에 소리가 잘 안 들렸다' '노래가 작았다' 뭐 이런 이야기가 제일 속상하거든요. 그걸 어떻게 해결할까. 어떻게 하면 전체 관객들을 다 100% 만족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스피커를 점점 설치하게 됐어요. 그러다 차라리 서라운드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게 이제 십 년째 됐어요."
사실 공연장은 K팝이라는 말이 나오는 현재에 우리에게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음악 전용 공연장이 많지가 않아 음향 시스템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러니 공연하는 가수들 입장에서 어찌 아쉬움이 없을까.
"그만큼 제작비를 더 많이 투자해야 되는데 사실 공연 관람비가 우리나라가 그렇게 비싼 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다 충족시켜 드리지 못하는데 저희 같은 가수는 이제 돈을 떠나서 일단은 퀄리티에 더 신경을 써야 될 연륜이잖아요. 많은 팬들이 저를 키워주셨으니 제가 보답하는 차원에서 팬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 이승철이 꿈꾸는 싱어송라이터 K팝
최근에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전 세계 작곡가들이 30, 40명씩 모여 이른바 '송캠프' 방식으로 작곡을 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들에 대해서 이승철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글로벌로 가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고 여러 문화를 다 아우르려고 하면 여러 명의 생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는 것도 나쁘지 않죠. 하지만 한 편에서는 싱어송라이터들도 있어요. 저도 그쪽에 가까운데, 작곡가들하고 같이 작업하고 노래 부르면서 멜로디 좀 바꾸고 가사도 제가 쓰고 뭐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죠."
이승철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들을 만들고 내놨지만 개인적으로는 초창기에 박광현과 함께했던 재즈, 블루스 느낌의 곡들을 좋아한다. 이승철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할까.
"그런 음악들 너무 좋죠. 근데 이제 조금 저는 사랑 얘기도 좋지만 마음이 치유되는 노래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 또 요즘은 후배 양성도 좀 시작을 했고요. 회사에서 조직력 있게 구조를 좀 짜서 제 음악과 더불어 후배들을 양성해 보려고 해요. 저도 그랬듯이 솔로 위주로 후배들을 키워보려고 하는데요, 저는 향후 5년 안에 한국의 싱어송라이터가 그래미에 가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친구들은 영어나 일본어 같은 언어 문제가 별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익숙하고 능숙한 면이 있어요. 음악 같은 문화에는 언어가 중요한데 지금은 언어가 해결된 시대이고 K팝도 이렇게 주목받고 있죠. 또 요즘 13살, 14살짜리 친구들 중에는 천재들도 많아요. 악기 한두 개는 그냥 기본이고 몸 자체도 달라져서 발성 자체도 다르죠. 지금 싱어송라이터들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체구 자체가 달라요. 지금은 아이돌들이 K팝을 이끌고 있지만 에드 시런이나 찰리 푸스 같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이제 앞으로 한국에서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 그런 후배 양성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모타운 레코드 같은 걸 꿈꾼다는 이승철. 그것이 꿈만은 아니라고 느껴지는 건 여전히 라이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이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역시 라이브의 완성은 관객과의 호흡이 아닐 수 없다.
"임영웅이라는 가수가 지금 대한민국 톱가수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굉장히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한 그런 가수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팬 여러분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처럼 앞으로도 저뿐만 아니라 K팝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정말로 K팝에서 K를 뺀 팝으로 우리나라가 우뚝 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게으르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는 이승철이 되겠습니다."
와인 중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와인이 있다. 이런 와인들은 어려서는 탄닌이 너무 강해서 심지어 떫을 정도로 혀를 얼얼하게 만들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강한 떫음이 실크처럼 부드러워지며 단맛, 신맛과 어우러져 균형 잡힌 와인이 되어간다. 이승철이라는 가수가 바로 그런 와인을 닮았다.
* 유튜브 채널 '뉴스1연예TV'에서 관련 영상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