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한국 불안한 나라" 평가

입력 2025.01.20 06:25수정 2025.01.20 14:32
법원 난입 폭력사태, 韓 경제 악영향 우려 커져
외국 기업,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투자 재검토
소비자심리지수 급락…경제 전반 비관적 전망도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한국 불안한 나라" 평가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담장 너머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2025.01.18.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일으킨 이른바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 여파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정치적 불확실성에 발목 잡힌 우리 경제가 정치적 양극화와 함께 급기야 폭력사태로 비화한 만큼, 외국 기업과 해외 자본의 시선이 더 불안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축된 투자와 소비가 되살아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12·3 비상계엄 이후 금융시장 안정과 국가신용도 유지를 위해 해외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관계자들과 두 차례 만나 “모든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美 의회의사당 폭동 당시 경제 27억달러 손실

하지만 서부지법 폭력사태로 한국의 호소는 설득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위상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미국 정부 회계사무소는 의회의사당 폭동으로 미국 경제가 27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도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들은 지속해서 한국에 지지를 보냈지만, 이번 법원 폭력사태로 '한국은 불안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커지고, 대외 신인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계에서도 외국 기업과 글로벌 자본의 한국에 대한 시각 변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제조회사 임원은 한국을 새로운 아시아 거점 후보로 고려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재검토에 들어간 기업이 여러 곳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尹 구속' 정치·사회적 갈등 여파로 소비시장 얼어붙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시장은 더 움츠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구속 여파로 정치·사회적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아예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100.7)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소비자 기대심리가 장기 평균(2003~2023년)보다 비관적이란 의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불과 이틀 남기고 불거진 폭력사태에 통상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부터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교역국을 중심으로 관세 폭탄,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다양한 압박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국은 그동안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더 큰 나라들 사이에서 미국 행정부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로키(low key)’ 전략을 써 왔다. 하지만 이번 법원 폭력사태로 해당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통상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나올 메시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서부지법서 벌어진, 불법 행위 엄정 사법 처리"

앞서 19일 새벽 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부지법 건물을 부수고 취재진과 민간인을 폭행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발부 전후로 서부지법에 난입하는 등 난동을 부린 86명을 연행하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기로 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 사법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한국 불안한 나라" 평가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가 벌어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현판이 파손돼 있다. 2025.01.19. /사진=뉴시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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