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절제 후 상의 벗고 달리기하는 女 "옷을 입고 달리면.."

입력 2025.03.13 06:47수정 2025.03.13 10:01
악성 종양 유방암으로 양측 유방절제술
여성들 자아 정체성·자존감 영향 미치기도
유방 절제 후 상의 벗고 달리기하는 女 "옷을 입고 달리면.."
유방암을 극복한 한 여성이 유방절제술 후 상의를 벗고 달리기를 하면서 암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는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영국 일간 미러 보도 캡처·루이스 틱톡

[파이낸셜뉴스] 암으로 양측 유방을 절제한 50대 여성이 상의를 벗고 달리기를 하면서 암 환자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있는 사연이 알려졌다.

최근 영국 일간 미러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루이스 버나데트 부처(51세)는 '더 톱리스 러너(The Topless Runner)'로 불리며, 유방암과 유방절제술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첫 유방절제술 후 단 6주 만에 마라톤을 완주했으며, 현재까지 총 5번의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톤 준비하던 중 유방암 진단…"달리기, 힘든 순간마다 날 지켜줘"

루이스는 처음 건강 염려증을 극복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마라톤을 준비하던 중 유방암의 한 유형인 소엽암을 진단받았다. 결국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은 후에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달리기는 힘든 순간마다 나를 지켜준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방절제술 후에도 훈련을 이어가며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도왔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양측 유방절제술 이후 상의 옷을 벗고 달린다. 그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자신의 변화된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상의를 벗고 달리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옷을 입고 달리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가 이렇게 달리는 것이 유방암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2023년 런던 마라톤에서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 중 가장 빠른 마라톤 완주자'로 기네스 세계 기록(Guinness World Record)을 세우기도 했다. 루이스의 활동은 온라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틱톡 영상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수많은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

그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수술의 흔적도 우리의 삶을 증명하는 일부이며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들이다"고 말했다. 한 유방암 환자는 "곧 항암 치료를 시작하는데, 당신의 영상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나도 유방절제술을 받았는데 덕분에 자부심을 느꼈다"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신체 변화로 인해 환자들이 정체성 혼란과 자존감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며,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악성 종양' 유방암 MRI나 초음파 추가로 시행해야

루이스가 앓은 유방암의 한 유형인 소엽암은 유관(젖줄)이 아닌 유방의 소엽(젖샘)에서 발생한다. 소엽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0~15%를 차지한다. 일반적인 침윤성 유관암(IDC)과 달리 암세포가 줄지어 퍼지는 경향이 있다. 유방조직이 단단해지거나 유두 모양이 변형되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이런 특징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고, 유방촬영술(맘모그램)에서 잘 보이지 않아 MRI나 초음파를 추가로 시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소엽암의 치료는 암의 진행 정도와 전이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주요 치료법으로는 수술(유방보존술 또는 유방절제술),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 요법(내분비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이 포함된다. 소엽암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비율이 높아, 에스트로겐 억제 치료가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양측 유방절제술, 환자의 생존율 높이고 암 재발 위험 줄여

양측 유방절제술은 유방암 치료의 중요한 수술적 방법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암의 재발 위험을 줄인다. ▲양측 유방에 암이 발생했거나 ▲BRCA1 또는 BRCA2와 같은 유전적 돌연변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경우 ▲암의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유방절제술이 필요한 경우 등 시행될 수 있다. 하지만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은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함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술 과정에서 흉부 신경이 손상되면서 감각이 둔해지거나 신경통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어깨와 팔의 근육 경직으로 인해 움직임이 제한되기도 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물리치료와 재활운동이 필요하다. 결국 유방 절제로 인해 체형 변화가 발생하고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질 수 있다.

자존감에 영향 미치는 유방절제술

정신적으로도 유방절제술은 여성들의 자아 정체성과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많은 환자들이 우울감과 불안을 경험한다.
일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 유방은 여성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상실감과 함께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방식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적 회복을 위해서는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가 도움이 되며, 유방암 생존자 모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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