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면 죽는다? 교제살인 공포에 떠는 여성들

입력 2025.01.11 07:00수정 2025.01.11 10:21
1인가구 여성일수록 스토킹·폭력에 취약
당사자도 인지 못하는 '관계성 범죄' 위험
국가 공권력 개입 필요한 사회문제로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5.5%입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이별하면 죽는다? 교제살인 공포에 떠는 여성들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1.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는 여성 A씨는 1년 째 교제중이던 남성 B씨와 다툰 후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결별 당일 B씨는 A씨의 집을 찾아가는 등 계속해서 접근을 시도,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경고장을 발부 받았다. 하지만 B씨의 스토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며칠 뒤 술에 취한 채 A씨의 집을 찾아갔고, 대화하던 도중 주먹으로 A씨의 얼굴을 폭행, 살해 협박을 가했다.

#2. 경기도 평택에 사는 30대 남성 C씨는 최근 헤어진 연인 D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범행 후 스스로 경찰에 신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C씨는 결별 후에도 D씨에게 일방적으로 '만나달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D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흉기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1인 가구의 삶을 위협하는 교제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가 늘고 있다. 연인과의 이별 과정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급기야 살해 당했다는 기사들이 이어지면서 여성들의 불암감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의 모든 것을 알고있다' 보호 더 힘든 관계성 범죄

관계성 범죄는 상호 맺은 관계의 특성에 기반하므로,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 이미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피해자는 가해자의 침해 행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문제는 당사자들 모두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이 관계성 범죄에 해당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혹은 서로 간에 갈등이나 불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미스러운 일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뒤늦게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피해자가 이미 겪은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회복하기 힘들다.

연인 등 남녀관계의 결별 과정에서 일방의 집착으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살인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범죄로 커지기 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신속하게 격리하고 피해자를 보호조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국가는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관계성 범죄는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해야 하는 문제다.

연인이 결별할 때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집착이 얼마나 심한 지를 살펴보고, 가해자의 전과, 신고 이력, 폭력성 정도를 조사한 뒤 주거지 및 직장 노출 여부 등 피해자의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위험 관계성 범죄로 선별된 사안은 가해자에 대해 유치·구속을 적극 신청하고,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 주거 등을 지원해야 한다.

이별하면 죽는다? 교제살인 공포에 떠는 여성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기 대응과 예방대책이 중요... 공권력 개입해야

'관계성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면서 초기 대응 및 예방 대책이 중요하다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관악경찰서는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교제 폭력과 같은 '관계성 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시행에 나선다.

지난 7일 관악서는 "관계성 범죄 살인 등 강력범죄 발전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관계성 범죄의 경찰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관기관 협업과 범죄예방·홍보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 종합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관악구는 서울 25개 자치단체구 가운데 1인 여성 가구 비율이 29.4%로 가장 높다.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청 주요 112신고 순위로 스토킹이 1위, 교제 폭력이 2위로 꼽혔다.
관악경찰서는 이번 대책에 따라 관계성 범죄 112신고에 대해 적극 사건처리하고 필요시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관련 조치는 관악구뿐만 아니라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 서울시는 범죄 안전 대책으로 안전물품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는 "1인 가구 대상 범죄 형태는 대부분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형태가 많다"며 "범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한 원인 파악과 그를 통한 대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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