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복귀" 40명 부대원 식사 예약 취소에 사장 뜻밖 반응

입력 2024.12.05 05:40수정 2024.12.05 08:34
"계엄령 복귀" 40명 부대원 식사 예약 취소에 사장 뜻밖 반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비상 계엄령 선포로 군인들이 단체 식사 예약을 취소해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던 식당 사장이 "해피엔딩"이라며 후일담을 전했다.

앞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 자영업 여러 가지로 힘드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글쓴이 A씨는 모 공군부대 B 대위와 문자메시지 내용을 올리며 "교육받는 군인들이 한 달에 한 번 단체예약으로 식사 40명 오는데 계엄령 때문에 부대 복귀 하달 와서 밤에 취소할 수 있냐고 문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B 대위는 계엄 선포 2시간여 만인 4일 밤 12시 35분께 "사장님 밤늦게 죄송하다"며 "현재 계엄령 관련해서 저희에게 부대 긴급 복귀 지시가 하달돼 정말 죄송하지만 내일 식사하기 힘들 것 같다"고 연락을 취했다. 그러면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준비해 주셨을 텐데 너무 죄송하다"며 "다음에 다시 교육 올 때 꼭 들를 수 있도록 연락드리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자 A씨는 "군필자라면 당연히 이해하는 부분이다"라며 취소를 받아들였다. 이어 "개인 때문에 단체가 욕보는 모습이 씁쓸할 뿐이다. 밤늦게 고생 많으시다"고 격려했다. B 대위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해당 사연을 전하며 "준비 다 해놨는데 상황 알고 있으니 돈 물어달라 하기도 그렇고 얘네가 무슨 죄냐"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준비해 놓은 재료 절반은 다 버려야 한다"며 토로했다.

이후 A씨는 "오전 11시께 취소하셨던 B 대위가 다시 전화줬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B 대위가)부대 복귀를 하든 안 하든 와서 식사를 꼭 해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시더라"며 "사실 어제 새벽에 연락해주신 것도 계엄령 떨어진 바쁜 와중에 생각해서 연락을 준 것 아니냐.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랴부랴 낙담해있던 아내 깨웠더니 눈물을 글썽이더라"며 "요즘 하루 매출 10만원도 안 될 때가 있어 낙담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A씨는 군인들이 음식을 넉넉히 드실 수 있게끔 준비했다며 "잔반도 안 남고 두세공기씩 드시는 분들도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아직 따뜻한 것을 느꼈다. B 대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안타까웠는데 너무 잘됐다", "훈훈하다", "계엄령도 못 막은 맛집이다" 등 A씨와 B 대위를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현재 A씨가 올린 두 개의 게시물 원문은 삭제된 상태다.
그는 별도의 글을 통해 "혹시나 군인 분들 피해드릴까 봐 앞서 작성했던 글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아들딸들 낳았을 때만큼 기쁜 하루다. 근처로 여행하러 오시는 분 쪽지 주시면 보답하겠다"라며 누리꾼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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