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30주년 동행 롤링홀' 김천성 대표 "라이브클럽엔 멋이 가득하죠"

입력 2025.01.29 07:02수정 2025.01.29 07:02
1995년 신촌 롤링스톤즈로 출발…올해 30주년 YB·크라잉넛·체리필터 등 거쳐가 1년에 기획공연만 100회 방탄소년단 RM, 동경해온 장소…소극장 콘서트 열기도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대중예술 부문 수상 6월까지 개관 30주년 기념 릴레이 공연
'인디 30주년 동행 롤링홀' 김천성 대표 "라이브클럽엔 멋이 가득하죠"
[서울=뉴시스] 김천성 대표. (사진 = 롤링홀 제공) 2025.0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LA메탈, 헤비메탈 같은 하드코어 음악 장르의 흐름을 보면서 언젠가 '이 장르가 트렌드가 될 거야'라고 확신했었어요."

미국 LA메탈의 상징인 '스키드 로우(Skid Row)', 미국 하드록 밴드 '건스 앤 로지스'를 광적으로 듣고 국내 밴드 '사하라'와 '블랙홀'의 열광적인 팬이었던 록 키드(Rock kid)'의 예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의 심장을 여전히 연주하고 있는 주인공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인디계 성지'인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다.

그는 20대 초반 청년 시절에 "분명 밴드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 거야"라는 굳센 신뢰로 음악업계에 발을 들였다. 50대 중년이 된 지금은 그 믿음이 약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연함을 얻었다.

최근 홍대 앞 롤링홀에서 만난 김 대표는 "조금이라도 이 신이 활성화되고 더 많은 록 스타들이 나와서 대중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다 열고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1995년 6월 신촌 롤링스톤즈로 출발한 롤링홀은 홍대 라이브 공연 문화를 만들어온 곳 중 하나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국내 인디 음악 신(scene)과 발맞춘 행보를 해왔다.

김 대표의 형인 김영만 전 대표가 오픈했던 공간을 1997년 김 대표가 인수했다. 2005년 합정동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이름도 롤링홀로 바꿨다.

특히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 등 여러 위기에도 홍대 앞 터줏대감 역을 해왔다. 2000년 공연장 내부 화재 당시엔 크라잉넛, 허클베리 핀, 체리필터 등이 노개런티로 공연장 돕기에 나설 정도로 문화적인 유산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인디뮤지션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해온 공로로 2021년엔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대중예술 부문을 받았다.

YB를 필두로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수많은 밴드들이 이곳을 거쳤다. 명실상부 거물 밴드가 된 잔나비, 실리카겔도 이곳에서 공연했고 웨이브 투 어스, 더로즈 같은 한류 밴드들도 무대에 올랐다. 현 밴드 붐의 주역 데이식스도 데뷔 초창기 롤링홀 무대에 섰다.

2022년 12월엔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 롤링홀에서 200명 규모의 소극장 콘서트 'RM 라이브 인 서울(Live in Seoul)'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 '대남조선힙합협동조합' 멤버로도 활약했던 RM은 아마추어 시절 가장 동경하고, 서고 싶었던 무대로 롤링홀을 꼽은 적이 있다. 최대 5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이곳은 많아야 100명 앞에서 공연했던 인디 밴드나 언더그라운드 래퍼에게 '꿈의 무대'와 같은 곳이었다. 국내 올림픽주경기장은 물론 세계의 숱한 스타디움 무대에 올랐던 RM이 이곳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던 이유다.

'인디 30주년 동행 롤링홀' 김천성 대표 "라이브클럽엔 멋이 가득하죠"
[서울=뉴시스] 롤링홀 무대에 오른 RM.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5.0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RM이 좋아하는 팀으로 꼽은 밴드 자우림, 체리필터도 이곳에서 이름을 알렸다. 체리필터 보컬 조유진은 RM의 첫 솔로 정규 앨범 '인디고'의 타이틀곡 '들꽃놀이'를 피처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RM은 첫 솔로 첫 콘서트를 스타디움에서 했어야 하는 뮤지션인데 조그마한 롤링홀에서 했다는 게 실은 아직도 잘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RM이 인디 뮤지션들이랑 협업하는 거 보면서 '진심이구나'를 느꼈어요. 잘 되는 친구들은 다 이유가 있어요. 생각이 너무 깊어요. RM 덕분에 인디 신이 한 번 더 조명을 받았죠. 저희들에겐 정말 센세이션한 일이었거든요. 너무 고마웠죠."

롤링홀 무대는 아니었지만 서태지가 2000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인디 밴드들과 콘서트를 열었을 당시도 김 대표의 뇌리에 각인됐다.

"당시 서태지 씨가 신비감에 휩싸여 있던 때잖아요. 대기실에 가서 인사했는데 저희가 나눠준 스태프 도시락을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그땐 많이 놀랐어요. 근데 소탈한 분이시더라고요."

김 대표는 최근 '밴드 붐'도 관심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기획 공연을 1년에 100회씩 하는 만큼, 뮤지션별로 팬 유입 관련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이를 분석하면서 실제 그 효과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분명 밴드에 대한 호응의 변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형 기획사에서도 밴드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많잖아요. 대형 기획사에서 밴드 세팅을 하는 부분들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앞으로는 자연적으로 결성된 그룹을 캐스팅하는 것도 대형 기획사의 몫이라고도 봅니다."

김 대표는 대형기획사뿐 아니라 인디 신 자체도 활성화를 위해 변화하는 흐름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봤다.

"이제는 월드와이드 시대가 됐잖아요. 90년대 중반이랑 지금의 시스템은 많은 차이가 있어요. 예전 인디는 '독립적으로 갈 거야'라는 마음이 컸다면, 요즘은 시스템 접근에 용이하도록 그들을 돕는 게 중요하죠. 아울러 밴드 포맷의 아이돌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잘하는 뮤지션이 너무 많아요. 또 이 친구들의 성장하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죠. 데이식스 이후로 우리나라 음악판, 밴드판이 많이 바뀌었어요. 인디에서 활동하는 몇몇 뮤지션들의 목표가 데이식스예요. '4대 기획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활동 바운더리를 전 세계적으로 넓히고 싶은 거죠. 큰 팬덤도 갖고 싶은 거고요. 사실 인디 30년이면 오래된 건 아니잖아요. 많은 걸 열어놓고 교류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디 30주년 동행 롤링홀' 김천성 대표 "라이브클럽엔 멋이 가득하죠"
[서울=뉴시스] 김천성 대표. (사진 = 롤링홀 제공) 2025.0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다양한 색깔의 밴드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또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한 때 "헤비메탈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밴드 팬과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게 만든 걸밴드 '큐더블유이알(QWER)'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김 대표는 "이 친구들이 포기를 안 하고 계속 한다고 하면 정말 인정 해줘야 되지 않을까 해요. 메이저 시스템의 뮤지션들이 정말 많이 연습을 한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인디 신은 K팝과 함께 우리 대중음악의 버팀목이다. 올해 역시 30주년을 맞은 K팝 개척사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주축이 된 대형 기획사가 메인스트림의 음악의 물꼬를 터줬다면, 인디 신은 그 밑 언더그라운드에서 우리 음악의 다양성에 힘을 보태왔다.

그런데 인기 생태계에서 가장 열악한 지점은 터전인 소극장, 라이브클럽 등 공간 지원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극 중심인 대학로 등에 비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태생적 구조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

김 대표는 그래서 홍대 앞 인디 신이 더 커지기 위해선 이곳을 거쳐간 대형 밴드들이 가끔 고향으로 돌아와 공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YB, 체리필터 같은 팀은 여전히 롤링홀에서 공연하거든요. 개인적으로 너무 고맙고, 신을 위해서도 진짜 멋있는 그림이죠. 잘 된 선배가 공연한 클럽을 후배들이 동경하고 직접 오르는 선순환이 필요하죠. 롤링홀과 저는 그런 브리지를 해주고 싶어요."

롤링홀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올해 초부터 6월까지 록은 물론 힙합, 발라드, R&B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의 릴레이 공연을 마련한다.
앞서 1차 라인업엔 노브레인, 허클베리피, 크랙샷, 잠비나이 등이 포함됐다. 2차 라인업엔 YB, 크라잉넛x킹곤즈, 9와숫자들, 해서웨이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롤링홀이 아니어도 홍대 앞 유서 깊은 라이브 클럽들을 거명하며 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클럽 에반스는 재즈 쪽에서 전설이죠. 클럽 FF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플레이스고요. 이런 소중한 공간들이 마니아만 오는 곳이 아닌 좀 더 많은 대중이 올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작은 라이브 클럽엔 정말 음악 잘하는 젊고 멋있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우리만 보기엔 정말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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