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입력 2025.01.29 07:02수정 2025.01.29 07:02
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정덕현의 페르소나K]
방송인 박경림 /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정덕현의 페르소나K]
방송인 박경림(왼쪽)과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정덕현의 페르소나K]
방송인 박경림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정덕현의 페르소나K]
방송인 박경림 /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정덕현의 페르소나K]
방송인 박경림 /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정덕현의 페르소나K]
방송인 박경림 /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경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정덕현의 페르소나K]
방송인 박경림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편집자주]'K-컬처'는 이제 '글로벌 문화'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K-팝', 'K-드라마', 'K-예능', 'K-무비' 등은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뉴스1은 지구촌 전역에서 주목 받고 있는 'K-엔터테인먼트'의 주역들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가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정덕현의 페르소나K] 코너를 마련, 독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한때 '덕후'라는 말은 비하적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덕질, 덕업일치, 성덕 같은 말들이 일상어가 될 정도로 덕후는 무언가에 열정적인 이들을 지칭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덕후들이 최애에게 갖는 마음, 즉 팬심에 가까운 열정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된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성공한 이들을 보면 팬심에서 시작해 최애를 닮아가고 그래서 그 분야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된 ‘성덕’들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박경림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이라 불러도 될 법한 인물이다. 그녀의 시작은 팬심이었다. 박수홍의 팬클럽 회장으로 맹활약하다 방송계로 들어와 최연소 연예대상을 받았고, 예능계 최고의 스타였으며, 연기는 물론이고 음반까지 냈던 톱스타였다. 결혼 후 잠시 활동이 줄어들었지만, 그 후 다시 영화 GV행사 등으로 최고의 진행자로 떠올랐다. 거의 모든 대중문화 분야에서 최고점을 찍은 박경림은 우리 시대의 성덕을 떠올리게 하는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다.

◇ 성공한 덕후, 박경림

사실 내가 본격적으로 대중문화 관련 글을 쓰기 전부터 박경림은 톱스타였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 섭외 1순위인 예능인이었고(이를테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톱스타들만 한다는 게릴라콘서트에 출연해 무려 1만 5000명이 모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던 인물이었다), MBC 시트콤 '뉴 논스톱'에서 조인성과의 멜로 연기를 선보여 장안의 화제가 됐던 배우(?)이기도 했다(실제 드라마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또 박수홍과 함께 냈던 '착각의 늪'이란 곡을 히트시킨 가수이기도 했고, 미국 유학 후 돌아와서는 '헤어스프레이'라는 뮤지컬에서 트레이시 역할로 노래했던 뮤지컬 배우이기도 했다. 현재에도 영화 GV행사 등으로 최고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중문화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최고의 위치에 오른 박경림의 팬이기도 했던 나 역시 그녀를 만나 인터뷰 그 자체가 '성덕'이 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에는 없던 말이지만 저 박경림도 '성덕'이 맞죠. 제가 박수홍 씨 팬클럽을 만들었으니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MC 되는 게 꿈이었는데 박수홍 씨를 보고는 그 젠틀한 모습에 푹 빠져버린 거예요. 저는 팬심이라는 게 누군가를 무조건 응원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팬클럽 활동을 하며 응원했는데, 그러면서 저도 그런 꿈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 같이 진행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팬들의 마음이 사실 그런 게 있거든요."

응원을 많이 받은 자만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하던가. 어려서 박경림의 가정환경은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별로 느끼지 않고 자랐는데 박경림은 그 이유는 자신을 응원해 줬던 부모님 덕분이라고 말한다.

"우리 집도 먹을 게 없어 어려운데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밥 먹이고 응원하고 하셨어요. 어려운 분들을 보면 도와줘야 잠을 편히 자시는 분들이었죠. 그런 환경에서 살다 보니까 부족함을 못 느꼈던 거 같아요. 엄마가 어릴 때 제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경제적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 근데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응원한다."

어려서 박경림을 무한 응원해 준 1호 팬은 부모님들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장기 자랑 사회를 어쩌다 보게 되면서 처음 전교생들의 박수를 경험했다. 그것이 박경림이 MC를 꿈꾸게 만들고, 박수홍의 팬클럽을 만들어 응원하고, 그러다 박수홍과 나란히 방송을 같이하며 누군가의 응원을 받게 된 ‘성덕’이 된 계기였다.

"너무 좋은 거예요. 사실 부모님 외에 네 꿈이 뭐니 이런 걸 묻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근데 아이들 박수를 받으니까 모두 나를 응원해 주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하겠는거예요. 박수만이 아니라 썰렁한 이야기를 하면 야유를 보내도 좋더라고요. 반응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그게 좋았던 거죠."


◇ 팬심,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닮고 싶은 마음

팬심이란 도대체 뭘까. 박경림은 팬심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고 그래서 그 사람이 잘 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며, 나아가 본인 역시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 사람한테도 내가 영향을 끼치거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또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남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저 역시도 좀 더 멋진 사람, 좋은 사람 그리고 꿈을 이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생기죠. 저는 사실 정말 감사한 게 그 팬심으로 지금까지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요즘이야 1인 방송도 많고 SNS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 그때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기획사를 통해서 데뷔하거나 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냥 그 라디오캠프에 출연하고 그러면서 그냥 꿈을 좇는 소녀였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이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것 같아요."

박경림은 실제로 박수홍은 물론이고 '별이 빛나는 밤에'로 인연이 돼 처음 라디오 코너를 할 수 있게 해줬던 가수 이문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렀다. 지금처럼 SNS가 있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경림은 어찌 보면 현재 평범한 일반인들이 유튜브나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스타가 되기도 하는 이 변화를 앞서서 경험한 인물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연예인은 손에 잡히지 않던 존재였지만, 박경림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의 친근함을 앞세워 한껏 가깝게 다가왔다.

"친구 같다. 동생 같다.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뉴논스톱'에서 조인성 씨와 멜로 연기를 할 때는 '대학 가면 다 조인성을 만날 거 같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죠. 그때 너무 좋았던 게 '뉴논스톱'에서 제 이름을 썼잖아요. 제가 예전에 실제로 아르바이트도 워낙 많이 했고 집에서 부업도 많이 했었거든요. 작가님들께서 그걸 캐릭터에 녹여주셨어요. 그러니까 그냥 저를 연기했고, 그게 진짜여서 더 사랑받았던 거 같아요."

요즘으로 치면 그건 진심이라 사랑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성이 중요해진 시대를 박경림은 일찍이 앞서갔던 거였다. 2023년 말에 방영됐던 '어쩌다 사장3'에서 미국에서 슈퍼를 맡아 영업하게 됐던 조인성을 돕기 위해 알바생으로 투입됐던 박경림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던 건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 돋보였던 특유의 열린 마음 때문이었다. 이처럼 세상에 자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소통하는 그 용기는 어디서부터 나온 걸까.


◇ 오픈 하우스가 만든 오픈 마인드


"진짜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건 제가 5학년 때까지 단칸방에 살았는데 집 자체가 오픈이었어요. 방송에서는 '러브하우스'가 나왔지만 우리 집은 '오픈하우스'였죠. 단칸방들이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래서 아버지가 술에 취하시면 그렇게 옆집 문으로 들어가고 그랬어요. 충분히 헷갈릴 수 있잖아요. 그때야 가능한 얘기지만 환경 자체가 우리 집에 누가 와도 이상하지 않게 자랐거든요. 그래서 누구를 경계하거나 의심하거나 그런 환경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이야 가수가 연기를 하고, 연기자가 노래하는 식의 멀티테이너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당대에는 이런 것이 도전적으로 느껴지던 시대였다. 그런 상황에서 박경림은 연기도 하고 심지어 앨범도 내는 일에 있어서도 오픈 마인드였다. 그런데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는 팬심이 숨겨져 있었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이.

"어마어마하신 분들이 같이 참여했어요. 주영훈, 조규만, 김장훈, 윤종신, 이수영, 이기찬, 유리상자, 유희열, 이지훈 같은 쟁쟁한 분들이 앨범을 도와주셨죠. 제가 가수도 아니고 선뜻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 앨범이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좋은 분들이 많이 참여도 해주신 거고요."

이른바 덕질은 사실상 그만큼 시간을 쓰는 일이다. 심지어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함께 써준다는 것. 게릴라 콘서트 당시 '착각의 '늪이란 곡을 많은 팬들이 사랑해 주고 그곳까지 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박경림은 각별한 소회를 전했다.

"나이가 이제 한 살 한 살 들면서 더 느끼는 게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게 본인의 시간을 함께 써주는 거더라고요. 그것만큼 고마운 게 없어요. 근데 그렇게 직접 오셔서 제가 뭐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응원해 주시고 그 게릴라 콘서트가 성공하기를 도와주신 거잖아요."

◇ 영화에 대한 팬심이 만든 새로운 길

현재 박경림은 영화 행사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사전에 작품을 공부하는 건 물론이고 작품에 맞는 의상까지 준비해 무대에 오르는 것이 화제가 될 정도로 마음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박경림 특유의 팬심이 들어가 있었다.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옛날에 동시 상영을 많이 했을 때 꼭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나가서 단성사, 서울극장, 피카디리, 허리우드극장에 갔죠. 이렇게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영화관들이 있었잖아요. 영화를 보면 사실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저 역시도 잠시나마 제 현실을 잊을 수 있었고 2시간 동안 다른 곳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되게 좋아했던 사람인데 저에게 영화를 진행할 수 있는 제작 보고회나 제작 발표회, 시사회, 무비토크 등 그 영화를 알릴 수 있고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긴 거예요. 너무 좋았죠. 덕후 출신으로서 출연하는 배우분들 그리고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나 매력 같은 거를 전달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잖아요. 팬심 그 자체였죠."


OTT가 등장하면서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과거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도 줄어들었다. 영화 행사에 많이 서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극장은 극장만이 갖고 있는 좋은 것들이 있다는 걸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결국 극장에서만 봐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받는 영화들이 또 있어요.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도 이 변화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하시죠. 극장은 극장만의 감성이 있거든요. 기다리는 시간, 팝콘 냄새 이런 것들이 다 극장 체험이라고 봐요. 이거는 변하지 않는 힘인 것 같아요."

◇ 변화하는 세상과 변하지 않는 것들

극장의 사례가 그렇지만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팬과 스타와의 관계도 그렇다. 추종의 관계에서 서로 성장하는 관계로 바뀐 것이다. 박경림만큼 이 변화를 피부로 느낀 인물은 없을 거라 생각된다.

"제가 98년도 데뷔를 했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은 환경이나 이런 것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많이 바뀌었죠. 예전에는 팬과 스타와의 관계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그 모습을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약간 수직의 형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는 수평의 형태가 된 것 같아요. 수직에서 수평으로 오는 그 과정에 저는 늘 중앙에 있었던 것 같고요.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 그거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함께 발맞춰 갈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할 때 팬덤도 함께 움직이고 그래서 팬들의 기부문화도 생겼죠. 조공과 역조공 같은 주고받는 팬덤 문화는 그래서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박경림은 이런 변화를 중심에서 느끼며 살아왔다. 그 변화에는 방송 트렌드의 변화도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유튜브 같은 새로운 매체로 예능 트렌드의 축이 옮겨가는 그런 변화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박경림은 어떻게 적응해 왔을까.

"사실 그 환경에 제가 순응하든 불응하든 환경은 계속 바뀌더라고요. 제가 그 환경에 적응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환경은 계속 바뀐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바뀌는 환경을 계속 알려고 노력해요. 제가 예전에 잠깐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잖아요. 제가 없었던 그 2년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빨리 변화하는 것 같아요. OTT의 시대가 됐고 숏폼의 시대가 됐고 도파민의 시대가 됐죠. 이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저 역시 알려고 노력하는데, 희한하게도 그러면 그럴수록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든 드라마든 숏폼이든 결국 행복을 찾고 즐거움을 찾고 위로를 받고 응원을 받기 위해서 본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죠. 변화하고 있어서 소외되고 응원이 필요한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분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만 제가 지금 하는 가교 역할도 할 수 있는 거죠."


◇ 진행자로서 박경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박경림 하면 화려한(?) 인맥이 떠오른다. 박수홍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조인성과 최근까지도 '어쩌다 사장3'에 나가 응원할 정도로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녀가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저는 '약한 연결'을 좀 좋아해요. 너무 '강한 연결'은 나중에는 부담스럽기도 하죠. 약하게 연결되어 있어 유연하게 휠 수 있는 관계를 좋아해요. 상대를 제 마음대로 바꾸려고 안 하는 편이고 좀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해요. 그것이 관계가 오래도록 좋게 이어지는 비결인 것 같아요."

사실 박경림은 '허스키 보이스'를 개성으로 가진 방송인이다. 하지만 과거 MC를 한다거나 할 때 허스키 보이스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었다. 그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바꾼 걸까.

"지금은 허스키 보이스를 가진 분들이 매우 많아졌고, 가수분들도 많죠. 그만큼 그걸 매력으로 생각해 주시는데, 예전에 제가 데뷔했을 때만 해도 절대 MC는 못 한다고 했어요. 저는 이미 초등학교 때 성대결절이 왔거든요. 응원단장을 했는데 당시에는 목 관리 이런 개념이 없었어요. 굉장히 고민이 됐죠. 약점이자 결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걸 그냥 내 시그니처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목소리에 신경 쓰이지 않도록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너무 개성으로만 밀고 갈 수는 없어서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려고 굉장히 많이 훈련하고 있어요."

박경림의 진행을 보면 특유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건 본인도 그렇지만 함께 무대에 서는 이들도 똑같이 보여주는 편안함이다. 또 현장 상황에 맞게 순발력을 발휘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녀만의 어떤 노하우가 있는 걸까.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불편해서 좋은 분위기가 있잖아요. 불편하기 때문에 더 긴장해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자리가 그렇죠. 반면 저는 정반대로 편해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요. 사실 저는 오래 활동을 해서 함께 하는 분들과 라포 형성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전작도 만나고 전전작도 만나고 데뷔 때부터 알게 되고 그러면서 새로운 행사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있는 거죠. 그래서 절 편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 그녀가 여전히 꾸는 꿈, 그리고 여전한 응원

영화 행사 진행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고 여러 방송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박경림은 대중문화 거의 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그려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제가 활동해 온 시간을 돌이켜 보면 부모님께 감사하게 받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또 응원하게 되고, 저도 또 응원받으면서 이렇게 온 것 같아요. 제가 미국에 잠시 있었을 때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많이 봤거든요. 연말에 쿠폰북을 줄 서서 받으면 거기서 70%, 80%, 9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이 있어요. 그렇게 뮤지컬을 많이 보면서 '뮤덕'이 됐어요. 그중에서 '헤어스프레이'라는 뮤지컬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는데 제가 2년 동안 거기서 버틸 수 있었던 게 그 뮤지컬 덕분이었죠. 1960년대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그 주인공이 그때 미국에서 혈혈단신 외롭고 힘들었던 저와 너무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뮤지컬을 스무 번 이상 보면서 그 노래를 매일 따라 불렀어요. '굿모닝 볼티모어'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씩씩하게 나도 트레이시 턴블레이드처럼 이겨내야겠다. 그러면서 저 뮤지컬의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 뮤지컬에 도전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그 뮤지컬을 한국에서 하게 될 때 오디션에 나갔는데 탈락하고 프로듀서를 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다음 앙코르 공연할 때 제가 오디션에 뽑혀서 그 트레이시 역할을 하게 됐죠. 그렇게 뮤지컬과 인연을 맺었고 공부도 해왔는데 최근에는 감사하게도 부족한 제가 '드림하이'라는 뮤지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하게 됐어요. 댄서들이 중심이 되는 춤 중심의 쇼 뮤지컬이거든요. 이제 4월 5일부터 하는데요. 제가 이번에는 우리 댄서들의 팬이 돼서 덕심으로 댄싱 덕후가 되려 해요. 뮤지컬을 통해 댄서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꿈 꾸는 분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팬심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걸까. 팬심은 그 사랑을 주는 대상은 물론이고 자신 또한 성장시킨다. 마음을 갖고 있지만 행동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누군가 살짝 등을 밀어주는 그 힘은 의외로 큰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등을 밀어주는 좋은 마음은 그 사람 자신도 변화시킨다.
이것이 팬심이 성덕이 돼가는 과정이다. 이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덕' 박경림은 자신의 삶을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 유튜브 채널 '뉴스1연예TV'에서 관련 영상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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