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욘세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정규 8집 '카우보이 카터(Cowboy Carter)'로 '올해의 앨범'을 받았다.
비욘세는 컨트리, R&B, 어쿠스틱 팝이 섞인 이 음반으로 컨트리를 포함한 많은 미국 장르의 흑인적 뿌리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래미 어워즈에 총 99번 노미네이트됐다. 특히 이날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베스트 컨트리 앨범(Best Country Album)', '최우수 컨트리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3개 트로피를 추가해 35번 수상으로 역대 최다 수상자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그런데 비욘세는 이전까지 '그래미 어워즈'에서 단 한 번도 올해의 앨범을 받지 못했다. 그녀가 해당 부문 후보로 오른 건 이번까지 다섯 차례다. 앞서 제너럴 필즈 부문을 통틀어서 비욘세가 가져간 상은 단지 한 개에 불과했다. 2010년 '싱글 레이디스'로 '올해의 노래'를 차지했었다.
이로 인해 비욘세가 주요상에선 외면 받는 상황에 대해 '화이트 그래미' 등 비판의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수상으로 이들 부부는 한을 풀게 됐다.
특히 비욘세는 21세기 그래미에서 '올해의 음반'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됐다. 비욘세 이전 마지막은 26년 전 '더 미스에듀케이션 오브 로린 힐(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의 로린 힐이었다. 힐 전에는 나탈리 콜과 휘트니 휴스턴이 있었다. 즉, 비욘세는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네 번째 흑인 여성이다.
비욘세는 수상소감에서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그녀는 컨트리뮤직의 본고장 테네시 내슈빌에서 최고의 컨트리 뮤직 공연장으로 통하는 '그랜드 올 오프리'에서 공연한 최초의 흑인 컨트리 여성 가수인 린다 마텔의 이름을 거명하며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비욘세와 이번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후보로 맞붙은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시상자로 나서 비욘세에게 '베스트 컨트리 앨범'을 수여한 대목도 화제였다. 스위프트는 컨트리로 출발한 '미스 아메리카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래퍼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는 상업적이지 않은 트랙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로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등 제너럴필즈 2개 부문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이 곡은 캐나다 힙합 제왕 드레이크를 디스한 곡으로, 영예를 안아 주목 받았다. 그간 그래미는 디스 곡을 다루는 데 조심했기 때문이다.
라마는 최근 큰 산불 피해를 겪은 LA를 향해 "우리는 이 노래를 도시에 바칠 것"이라고 외쳤다.
라마는 아울러 이날 '랩 퍼포먼스' '랩 노래' '뮤직비디오' 부문도 받으며 이날 최다관왕인 5관왕을 썼다.
미국 팝스타 채플 론(Chappell Roan)이 오랜 무명 생활을 딛고 제너럴 필즈의 하나인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부문'을 차지한 점도 주목해야 했다. 론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미국 팝스타 사브리나 카펜터를 제치고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부문'을 받았다.

공개적으로 퀴어 선언을 한 론은 2023년 발표한 앨범 '더 라이즈 엔드 폴 오브 어 미드웨스트 프린세스스(The Rise and Fall of a Midwest Princess)'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 앨범에서만 '굿 럭, 베이브!(Good Luck, Babe!)', '레드 와인 슈퍼노바(Red Wine Supernova)', '핫 투 고(Hot To Go!)' 등의 히트곡을 냈다.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레이블은 뮤지션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임금과 건강 관리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데뷔를 준비 중인 아티스트에겐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론은 또한 "시스템에 배신당하고 비인간화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었다"고도 토로했다. 그녀는 이어 객석의 많은 환호를 받은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레이블, 우리들은 당신을 잡았지만 당신들은 우리를 잡았나? 레이블은 아티스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냐?"
론은 2015년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핑크 포니 클럽(Pink Pony Club)'을 포함한 여러 싱글을 발표하면서 음악 경력을 시작했다. 2020년 레이블은 그녀를 제외했다. 론은 데뷔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 전 고향으로 돌아가 도넛 가게와 카페 등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다.

이날 산불 피해를 입은 LA를 위한 노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을 듀엣한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는 자신들의 원 듀엣곡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를 차지했다. 가가는 수상 소감에서 "트랜스젠더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다. 퀴어 커뮤니티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R&B 여왕' 앨리샤 키스는 올해 '닥터 드레 글로벌 임팩트' 주인공이 됐다.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최근 대기업에서 폐기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날 시상식에서 1960년대를 풍미한 록 밴드들인 '비틀스'와 '롤링스톤스'가 록 부문을 차지하며 오랜만에 그래미를 안은 것도 화제가 됐다.
비틀스는 존 레넌의 미완성 곡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발표한 신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으로 '최우수 록 퍼포먼스'를 받았다. 비틀스의 수상은 1997년 이후 28년 만이다.

이날 그래미 시상식 퍼포먼스 전반은 산불과 관련 도시의 회복탄력성에 주목했다.
오프닝 공연은 이번 산불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LA 기반의 밴드 '다우스(Dawes)'가 연주한 랜디 뉴먼(Randy Newman)의 '아이 러브(I Love L.A)'였다. 역시 LA에서 태어나고 자란 빌리 아일리시는 친오빠이자 음악 파트너인 피니어스와 함께 LA 산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히트곡 '버즈 오브 어 피더(Birds of a Feather)'를 불렀다. LA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온 아일리시는 "우리는 LA를 사랑한다"고 외쳤다.
쇼가 끝나갈 무렵, MC인 트레버 노아는 시청자들이 구호 활동에 700만 달러(약 102억원)를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그래미는 실시간으로 구호 기금을 모금했다.
이밖에도 이번 그래미 시상식에선 주목할 만한 장면이 수두룩했다. 미국 래퍼 겸 배우 윌 스미스는 작년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프로듀서 퀸시 존스를 추모했다.
자신을 외면한 그래미 조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이 시상식과 불화를 겪어온 캐나다 R&B 스타 더 위켄드(The Weeknd)는 미국 힙합 뮤지션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와 함께 자신의 새 싱글 '크라이 포 미(Cry For Me)'와 '타임리스(Timeless)'를 깜짝 공연하며 이 시상식과 갈등 관계를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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