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은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으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돌려막기를 하며 버텼지만 차환자금을 마련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4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어차피 홈플러스의 회생을 피하기는 어렵다“라면서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으로 시간만 소요 될 뿐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MBK파트너스가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딜 주도 담당자였다.
이번 딜에 정통한 또 다른 IB업계 고위 관계자도 "올해 홈플러스의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수 천억원 수준으로 신용등급 하향으로 CP를 사줄 증권사 창구의 투자자가 없어졌다“라며 ”차환 발행이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내부 현금을 고려하면 디폴트(부도), 지급불능은 당분간 없다“라며 ”하지만 CP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상환하고, 끝까지 몰려 회생에 들어가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올해 CP 만기 등 상환해야 할 채무는 수 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시장성 차입금(회사채, 단기채)은 총 2740억원으로 이중 89%에 해당하는 2440억원이 연내 만기가 도래한다. 홈플러스의 회사채 잔액은 총 860억원 수준이다.
지난 2월 상환전환우선주(2024년 11월 말 가결산 기준 잔액 약 1조1000억원)의 상환조건을 변경하면서 부채로 계상돼 있던 상환전환우선주가 자본으로 전환, 표면적으로 재무레버리지 지표 개선이 예상되지만 실질적인 재무부담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말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0에서 A3-로 하향조정했다. 단기물인 CP 신용등급 A3- 수준은 장기 회사채 BBB- 수준과 동일하게 평가된다. BBB-는 정크본드(BB+) 직전에 해당하는 신용도로 채권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도 꺼리는 수준이다.
MBK파트너스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을 통한 홈플러스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당시 기한이익상실(EOD)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는 조항이 삭제됐다. 이번 신용등급 하락으로 차환이 막히지만 않았다면 회생에 들어갈 일이 없는 곳이 홈플러스다"라며 "고려아연 가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아 운용사(GP) 입장에서는 가장 불리한 시기지만 홈플러스를 하루 빨리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회생에 따라 임금채권, 상거래채권 등만 지급이 되고 회사에 현금이 쌓이게 된다. 마트 건물 임대료, 이자 및 기업어음 상환분만 상환하지 않고 있어도 수천 억원이 회사에 현금으로 남는다.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이 실사해 전반적인 재산상태 평가하고 영업상태 평가하면 홈플러스가 부담이 가능한 수준으로 채무가 재조정될 것이라는 것이 MBK측 주장이다.
홈플러스의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25년 1월 31일 직전 12개월 기준 2374억원이다. 지속적으로 플러스 흐름을 보여오고 있다. 이번 회생결정으로 금융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향후 현금수지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홈플러스는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유통업 특성 상 한 두 달 동안에만 약 1000억원의 잉여현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포 임차료를 부채로 잡은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금융부채는 2조원 정도다. 이들 금융 부채 중 상당수는 감정평가기관들에서 평가한 4조7000억원에 이르는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하고 있다.
한편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로 끝나는 회계연도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까지 3분기 가결산 기준 적자도 157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말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 부채비율은 1408%에 달했다. 홈플러스는 1월 말 기준 리스 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실제 금융부채는 2조원 정도라고 밝혔다. 부채비율은 1년 전 대비 1506% 개선된 462%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홈플러스는 2024년 3월 토지 재평가를 통해 약 8900억원 규모로 자본을 확대했지만 부채비율은 2023년 2월 말 944.0%→2024년 2월 말 3211.7%→2024년 11월 말 가결산 기준 1408.6%로 열위한 수준"이라며 "현금창출력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매우 과중하다. 순차입금/EBITDA가 20.3배다.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구매카드 유동화 등을 감안하면 실질 재무부담은 재무제표 상 수치를 상회한다"고 봤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