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계엄령을 소재로 공모전을 열었던 웹소설 플랫폼 업체가 비난이 쏟아지자, 하루만에 공모전을 취소하고 사과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웹소설 플랫폼 ‘모픽’은 지난 16일 공식 엑스(X)에 계엄령을 소재로 한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모픽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계엄령’을 소재로 한 소설 공모전이 시작됩니다”라며 “가장 대중적인 소재로 첫 화만 써보세요. 작가가 되실 수 있게 모픽이 돕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
모픽이 공지에 내건 공모전 안내 이미지에는 “계엄령만큼 핫한 소재가 있나? 소설 한번 써볼까?”라는 문구와 함께 1등에게 5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모픽은 주로 판타지나 로맨스, 코믹 등 장르의 웹소설을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실제 "계엄 상황이 들어간 이야기라면 전부 주제"라고 밝히면서 △계엄 상황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계엄 직전의 대통령으로 빙의한 이야기 △말단 계엄군으로 환생한 이야기 △계엄군에 피해입은 시민의 이야기 등 예시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모전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가 40여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던 계엄령이 그저 ‘핫’한 소재인가”라며 “한밤중에 국회로 달려나가 계엄군을 막고 광장에서 불빛을 들고 시위했던 시민들의 염원을 그저 판타지와 코믹 소설로 소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는 “아직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데, 제발 정신 차려달라”고 했다.
이밖에 “무겁고 민감한 사회 현안마저 ‘밈(meme)’과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하던 기조가 이 지경까지 왔다” "저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신기하고 저걸 채택된 것도 신기하다" "제정신 아니네" "이런식으로 소비할 일 아니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이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모픽 측은 엑스에서 해당 공지를 삭제했다. 이어 17일 입장문을 내고 “비상계엄 사태를 더욱 신중하고 무겁게 다뤘어야 하는 점에 대해 통감하며, 저희의 부족한 고민과 접근 방식으로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의 시대와 달리 계엄을 통해 느낀 공포와 두려움, 슬픔을 창작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 더 많은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도 “기획과 표현 방식에 대해 더욱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