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호주 법원이 당뇨병을 앓는 8살 딸의 자연 치유를 주장하며 인슐린 투여를 중단,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를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형을 내렸다. 이들 부모를 부추긴 사이비 종교 신도와 교주 등도 같은 혐의로 징역형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일가족, 8세 아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
AFP 통신과 현지 언론은 26일(현지시간) 호주 동부 퀸즐랜드주 대법원이 8살로 숨진 엘리자베스 로즈 스트루스의 아버지 제이슨 스트루스와 어머니 케리 스트루스에게 살인죄로 징역 14년을 각각 내렸다.
법원은 또 이들을 부추긴 사이비 종교 지도자 브렌던 스티븐스에 징역 13년, 엘리자베스의 오빠 재커리 스트루스와 스티븐스의 가족 등 신도 11명에게도 징역 6∼9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월 퀸즐랜드주 투움바에 있는 스트루스 가족의 집에서 1형 당뇨병을 앓는 엘리자베스의 인슐린 투여를 중단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엘리자베스는 2019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며칠 동안 인슐린을 맞지 못했고 당뇨병 합병증인 케톤산증을 일으켜 숨졌다.
재판부는 스티븐스가 이끄는 ‘성도’라는 이름의 사이비 종교 집단 신도인 엘리자베스의 부모가 신앙에 따른 엘리자베스의 병이 자연 치유될 거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이 같은 짓을 벌였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신이 엘리자베스를 고쳐줄 것이라고 믿으며 의료 치료에 반대하면서 엘리자베스가 숨지기 전 중태에 빠졌을 때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기도하며 노래를 부른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에 선 아버지 "잠자고 있을 뿐, 다시 부활할 것" 주장
법정에서 아버지 제이슨 스트루스는 “엘리자베스가 단지 잠만 자고 있을 뿐 부활해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의 언니인 제이드 스트루스는 선고 후 “엘리자베스를 위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마틴 번스 판사는 500여 쪽의 판결문을 읽으며 “엘리자베스의 부모는 딸을 사랑한 게 분명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그녀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