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카, '10대。'라는 무기여 잘 있거라…20대는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입력 2025.03.07 17:00수정 2025.03.07 17:01
'스키다카라。'의 日 뜨는 싱어송라이터 7~8일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1순위가 아닐지라도, 돌연 생각나는 아티스트 됐으면"

유이카, '10대。'라는 무기여 잘 있거라…20대는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서울=뉴시스] 유이카. (사진 = 유니버설 뮤직 제공) 2025.03.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귀여움은 때론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武器)가 되기도 한다.

올해 1월 스무 살이 된 일본 싱어송라이터 유이카(20·ユイカ·Yuika)는 가와이이(かわいい·귀여운)한 노래·외모·성격을 무기로 정작 다른 사람들은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특히 2021년 발표한 대표곡 '스키다카라(好きだから·좋아하니까)。'는 동년배가 공감할 뿐 아니라 중장년에게도 사랑에 대해 묻는 감성과 사랑할 방법을 건네주는 힘을 지녔다. "멋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니까 멋있어 보인다"는 순정함이라니.

이런 매력은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졌다. 애초 유이카는 7일 서울 서대문구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1차례 열 예정이었으나 단숨에 매진, 8일 같은 장소에서 1회 공연을 추가했다.

전날 서울 홍대 앞 호텔에서 만난 유이카는 매진 소식에 "믿을 수 없다"며 두 손으로 머리 양쪽을 감싸줬다. "오마이갓"을 동시에 외치는 이 동작은 그녀의 '시그니처 포즈'였다.

10대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였는데, 이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서 유이카는 아쉽다고 했지만 앞으로 20대 싱어송라이터 유이카는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내면의 언어를 쓰는 자신의 화법을 분명히 갖고 있던 터라, 성인이 된 이후엔 더 많은 감정에 감응하는 뮤지션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런 유이카와 나눈 일문일답.

-한국에 처음 오게 된 소감은요?

"무엇보다도 제 음악을 한국 분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주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한국 팬들을 만나서 제 음악을 직접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너무나 기쁘게 생각을 하고요. 무엇보다 '눈물의 여왕' 같은 K-드라마에서 보던 한국 거리들을 직접 보게 돼 너무나 기뻤습니다."

-김수현·김지원 씨 주연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스토리가 굉장히 신선했었어요. 처음에 이혼하는 이야기부터 나왔고, 다시 서로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스토리 자체가 일본에선 드물었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스무 살 된 거 축하드립니다. 10대 때와 달라진 느낌이 있나요?

"제가 열아홉 살이었을 때는 스무 살이라고 하면 '그냥 나이 한 살 더 먹는 거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로 스무 살이 되고 보니까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유이카, '10대。'라는 무기여 잘 있거라…20대는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서울=뉴시스] 유이카.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03.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얼굴 공개하시는 것도 어른이 돼 용기를 냈던 건가요?

"사실 얼굴 공개를 하는 것이 굉장히 불안하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어요. 그런데 하나의 변곡점이 되는 중요한 타이밍에 '내 얼굴 공개를 해야 되겠다' 결정을 했고, 스스로도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얼굴 공개를 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음악활동을 시작했을 때 제가 아직 고등학생이었다라는 점도 있고요. 틱톡에 먼저 노래를 올렸었는데, 노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부모님께도 말씀을 안 드렸었던 때라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얼굴 공개는 첫 번째 라이브 공연 때 해야지'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실제 관객분들의 눈을 보면서 노래를 하는 게 제 음악이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사실은 아직도 부끄럽지만 얼굴을 보고 노래를 하는 게 더 감정 전달이 잘 된다는 걸 알게 돼 앞으로 힘을 낼 생각입니다."

-해외 공연도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네 사실은 제가 일본에서 라이브를 할 때 일본어로 많이 얘기를 하는 편인데요. 언어가 다르다 보니까 해외 공연에서 제 마음들이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굉장히 불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본어를 굉장히 많이 공부해서 오시는 한국 팬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서 제 마음들이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

-'스키다카라。'처럼 고등학교 때 만든 곡엔 고리표(。·마침표)가 붙어요.

"딱히 사실 이유는 없어요. 어쩐지 붙여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요.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고등학생 때 만들었던 곡과 이후에 만들었던 곡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대학생이 됐기 때문에 그런 고리점이 없을 텐데요. 만약에 앞으로 제가 발표하는 곡 중 고리점이 또 붙어있는 게 있다고 한다면, 그거는 고등학교 때 제가 작곡을 한 곡이라고 생각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작곡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 계기가 있나요?

"중학생 때 제가 싱어송라이터 사카구치 아미를 좋아하고 동경했는데요, 그분이 작사·작곡을 직접 하신다는 걸 알고 나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러브송을 많이 쓰는데 중학생 때는 일상생활에 있었던 일을 픽업해 썼어요. 음악은 독학을 했고요, 지금까지도 음악을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전문가분들이 봤을 때 '어, 뭐야?'라고 하실 수 있는데, 정말로 저의 어떤 감각만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세스 그린 애플, 요루시카 분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벚꽃으로 유명한 나라현이 고향이고 학창시절까지 그곳에서 보냈는데요, 환경이 노래를 만드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대도시인 도쿄랑 분위기가 많이 달랐죠?

"전 러브송을 많이 쓰는데요. 고향엔 사실 놀러갈 장소가 딱히 없어요. '우리 같이 어디로 놀러 가자'고 하면,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하는 것처럼 돼 버리니까 메신저를 보내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거였죠. '놀러 가자'고 가볍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곡에 많이 반영된 거 같아요."

-유이카 씨 노래를 들으면 분위기가 귀엽고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 색깔이 있나요?
유이카, '10대。'라는 무기여 잘 있거라…20대는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서울=뉴시스] 유이카.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03.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노래를 할 때 '나의 어떤 언어로 노래하자'라는 걸 굉장히 많이 의식하고 있는데, 사실은 작곡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말을 집어넣지 않고, 평상시에 잘 쓰는 말로 만들려고 합니다. 너무 멋있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말하는 느낌으로 하려고 해요. 그래서 일상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게 포인트죠."

-그럼 일상의 포인트가 잘 녹아든 '스키다카라。' 노랫말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유이카 씨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스키다카라。'는 코로나 때 썼어요. 고1 때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요. 저의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려서 제가 학교를 못 가게 됐는데, 그 친구를 만날 수 없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힘들었거든요. 그런 심정을 담아서 쓴 곡이에요. 친구들은 '왜 걔를 좋아하는 거냐'고 했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였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는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스키다카라。' 속 인물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잘 안 하는 쿨한 사람인데 강아지를 보면 '너무 귀엽다'고 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 '귀엽네. 쟤 좀 재미있네'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부분을 멋있게 여기는 거 같아요."

-'라스트 틴(ラストティーン)。'은 제목 그대로 유이카 씨의 10대를 매듭 지은 노래인데요. 이 곡은 유이카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스무 살이 되면서 용기를 냈고 했는데, 스무 살을 앞두고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라스트 틴。'은 지난 19년의 시간들을 형태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만든 곡이에요. 사실 제가 10대라고 하는 '브랜드'에 굉장히 애착이 있었었습니다. 왜냐하면 '10대 싱어송라이터'라는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데요. 그런 무기 사용이 끝나고 '내가 20대가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쓸쓸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라스트 틴'을 만들어서 제가 10대에 느꼈던 좋은 기억들, 가졌던 예쁜 기억들을 남기고 싶었어요. 한국과 일본의 20대를 맞이하게 될 분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라고 한다면, 사실 저 같은 사람이 이런 말씀을 드린다는 것 자체가 주제 넘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행동으로 옮겨보자'는 말을 해보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는 거죠. 실패를 만약에 한다고 해도, 다음에 또 다른 일을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한번 도전해보자'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초창기엔 부모님이 가수 활동을 하는 걸 모르셨다고 했는데, 부모님이 알게 되신 계기와 이후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끝나갈 때쯤에 틱톡에 '스키다카라。' 멜로디 40초가량을 올렸는데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들어주셔서 알림이 정말 계속 계속 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이건 안 되겠다. 엄마한테 말을 해야 되겠다'라고 생각을 했고 말씀을 드렸더니 '조회수 엄청나잖아. 계속 올라가잖아. 어떡해'라며 좋아하셨어요. '네가 이런 가사도 쓸 수 있구나'라는 말씀도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라스트 틴。' 마지막 가사는 '누군가의 무언가가 될 수 있는 / 그런 녀석이 되고 싶어'(誰かの何かになれる / そんなやつになりたい。)인데요. 그러면 유이카 씨는 20대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노래 가사엔 '마음에 의지가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내용도 넣었지만, 그렇게까지 힘이 되거나 의지가 되는 존재가 아닐지라도, 일상을 살아갈 때 갑자기 흥얼거리거나 떠오르는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의 인생에 1순위가 아닐지라도, 돌연 생각나거나 떠오르는 곡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스키다카라。' 유튜브 조회수가 곧 1억뷰를 찍을 거 같습니다.

"'1억 조회수를 달성했다'고 하면 '정말로 많은 분들이 나의 곡을 알게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 같아요. 이 곡을 만들었던 열여섯 살의 저 자신에게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일본어 밖에 모르고 다른 나라 분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제 말을 자유롭게 전달하는 건 아직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음악이라면, 노래로라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억뷰 때문에 어떤 언어의 장벽도 여유롭게 넘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제 곡이 정말 누군가에게 무엇인가가 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고요. 살아가시다가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생각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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