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거실에서 20년 지기 지인을 흉기로 찌른 男, 이유가..

입력 2025.02.05 07:01수정 2025.02.05 09:28
자택 거실에서 20년 지기 지인을 흉기로 찌른 男, 이유가..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자택 거실에서 20년 지기 지인을 흉기로 찌른 男,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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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살인, 살인했거든요.", "거 한 사람 죽였어요."
(강원=뉴스1) 신관호 기자 = 2023년 11월 15일 오전 1시 12분쯤 강원 원주시의 한 주택은 사건현장으로 기록됐다. 몇 시간 전인 전날 오후 11시 30분쯤부터 그 집 거실에는 20년 지기의 북한이탈주민들인 A 씨(68·남)와 B 씨(71·남)가 있었다.

이들은 앞서 저녁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도 들렀는데, 이후 A 씨 집에서 또 술자리를 이어간 것이다. 그 자리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때부터 오랜 지기였던 이들의 정겨운 장소가 되지 못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뉜 자리가 됐다.

A 씨는 술을 마시다 B 씨와 말다툼했다. 약 10년 전 B 씨에게 소개받은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게 화근이었다. A 씨는 그 여성의 권유로 적금을 깨 5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4300만 원을 손해 본 일로 당시 B 씨와 다퉜다고 한다.

다툼은 언쟁으로 끝나지 않았다. A 씨는 거실 테이블에 있던 날카로운 물건들로 B 씨의 눈 밑을 비롯한 얼굴 여러 부위와 가슴, 무릎 등을 아홉 차례나 찔렀다. 게다가 주먹으로 B 씨를 여러 차례 때렸다.

B 씨는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B 씨는 약 6주간 치료가 필요한 출혈과 열상 등 상해를 입었다. 범행 후 A 씨는 경찰에 체포됐고, 검찰 조사를 거쳐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돼 법정에 섰다.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1심 재판부인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사건 당시 흉기로 찌르기는 했으나,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닌 점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 사망의 결과를 낼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할 수 있으면 충분한 점 등의 법리로 반박했다. 또 A 씨가 범행 직후 '나 오늘 살인, 살인했거든요', '예, 사람 죽였다고요', '거 한 사람 죽였어요, 몰라요. 나도 몰라, 한사람 죽였다고요' 등의 내용으로 신고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여기에 1심은 다툼의 배경이 된 '여성 이야기 및 금전 문제'와 관련된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 범행 도구의 날 길이가 12~13㎝로 사람을 해치기 충분했던 점, 피해자를 살핀 의사의 진단 등을 제시하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1심은 "피고인은 반성이나 미안함보단 사건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도 고려했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기각했다. 특히 2심은 "피고인이 원심에서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다가 당심에서 자백했으나, 양형 조건 본질에 변화가 발생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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