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받고 한쪽 시력 잃은 2살 아기, 병명 알고보니..

입력 2025.03.12 08:26수정 2025.03.12 13:24
뽀뽀 받고 한쪽 시력 잃은 2살 아기, 병명 알고보니..
헤르페스 보균자로부터 눈 근처에 뽀뽀를 받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2살 아기. 수포를 식별하는 약을 넣어 눈이 초록색으로 보인다. 사진=메트로, 전자신문

[파이낸셜뉴스] 영국에서 2살 아기가 헤르페스균에 감염돼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나미비아 출신의 미셸 사이만(36)은 지난해 8월 당시 16개월된 아들 주완의 왼쪽 눈이 충혈된 것을 발견했다.

결막염인줄 알았더니 '구순포진' 감염된 아이

가벼운 결막염이라고 생각했던 엄마는 병원을 찾았다가 아들이 '단순포진 바이러스(HSV)'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전염성이 높은 HSV는 입술에 구순 포진이나 생식기에 음부 포진을 발생시키는 바이러스다. 흔히 '헤르페스'로 불린다.

사이만은 “내 아이의 각막에 '구순포진'이 자라고 있다고 했다"라며 "입 안에 생기는 거 아니었나. 평생 누군가의 각막에 열성 수포가 생긴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헤르페스 구순포진에 감염된 누군가가 아기의 눈이나 눈 주위에 뽀뽀를 했을 것"이라며 "아기에게 가볍게 키스하는 것만으로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추측했다.

사이만 부부는 아들에게 발생한 감염이 뇌 또는 반대쪽 눈까지 퍼질까 우려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곳에 번지지는 않았다. 다만 치료가 끝났을 땐 이미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사이만은 “헤르페스가 각막에 너무 많은 손상을 입힌 상태였다. 아들의 한 쪽 눈은 감각을 모두 잃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실명했다"라며 "뇌가 이미 더 이상 그 눈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눈에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아기는 양막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가족은 내달 다리의 신경을 눈으로 이식하는 대규모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이 수술을 통해 신경을 되살리면 내년 안으로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이만은 매체에 “우리 부부는 헤르페스 보균자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의 뽀뽀로 아이의 눈에 전염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며 "누군가 아이를 해할 의도로 그런 짓은 하지는 않았단 걸 안다. 하지만 아이가 겪기엔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며 보균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도 태어난지 일주일된 신생아가 1형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급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다. 당시 의료진은 아기가 머물렀던 신생아 보호실 직원이나 의료진, 혹은 그들이 집에서 파티를 열었을 때 참석했던 누군가가 아기에게 키스하거나 바이러스가 있는 손으로 아이의 입을 만졌던 것으로 추정했다.

HSV, 증상 없어도 잠복하고 있어..신생아 얼굴에 뽀뽀 위험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HSV)라고 불리며,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 1형(HSV-1)은 주로 입술, 구강, 구강 내부에 수포를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뇌염, 각막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2형(HSV-2)은 주로 외부 생식기에 물집을 형성한다. 다만 경우에 따라 1형이 생식기 부위에, 2형이 입술 주위에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1형인 구순 포진이 생기기 전에는 입술이나 주변 부위가 가렵고 따끔거린다. 시간이 지나면 2~3mm 크기의 작은 물집 여러 개가 군집을 이루듯 올라온다. 음식을 먹거나 세안을 하면서 입술이 트고 딱지가 생길 수 있으며 드물게는 염증 후 물집 부위의 입술색이 변하기도 한다. 탈리타 아카마르모이처럼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으로 단순포진 결막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단순포진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평생 몸속에 남아 평소에는 잠복 상태로 있다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등 자극을 받아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고 일부에서 국소 피부 병변을 보이지만, 면역체계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나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심한 전신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 발견할 경우 항바이러스 약물을 복용하면 증상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뽀뽀로 옮길 수 있다. 입술 포진이 있는 어른이 신생아에게 뽀뽀를 하면 타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달될 수 있다. 신생아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 치명적이다. 심하면 중추 신경계 손상이나 뇌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뇌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최신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더라도 약 15%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감염 역시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신생아의 입술에 뽀뽀를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현재 입술에 포진이 없다고 해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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