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정통 개그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버라이어티에 진출해 '톱 MC'로 우뚝 선 예능인. 이 같은 '코미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방송인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박나래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예능인 중 한 명이다.
데뷔 전부터 방송에 출연하며 끼를 발산하던 박나래는 2006년 KBS 21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후 박나래는 KBS 2TV '개그사냥'과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다양한 분장쇼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2015년 MBC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 등에서 예능감을 발산하며 '대세 코미디언'으로 떠올랐다. 그 후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인으로서 꽃을 피웠다.
센스 넘치는 예능감과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은 박나래의 주무기였다. 기복 없이 활약하며 '대체 불가한 예능인'으로 자리 잡은 박나래는 2019년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등으로 '2019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하며 방송인으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그 후에도 박나래는 여전했다. 웃음을 주기 위해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 꾸준한 노력은 박나래를 '톱 예능인'으로 만들었다.
그런 박나래에게 지난해는 '변화'의 해였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던 회사에서 나와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게 됐고, 유튜브 콘텐츠도 시작했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하는 유튜브는 적응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고,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아직 결과물 없이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박나래는 즐겁고 유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좋다며 웃었다.
1985년 10월생으로 올해 세는 나이로 41세가 된 박나래는 40대에 접어든 뒤 더 단단해졌다. 아직도 하고 있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은 이 '열정 부자'를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마흔아홉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박나래 편①에 이어>
-보통 코미디언들이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다 보면 정통 코미디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쏟기 어렵지 않나. 그래서 지난해 '코미디 리벤지'에 출연한 게 놀라웠다.
▶코미디는 내 '뿌리'니까. 여전히 애정이 있다. 사실 처음 섭외가 왔을 때는 고사했다. 솔직히 말하면 '잘하면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사를 하고도 계속 고민이 되더라. 그러다 뒤늦게 영화 '파묘'를 봤는데, 뱀여인이 인상 깊었다. 공개 코미디를 하면 분장을 한 번은 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연락해 '코미디 리벤지'에 출연하겠다면서 '뱀여인은 할 겁니다'라고 했다. 아직 분장쇼가 있다는 얘기도 없었는데.(웃음) 그만큼 표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만큼 박나래가 보여준 '뱀여인'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 이경규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을 정도였는데, 본인도 만족하나.
▶한혜진 언니가 본인 일만 집중하면서 사는 스타일인데, 회식 자리에서 만났을 때 '나 뱀여인 봤어, 내가 여기서 뱀여인을 볼 줄이야'라면서 열렬히 호응을 해주더라. 도연이도 보고 대단하다고 하고. 후배들도 술자리에서 '나래 선배님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본인들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는 반응을 전해 들었다. 사실 하면서도 '그 정도까지 했어야 하나' 싶었는데, 무대에만 오르면 눈이 돈다.(웃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미련이 남는 스타일이어서 '후회할 바엔 다 하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반응이 좋아 행복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하지 않았나. 오랜만에 정통 코미디로 큰 사랑을 받은 소감이 궁금하다.
▶기분 좋은 거 90%에 민망한 거 10% 정도?(미소) 후배들을 이겨 먹으려고 한 게 아닌가 싶어 민망하다. 그래도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어 기분 좋고 뿌듯하다.
-최근 수년 사이 코미디 트렌드가 많이 변화하지 않았나. 정통 코미디로 개그를 시작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흐름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공개 코미디는 지난 수년 동안 '위기론'이 나왔지만, 선후배들이 무대를 지키면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개그콘서트'는 재미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지 않나. 그런 시도들이 반갑고 앞으로 더 잘 됐으면 좋겠다. 또 요즘은 스케치 코미디 시장도 커졌다. 나 역시 스케치 코미디를 다 챙겨보는 편인데,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짰지?'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킥서비스'의 2033년 시리즈, '숏박스'와 '180초', '폭스클럽'도 너무 잘 보고 있다. 요즘 코미디언 친구들은 정말 다르더라. 그런 걸 보면서 '코미디가 또 이어지는구나' 싶고 나도 팀을 꾸려 보고 싶은 욕심도 난다.
-지난 2019년 'MBC 연예대상'까지 받고 코미디언으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는데, 이후 예능인으로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을까.
▶대상을 받은 후에는 매년 버킷리스트를 쓴다. 그 중 항상 1번은 '박나래 하면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다. 꼭 MC롤이 아니라 플레이어여도 내가 할 역할이 확실히 있으면 좋다. 또 나는 제작진에게 '나래 씨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고, 항상 똑같이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래서 오히려 나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은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항상 노력하고 싶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대상을 받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회사도 나오고 유튜브도 시작하고, 지난해는 박나래에게 '변화'의 해였던 것 같다. 일상에 큰 변화를 준 계기가 있었나.
▶정말 놀랍게도 아무런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다. 마흔이 된 지난해에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를 실행할 수 있었다. '마흔을 기점으로 많은 게 변한다'라는 얘기가 구전처럼 내려오지 않나. 그런데 내가 그 말처럼 급물살을 탄 것 같이 상황이 많이 바뀌어 있더라. 아마 30대 박나래였다면 그런 결정을 못 했을 거다.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
▶스스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만날 매니저에게 '사람들이 한 번도 안 했던 걸 도전해, 왜 안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