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입력 2025.02.28 12:01수정 2025.02.28 12:01
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정덕현의 페르소나K]
그룹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정덕현의 페르소나K]
그룹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왼쪽)과 정덕현 문화평론가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정덕현의 페르소나K]
그룹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정덕현의 페르소나K]
그룹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정덕현의 페르소나K]
그룹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정덕현의 페르소나K]
그룹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슈주 이특, 20년차 아이돌 그룹 리더로 산다는 것 [정덕현의 페르소나K]
그룹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편집자주]'K-컬처'는 이제 '글로벌 문화'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K-팝', 'K-드라마', 'K-예능', 'K-무비' 등은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뉴스1은 지구촌 전역에서 주목 받고 있는 'K-엔터테인먼트'의 주역들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가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정덕현의 페르소나K] 코너를 마련, 독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이특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리더로 20년간 팀을 이끌었다. 2000년에 SM엔터테인먼트(041510)에 캐스팅돼 2005년 슈퍼주니어가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했으니, 올해로 30주년이 되는 SM엔터테인먼트와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된 팀에서 정규그룹으로 발전하고 지금까지 완전체는 물론이고 유닛, 개인 활동들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슈퍼주니어가 가능했던 많은 이유 중 많이 꼽히는 게 바로 이특이라는 리더의 역할이다.

K팝 아이돌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한 것이 그룹 활동인데, 그래서 팀을 유지하고 끌어나가는 리더로서의 역량은 K팝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다. 음악부터 방송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의 전 분야에 걸쳐 활동해 온 이특이라는 리더는 현재 세계적인 각광을 받는 K팝에 있어서 각별한 존재감을 갖는 페르소나임에 분명하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협업해야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 또한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으니.

◇ 올해로 20주년 슈퍼주니어 그리고 이특

올해로 슈퍼주니어는 20주년을 맞는다. 아이돌 그룹이 20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또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말이 쉽지 한두 명도 아니고 많게는 13명에서 적게는 9명까지 이건 어떻게 가능하게 된 걸까.

"주변 분들이 20주년이라고 하면 야 너희도 이제 고인물이구나,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근데 이게 한편으로는 험난한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남았다는 거에 저는 굉장히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사실 늘 함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이가 굉장히 끈끈한가 보구나'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저희도 남자들끼리 뭉쳐 있다 보니까 아직도 많이 싸우고요. 근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잘 해결하고 이해해 왔는가가 롱런 할 수 있는 비결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이나 심지어 슈퍼주니어 멤버들에게 물어봐도 20년 동안 계속 잘 유지되고 있는 이유로 하나 같이 이특이라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자신이 이렇게 팀의 리더를 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 리더라는 직책을 부여해 주셨을 때 '내가 왜 리더야?' 이런 생각을 저도 좀 해봤거든요. 해봤는데, 슈퍼주니어를 준비하기 전에 사실 5인조 그룹을 제가 SM에서 준비할 때도 리더를 맡고 있었고, 연습생 기간도 가장 길었고 맏형이라는 위치도(물론 김희철과는 동년배지만) 제가 이 일을 맡게 된 이유라고 생각했죠. 사실 리더십이 그리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고 뭔가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도 아니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 자리에 있으니 어떻게 하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 중간에 걸쳐 소통하는 위치에 선다는 것

자리가 주어졌지만 어찌 리더의 무게가 무겁지 않았을까. 이특은 그 직책을 부여받는 순간부터 매니저 형들과 팀원들 사이에 서서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고 한다.

"리더의 직책을 부여받는 순간 너무 부담이 됐어요. 더 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 것 같고, 매니저 형들한테 전달받은 이야기들을 멤버들한테 전달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하다 보니 멤버 마음도 대변해 줘야 하고 매니저 형들의 마음도 대변해 줘야 했죠. 저는 어찌 보면 멤버들과 같은 입장인데 양쪽의 마음을 헤아려야 되다 보니까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중간에 서서 양측의 입장을 들어주고 또 대변해 줘야 한다는 건 자칫 양측 모두에게서 지지받지 못하는 일일 수 있다. 실제로 이특도 초반에는 멤버들이 '형은 누구 편이냐'는 이야기를 종종 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게 약간 힘들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상황들을 즐기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단다.

"어떤 형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결혼하고 와이프 편을 들면 엄마가 서운해하시고 엄마 편을 들면 와이프가 서운해한다는 거예요. 그럴 때는 와이프랑 있을 때 자기가 먼저 '아 우리 엄마 왜 이래'라고 먼저 얘기를 꺼내면 오히려 와이프가 화를 내려고 해도 '자기야 그만해' 이렇게 되는 게 있대요. 그런 게 방법이더라고요. 저는 멤버들한테 가면 매니저 형들에 대한 불만 같은 걸 같이 공유를 해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런 것들을 이해해 주고 잘하자'고 하죠. 또 매니저 형들한테 가서는 멤버들 이야기를 하고 같이 이렇게 풀어나가자고 하면서 조율을 하죠."


◇ 각자의 목표와 역량이 만든 롱런의 비결

하지만 슈퍼주니어는 멤버가 무려 9명이다. 한때는 13명까지 있었다. 게다가 초창기만 해도 개성도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혈기 왕성한 청춘들이었다. 조율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처음부터 저희 팀 자체가 누구는 가수, 누구는 배우, 누구는 예능, 각자의 목표가 다르다 보니까 자기가 바라보는 활동의 관점도 달랐어요. 어떤 한 그룹이 탄생을 하면 '우리는 가수로 데뷔했으니까 빌보드를 갈 거야' 이게 아니라, '나는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을 거야' '나는 연기 대상을 받을 거야' '나는 뭐 음악 방송에서 대상을 받을 거야', 이렇게 달랐던 거죠. 그래서 대표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팀은 한 팀이 원팀이 돼서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을 하겠다가 아니라, 누구는 프리미어 리그를 가려고 하고, 누구는 NBA를 가려고 하고, 누구는 메이저리그를 가려고 하다 보니 이게 좀 힘든 것 같다고 했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힘들었던 점들이 슈주의 가장 큰 장점이 됐다고 생각해요. 각 분야에서 지금 큰 사랑을 받고 있어서 그것이 롱런하는 데 큰 장점이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사실 아이돌 그룹처럼 여럿이 함께 활동하는 경우에 각자의 개성을 왜 살려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였다. 보통 한 팀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활동하면 각자의 개성들은 조금씩 묻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슈퍼주니어의 경우는 각자의 목표를 인정하고 저마다 갖고 있는 색깔들을 그대로 유지해 왔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20년을 갈 수 있는 힘이 됐다고도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역량이 커져 오히려 팀에 많은 힘을 줬다는 이특의 이야기가 공감됐다.

"어떻게 보면 저희 슈주라는 콘셉트의 팀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많았는데 결국 해법은 '어쩔 수 없다, 부딪히고 싸우자'가 정답이었어요. 피하지 않아야 해결책도 생기는 거였죠. 그렇게 한 해 한 해 거치다 보니까 20년까지 온 거죠. 많은 분들이 롱런의 비결을 물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해줘요. 부부관계, 연인 관계에 있어서 아무리 싸워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우리 헤어지자'는 말이라고요. 팀에도 이 얘기를 하지 말자고 했거든요. 정말 많이 싸우고 했지만 그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20년 동안 지내면서 좋은 일도 많았지만 사고를 겪은 적도 있다. 특히 2007년에 겪었던 차량 전복 사고는 팬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런데 당시 이특은 본인도 큰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더 심하게 다친 규현을 먼저 챙겨 보냈던 일이 회자되기도 했다. 리더로서 이특이 어떤 인물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고라는 건 진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갑자기 터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일이 터질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좋은 날들이 온다는 걸 믿었죠.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같이 그런 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힘든 일을 나 혼자만 끙끙 앓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같이 공유하고 나눠요."


◇ 리더이자 MC로서의 이특

사실 이특은 재능이 많다. 팀의 리더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진행하는 MC로서도 활약했다. 그런데 리더이자 MC인 이특의 모습에서는 유사한 모습이 겹쳐 있다. 그건 본인이 나서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 저희가 데뷔했을 때부터 멤버들 배치도 정해주시거든요. 사실 누구나 주목받기를 원하고 스포트라이트 받길 원하죠. 그러다 보니 자리 욕심이 좀 생겨요. 저도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나까지 여기에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시작부터 제 위치가 있었지만 저는 '팀, 멤버 소개해야 되니까 끝으로 빠질게'라고 해서 맨 끝에 서기 시작했어요. 함께 프로그램을 해도 멤버들이 워낙 재밌고 또 잘 노는데, 제가 나서기보다 판을 깔아주면 멤버들이 더 편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예능을 하면서 MC의 꿈을 갖다 보니 그 역할이 팀한테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예능에서 이특의 MC 스타일은 유재석을 닮았다. 자신이 나서기보다는 다른 출연자들을 배려함으로써 본인도 빛나는 그런 스타일이다. 토크 배분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해주는 균형감이 좋은 MC다.

"롤모델이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형님 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MC분들이거든요. 그분들과 방송을 많이 보다 보니 저도 배우게 된 것 같고요. 호동이 형이랑 방송을 많이 하면서 'MC란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걸 많이 배웠거든요. 'MC는 절대 튀면 안 된다. 게스트가 나와서 본인의 슬픈 이야기를 할 때 네가 더 크게 울어버리면 사람들은 게스트의 눈물보다는 너의 눈물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어떤 스토리가 가려진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거든요."

이특은 예능에서 MC 역할을 했던 것이 팀 리더로서도 도움이 됐다고 했지만, 그건 거꾸로 팀 리더로서의 역할이역할이 MC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팀에서 리더 역할로 여럿이 함께 지내고 또 그들을 이끌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원들을 배려하는 것들을 체득하고 그것이 MC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는 게 아닐까.

"처음에는 예능을 불편해했던 멤버들도 있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몇 시간 동안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다가 내려오면 너무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런데 제가 멤버들한테 질문을 하고 말을 시키다 보니까 멤버들도 다 같이 잘하게 되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팀이어서 균형이 잘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각자 개성이 워낙 다른 친구들이다 보니까 그런 모습들을 오히려 더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 MC 활동 또한 자양분이 된 가수로서의 이특

리더이자 MC로서 탁월한 면모를 보이는 이특이지만 그는 또한 가수로서도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콘서트 영상에서 솔로로 노래를 할 때 보면 그의 실력과 더불어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오히려 리더 역할과 왕성한 MC 활동이 가수로서의 이특을 조금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어요. 저도 SM이라는 회사를 MC를 보고 들어온 게 아니라 가수가 되고 싶어서 들어왔던 건데 가수 데뷔를 하고 예능을 하면서 MC가 부각이 되다 보니까 내 꿈은 이게 아니었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 아쉬웠거든요. 피아노치고 곡 쓰고 무대 하는 거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예능 MC를 하면서 약간의 혼란도 있었죠."

슈퍼주니어가 활동을 본격 시작하던 시기에는 점점 아이돌 그룹들이 많아지던 추세였다. 그래서 각각의 멤버들의 존재감을 살릴 수 있는 방송 출연이 중요했다. 슈퍼주니어가 예능 활동을 많이 하고 특히 이특이 MC로서 맹활약하게 된 데는 그런 이유도 존재했다.

"처음 방송 무대를 끝나고 그때 당시의 매니저 형이 '앞으로 너의 꿈은 뭐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 갑자기 너무 현실적인 사람이 돼서,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얘기를 안 하고, '오래오래 먹고 살게 해주세요'라고 했죠. 그때가 20대 초반이었는데 5년이란 시간을 준비해서 3분 동안 무대를 하고 내려오니까 눈물도 났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이 3분을 위해서 5년을 기다린 거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이 생겼던 거예요. 당시 매니저 형이 예능을 해보자고 했고 그래서 배우면서 시작한 건데 결과적으로는 예능을 하면서 더 오래 활동할 수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이런 것들도 펼쳐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수로서의 이특은 팀 활동 이외에도 솔로 가수로서의 활동 또한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만일 솔로 활동을 한다면 이특은 어떤 스타일을 꿈꾸고 있을까.

"준비를 여러 번 해봤었거든요. 시기가 안 맞아서 못 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제 머릿속에는 솔로 앨범을 내게 되면 어떤 노래로 어떤 콘셉트로 할 거라는 생각이 다 있어요. 곡들도 다 준비해 놓은 게 있거든요. 솔로 활동을 한다면 사람들한테 행복한 에너지를 주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요. 청량함과 프레시함을 좀 주면서 사람들이 여행 갈 때, 드라이브 갈 때, 축제에서 같이 즐기고 놀 때 들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음악과 무대를 만들고 싶거든요."

밝은 이미지는 이특이 가진 큰 장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특에게는 어떤 쓸쓸함 같은 감정을 드러내는 발라드도 잘 어울린다.

"지금은 외향적인 사람이 됐지만 저는 본래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예능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너무 방전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혼자만의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곤 했죠. 그래서 끝나고 사람들을 잘 안 만났는데 그건 그렇게 만나는 것 역시 또 일처럼 느껴져서였죠. 근데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까 그런 외향적인 모습도 내 모습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그 생각을 받아들이니까 훨씬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더라고요."

사실 예능 이미지라는 건 가수하고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분위기 있는 노래를 해야 할 때 예능의 발랄한 이미지가 부딪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특은 예능 MC로서의 재치 있고 재미있는 면들이 가수 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걸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최근 유닛 활동을 새로 시작한 슈퍼주니어- L.S.S.(이특, 신동, 시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예능에서의 재치 있는 이미지가 음악적으로도 에너지를 주는 독특한 유닛이다.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예능에서는 망가지는, 이게 아니라 다 동일 선상에서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내 모습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무대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됐죠. 그런 모습들을 오히려 팬분들도 더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슈퍼주니어-L.S.S. 활동으로 이제 일본에서 싱글이 한 곡 나오는데요. 그 뮤직비디오를 일본 가서 촬영을 했는데 어려움이 없는 거예요. 촬영하는데 너무 재미있고 즐겁고 모든 스태프분이 일본 사람이었는데도 그냥 우리가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즐거워해 주시고 이 유닛 팀이 가진 에너지들이 보는 분들한테 다 전달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 전력 질주, 마라톤 그리고 산책

이른바 협업의 시대다.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해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대인 것. 협업의 관점으로 보면 아이돌 그룹을 20년간이나 이끌어온 이특의 리더십은 도드라진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팀을 이끌어 왔을까.

"팀이라는 자체가 사실 너무 힘든 거예요. 하지만 힘들다는 그 시점을 넘기 시작하면 너무 행복하고 그 행복들이 잘 전해져서 알 수 없는 무한한 에너지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팀 자체의 에너지가 커지게 되면 멤버 개개인의 에너지도 커지고 다양한 유닛들과 솔로 앨범들이 나오듯 계속 파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팀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팀은 어찌 보면 가족과도 같은 건데, 가족은 오래 같이 있다 보니 소중함을 잘 못 느껴요. 나중에야 소중함을 느끼고 후회하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슈퍼주니어는 이특이 밝힌 것처럼 팀원 각자가 저마다의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어찌 보면 한 가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 단점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그걸 인정함으로써 저마다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된 건 큰 장점으로 되돌아왔다. 이건 다양성이 만들어낸 강점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시대적 가치와도 맞아떨어진다.

"제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틀린 게 아니라 우리는 다른 거다. 가수로 데뷔한 후 누군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틀린 게 아니었더라고요. 다른 거고 이런 것들을 잘 뭉치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들이 나온다는 거죠."

이즈음에서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건 어쩌면 저마다의 색깔을 갖고 있는 주니어들이 하나하나 모여 뭉치게 되면서 '슈퍼'가 되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슈퍼주니어도 이제 20년이 되어 나이로는 시니어가 된 게 사실이지만 팬들은 아마도 영원한 슈퍼주니어를 원할 게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어느덧 20년 차가 되면서 멤버들의 평균 나이가 40세입니다. 이제 아이들보다는 부모님들 세대의 팬들이 더 많고요. 그런데 옛날 같았으면 10년 차만 지나도 선생님 소리를 들었고 나이 들면 사라지는 게 당연한 순리였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런 흐름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느껴져요. 데뷔 초만 해도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형님이 10년 후면 MC가 다 바뀔 거라고 했는데 20년이 지나도 여전하시잖아요. 그만큼 문화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슈주는 오래된 만큼 더욱 단단해지고 많은 스토리가 생겼고 또 앞으로도 더욱더 재미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슈주의 활동에 저희는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무대에서 지팡이 짚고 그런 상황이 돼도 디너쇼도 할 수 있고, 토크쇼도 할 수 있죠. 그래서 슈퍼주니어라는 팀 자체는 가족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달려갈 겁니다. 예전에는 성공을 바라보면서 100미터 달리기 전력 질주를 했고, 10년 차에 42.195㎞ 마라톤을 했다면 20년 차 이후에는 멤버들과 스태프들 팬들이 매일매일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오래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 유튜브 채널 '뉴스1연예TV'에서 관련 영상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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