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이 차는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샀습니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
테슬라 브랜드의 전기자동차에 스티커를 붙이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미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하며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 브랜드에 불만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의 일부 고객들이 머스크의 정치 행보로 인해 브랜드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해당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머스크가 자기 소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X에서 점점 더 우익적이고 음모론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트럼프 대선 자금으로 2억 달러(약 28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으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테슬라라는 브랜드에 대해 냉담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적극 지원해 왔으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신임을 받으면서 그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대통령의 단짝)로 불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이 예정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행보가 테슬라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진보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상충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한 테슬라 차주는 FT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를 소유하는 것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슬로건)' 모자를 쓰는 것과 같은 느낌이며, 차를 탈 때 정치적 성명을 강요당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테슬라 차주이긴 하지만 머스크는 싫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일론 미친 X인 거 알려지기 전에 샀음"(I bought this before we knew Elon was crazy), "안티-일론 테슬라 클럽"(Anti-Elon Tesla Club) 등의 스티커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스티커 제작자인 매슈 힐러는 테슬라 구입을 고려하던 중, 머스크가 우익으로 기우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또한 이미 차를 구입한 사람 가운데서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 판단해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FT에 말했다. 힐러의 스티커는 트럼프 당선 확정일 하루에만 300개 넘게 팔렸으며, 최근에는 하루 100개꼴로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FT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브랜드다. 전기차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10%에 불과하지만, 테슬라는 그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65만5000여대를 판매해 두 번째로 판매량이 많은 제너럴 모터스(GM·7만6000여 대)를 크게 따돌렸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