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트램펄린 뛰었더니... 끔찍한 뇌 질환 걸린 여성의 사연

입력 2025.03.07 07:01수정 2025.03.07 13:51
단순 성장통으로 인식
침대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악화
물리치료나 생활 습관 조절 통해 증상 완화
어릴 때 트램펄린 뛰었더니... 끔찍한 뇌 질환 걸린 여성의 사연
뇌의 하부가 두개골 밖으로 밀려나 척추관을 압박하는 장애를 앓고 있는 에밀리의 모습.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캡처

[파이낸셜뉴스] 어릴 때 트램펄린을 뛰다 시작된 두통이 희귀 뇌 질환의 신호로, 뇌 하부가 두개골을 벗어나 내려온 현상을 겪는 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최근 영국 일간 더선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데번 출신의 19세 에밀리 코커햄은 어린 시절 건강한 아이였다. 그러나 7살 때 트램펄린을 타다 갑작스러운 두통을 겪으면서 예상치 못한 희귀 질환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해당 증상이 '키아리 기형(Chiari malformation)'이라는 신경계 장애의 첫 번째 경고 신호였음을 알게됐다.

키아리 기형은 뇌 일부가 두개골을 벗어나 척추관으로 밀려 내려가는 질환이다. 심한 두통과 신경계 이상을 유발한다. 그러나 에밀리는 해당 증상을 두고 단순한 성장통으로 여겼고, 부모 또한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에밀리의 두통은 목과 어깨로 퍼졌다. 14세가 됐을 때는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거의 침대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

MRI 촬영 통해 키아리 기형 진단…16세 때 긴급 수술

극심한 고통으로 에밀리와 그의 가족은 적극적으로 추가 검사를 요청했고, 2021년 10월 MRI 촬영을 통해 마침내 키아리 기형이 확진됐다.

진단을 받은 후 에밀리는 16세 때 긴급 수술을 받았다. 두개골과 척추 상단 일부를 제거해 뇌가 압박받는 것을 막고, 뇌막을 확장해 뇌척수액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수술 직후에는 상태가 개선됐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증상이 다시 악화됐다. 추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척추 속 섬유 조직이 뇌를 더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정밀한 치료가 필요해 202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문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는 이 수술 덕분에 병의 진행이 멈췄으며 증상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키아리 기형은 희귀 신경계 질환…심한 두통 등 신경학적 문제

키아리 기형은 희귀 신경계 질환으로, 특히 소뇌의 하부인 소뇌 편도가 두개골의 아래쪽 구멍인 후두공을 통해 척추관으로 내려오면서 뇌척수액(CSF)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렇게 신경을 압박하며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심한 두통, 어지럼증, 균형 장애, 삼킴 곤란 등의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경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형태는 키아리 기형 Ⅰ형(Chiari I Malformation)으로, 주로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일부 환자는 어린 시절부터 두통이나 신체적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다. 키아리 기형 Ⅱ형(Chiari II Malformation)은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척수수막류(spina bifida)와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Ⅲ형과 Ⅳ형은 비교적 드물지만, 신경 손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낮다.

증상 원인은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

증상 원인은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뉜다. 선천적으로 두개골이 정상보다 작거나 기형적으로 발달하면 뇌가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소뇌가 아래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키아리 기형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후두부 두통이다. 기침, 재채기, 운동 후 두통이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트램펄린을 뛰는 것이 키아리 기형을 촉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뇌와 척추가 빠르게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트램펄린에서 점프할 때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 후 착지하면서 머리와 척추에 강한 상하 압력이 가해진다.

특히 키아리 기형 Ⅰ형을 가진 사람들은 평소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두통을 경험하다가도, 특정한 외부 충격이나 격렬한 활동을 통해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증상과 질병의 진행 상태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통증 완화제나 근육 이완제 같은 약물 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또 물리치료나 생활 습관 조절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증상이 심하고 신경 손상이 진행될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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