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빌려준 동창 약 먹여 살해한 40대의 최후

입력 2024.11.29 13:13수정 2024.11.29 14:02
6000만원 빌려준 동창 약 먹여 살해한 40대의 최후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필리핀에서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고교 동창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먹인 후 살해한 40대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29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기미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보험설계사 B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월 고등학교 친구 C씨(39)와 함께 여행 간 필리핀 보라카이 현지 숙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을 탄 숙취 해소제를 먹여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든 뒤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또 C씨의 허가 없이 명의를 도용해 수익자를 자신으로 한 C씨의 보험 청약서를 작성하고 보험에 가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A씨는 2019년 타투샵 운영비를 명목으로 피해자 C씨로부터 6000만원을 빌렸지만 가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변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검찰은 A씨가 C씨에게 빌린 돈과 C씨 명의 사망 보험금 7억원을 노리고 그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A씨는 C씨가 사망한 이후 국내에 있던 유족에게 오히려 C씨가 6000만원을 갚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허위 공정증서를 갖고 유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사기미수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복역 중이었던 지난해 1월에는 보험사에 C씨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검찰 수사에서 보험살인임이 드러나 끝내 보험금을 취득하진 못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의 지인이자 10년간 보험업계에 종사한 보험설계사 B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보고, A씨에게는 무기징역, B씨에게는 징역 9년을 구형했다.

A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해왔다.

이에 재판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 제3자에 의한 타살, 자연사 또는 사고사, A씨의 살해 가능성을 모두 검토했고, A씨의 범행이 가장 유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건의 쟁점인 'A씨의 살해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C씨의 사망에서 다른 가능성이 배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사건 어디에서도 C씨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고, 제3자에 의한 타살 역시 합리적인 추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정까지 치열하게 다퉈졌던 자연사·돌연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건강검진 내역 등을 살펴보면 특별한 질병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30대 남성의 뇌혈관 심장 돌연사 사망률은 10만명당 7명꼴로 극히 낮고, 급성알코올중독사망도 혈중 농도가 0.417%에 이르러야 한다는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봤을 때 영상 등을 참고하면 피고인이 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졸피뎀 역시 1000정이 치사량"이라며 배제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살인 가능성에 대해 "당시 짧게 외출한 목적, 사망 사실을 알게 된 경위 등 일관성이 전혀 없고 사망 추정시간 이후까지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쳤다는 등 진술도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아내에게 보라카이 여행 경비 200만원을 빌리면서 '작업해서 벌어다 줄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의미에 상당히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또 C씨의 사망 이후 재산상 이익 취득에 몰두한 A씨의 정황 역시 살인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피해자 몰래 보험계약의 사망 보험금 수익자를 자신으로 지정해두고 사망한지 불과 4일 만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며, 청구에 필요한 서류도 미리 준비했다"며 "유족들에게는 허위 공증으로 채무변제를 독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산을 편취하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한 사실이 인정되고, 위조 보험청약서로 보험금을 지급 받으려 청구 소를 제기하는 등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유족들에게 어떠한 사과도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B씨에 대해선 "보험설계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 자신의 반성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를 이유로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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