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40원대까지 치솟자 달러 관련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 토스뱅크의 '외환 사고팔기' 서비스는 이용자 폭증으로 '먹통'이 됐고 4일 오전 9시 현재까지도 '일시적으로 환전을 할 수 없다'는 문구만 나오는 상황이다. 10시간 가까이 토스뱅크 자랑인 환전 서비스가 '마비'된 것이다. 일시적인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가상잔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 앱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자정께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앱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대규모 사용자 증가로 인한 오류가 발생했다. 대형 시중은행 대비 사용자 쏠림 현상에 대한 대처 경험이 부족했던 여파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지난 2022년 카카오 서버 화재로 '먹통' 현상을 경험했던 카카오톡의 계열사 카카오뱅크에서는 3일 자정께 별다른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 카카오뱅크는 선제적인 조치로 4일 2시부터 9시까지 8시간40분 동안 '해외계좌송금 보내기 서비스'를 일시중단했다. 중단 사유로는 시스템 점검을 내걸었다.
A시중은행 정보기술(IT) 담당 부장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화재로 일종의 예방 주사를 맞은 것이고, 케이·토스뱅크의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엄청나 사용자 쏠림 현상에 따라 앱 서비스가 일부 오류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중은행 IT 부서들도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모든 비상 근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은 이날 오전 비상경영회의 주요 안건으로 IT 관련 전산망 안전 관리 현황을 선정해 점검했다.
20대 B씨는 "비상 계엄이 선포되고 달러화, 엔화가 폭등하길래 재빨리 260만원을 투자해 약 8만원 이익을 봤다"며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환율 급등이 적어도 며칠은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금방 급락하는 분위기에 부모님 환전을 도와드리려 했을 땐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1시 40분께 토스뱅크는 홈페이지에 "단기간 외화 거래의 폭증으로 인하여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이 어려운 바, 아래와 같이 한시적으로 토스뱅크 외화통장을 통한 외화 환전 거래가 중지될 예정"이라며 "토스뱅크 외화통장을 통해 환전이 발생하는 모든 외화 입출금 거래(단, 부족한 돈 자동 환전 서비스를 통한 환전 금액은 일시 중지되지 않음)의 별도 서비스 정상화 안내 전까지 거래 중지한다"고 공지했다.
30대 코인 투자자 C씨는 "어젯밤 11시쯤 비트코인이 8000만원 아래로 엄청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매수하려고 했지만, 업비트 앱이 아예 먹통이라 하나도 못 샀다"며 "앱이 정상화된 후 들어가보니 가격이 다시 많이 올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탈중앙자산을 거래하는 곳이 먹통이면 누가 신뢰를 갖고 한국 거래소를 이용하겠냐"고 질타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j@fnnews.com 박문수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