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부정선거 의심 증거로 등장한 ‘붙어 있는 자석 투표지’는 정전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신수정 충북대 목재종이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두 장을 뗐을 때 손상이 없었고 분석 이후 다시 저절로 붙어 있었다”고 감정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부정선거론자들은 ‘일장기 투표지’ 다음으로 ‘신권다발 투표지’ 의혹을 많이 거론해 왔다. 21대 총선에서 연수을 선거무효소송 재검표에서 사용하지 않은 지폐처럼 보이는 투표지 묶음이 발견된 뒤 ‘신권다발’이란 이름이 붙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4·15 총선 재검표장에서 빳빳한 신권다발 투표지를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부정선거라고 확신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접힌 흔적 없는 ‘빳빳한’ 투표지는 외부에서 비정상적으로 찍어내 유입된 투표지인 만큼 선거 조작의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연수을 재판의 원고 측은 빳빳한 투표용지 중 10장을 골라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10장 중 6장에서 접힌 흔적(녹색 점선)이 발견됐다.
재판 당시 투표용지를 감정한 신 교수는 “당시 원고(민경욱 전 의원) 측이 고른 투표용지의 재질과 인쇄 상태, 잉크 등을 종합적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 사전·당일 투표용지와 차이가 없었다. 외부 유입 종이가 아니다”라며 중앙일보에 잘라 말했다.
신권다발처럼 보이는 빳빳한 투표지와 관련해서 “겉으로 그렇게 보였을 수 있지만, 현미경이 아닌 돋보기로도 접힌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2022년 7월 대법원 기각 선고 이후 처음이다.
신권다발 투표지라며 원고 측이 의뢰한 투표용지 10장 중 6장(60%)은 실제로는 접힌 투표지라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접히지 않은 투표지는 4장(40%)이었다.
‘일장기투표지’ ‘본드투표지’ ‘배춧잎투표지’ 등 감정 대상 투표지 122장 전체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접힌 투표지와 안 접힌 투표지는 각각 72장(59%), 50장(41%)으로 비율이 같았다. 평균적으로 투표자 5명 중 3명은 투표지를 접어서 넣고 2명은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투표용지가 신권다발처럼 보인 이유도 설명했다.
신 교수는 “고무줄로 묶은 상태로 투표지를 보관하면 공기가 빠지면서 압력이 가해져 투표지는 더 펴지게 된다. 접지 않은 투표지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대량으로 찍어냈다는‘빳빳한 투표지’ 의혹에 대해선 “기존 선관위의 투표용지와 의심되는 투표지 성질을 비교했지만 다르다고 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원고 측이 부정선거로 의심된다며 제출한 사전투표 102장, 당일투표 20장 등 투표지 122장과 선관위에서 보관하고 있던 투표용지에 사전투표 당시 실제로 쓰인 잉크젯 프린터로 만든 법정생성물 390장을 비교했다.
약 50일에 걸쳐 500장이 넘는 종이의 두께, 색깔, 밝기, 불투명도, 굴절 등 7가지 항목을 검토했다. 투표용지가 외부에서 위조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원고가 의혹을 제기한 감정 대상 투표지와 선관위가 보관하던 투표용지에 총선 당일 사용된 잉크젯 프린터로 찍은 사전투표지(법정생성물) 사이 오차 범위는 대부분 표준편차 이내였다. 각 실험 항목에서 1~2장씩 오차 범위를 벗어난 게 있기는 했지만, 차이가 뚜렷하게 크지 않아 다른 투표용지로 볼 수 없다고 신 교수는 판정했다.
신 교수는 “사전투표 용지는 모두 선관위가 갖고 있던 용지와 잉크로 동일하게 찍힌 것으로 밝혀졌다. 의심되는 투표지 모두 외부에서 위조·조작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했다.
빳빳한 투표지를 두고 불거진 ‘형상기억종이’ 논란에 대한 분석 결과도 내놨다. 형상기억종이는 선관위가 ‘신권다발 투표지’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에서 빳빳한 투표용지에 대해 ‘원상복원기능이 있는 특수재질’이라 표현한 걸 두고 부정선거론자들이 이를 조롱하기 위해 내놓은 말이다.
신 교수는 겉보기에는 빳빳한 투표지로 보이더라도 실제론 접힌 흔적이 발견된 점을 거론하며 형상기억종이 논란을 일축했다.
신 교수는 “원고 측이 ‘종이에 주석 성분을 포함시키면 형상기억종이를 만들 수 있냐’는 질문을 재판정에서 내게 했다. 하지만 이런 성분이 포함된 종이는 없을 뿐 아니라 감정한 투표용지 중 이런 성분이 포함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종이는 원상으로 복원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자신을 감정인으로 추천한 원고 측이 감정 결과를 부정하면서 부정선거의 근거로 사용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신 교수는 “사실 저를 추천한 건 민경욱 전 의원 측”이라며 “그런데도 감정 결과를 믿지 못하는 건 이미 정답을 정해 놓고 실험 결과를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