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더니 버려요?" 반려동물 키우는 비용이

입력 2024.11.30 07:00수정 2024.11.30 13:45
<펫코노미 ①반려동물 입양부터 장례까지>
반려 인구 1200만명, 시장 규모는 7조원
양육비 한달 15만원선.. 치료비가 변수
5명중 1명은 파양 경험..절반이 "돈때문"
"가족이라더니 버려요?" 반려동물 키우는 비용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펫코노미(petconomy)’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토끼, 앵무새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반려동물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552만 가구, 약 1262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 중입니다. 이런저런 ‘-코노미’ 이야기를 다룰 ‘왓코노미’가 첫 번째 주제로 ‘펫코노미’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펫코노미, 어디까지 성장했나요?

‘펫코노미’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경제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 전반을 일컫는 말입니다.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출이 증가하면서 펫코노미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를 약 7조원으로 추산하며, 2030년 15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사료, 의료, 용품뿐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 호텔, 보험, 장례 서비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Pet+Family)’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 형식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아마 국내 반려가구 대부분은 ‘펫팸’족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묻자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81.6%에 달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인식 및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반려동물 양육에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뒤따르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내 반려동물과 평생 함께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요?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죽을 때까지 책임져주기 위해 드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의 반려동물 생애 지출 비용을 바탕으로 계산해보았습니다. 최근에는 반려인들의 인식 변화로 인해 애견센터/반려동물 복합매장(23.1%)에서 ‘구매’하기보다 친구/지인(33.6%)이나 동물보호센터/유기동물 직접 구조(19.9%)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초기 입양 비용은 계산에서 제외했습니다.

우선 반려가구의 월평균 총 양육비는 15만4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양육비는 사료비(31.7%), 간식비(19.1%) 등 식비(50.8%)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배변패드나 고양이 모래, 미용용품이나 위생용품, 장난감 이용료, 돌봄서비스 이용료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반려견과 반려묘 1마리당 양육비로 나눠 살펴보면 반려견이 월평균 13만5000원, 반려묘가 월평균 12만6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금액을 바탕으로, 반려견과 반려묘의 평균 수명에 따라 총 양육비를 계산해보면 강아지를 0살부터 12살까지 키우는데 드는 양육비는 1944만원, 고양이를 0살부터 15살까지 키우는데 드는 양육비는 2268만원입니다. 양육비에 포함되지 않은 치료비와 장례비까지 포함하면 한 마리당 최소 2000만원~2500만원 이상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가족이라더니 버려요?" 반려동물 키우는 비용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육비 최대 변수는 치료비…각종 추가비용도 각오해야 합니다

치료비는 총 양육비의 최대 변수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발생해 대비가 어려운데다, 금액도 상당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료비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최근 2년간 반려동물을 위해 치료비를 지출한 반려가구는 73.4%로 전체의 4분의3에 달했으며 치료비 지출 규모는 평균 78만7000원 선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 봤을 때는 8세 이후부터 대폭 증가하여 평균 100만원을 넘어섰고요. 여기에 평생을 함께한 반려동물을 위해 장례를 지낼 생각이라면 추가적으로 평균 38만원의 장례비가 발생하죠.

물론 이밖에도 금전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여행은 물론 카페나 음식점 등을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장소를 이용해야 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최근 펫보험 시장의 잠재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증가하면서 의료비 절감 등 경제적 부분에서 그 필요성이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현재 1% 미만으로, 스웨덴(40%)이나 영국(25%) 등 일찍부터 펫보험을 받아들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와 펫코노미의 성장으로 인해 펫보험 시장의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10개 보험사의 일반·장기 펫보험 상품 보유계약 건수가 14만4884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 속에 금융감독원이 내년 하반기부터 펫보험 별도 비교공시를 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나와 내 반려동물, 모두를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18.2%가 반려동물의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하는 것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 40.2%가 ‘예상보다 지출이 많다’라는 이유로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요.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우리에게 커다란 감정적 보상을 주지만, 동시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장기적인 재정 계획이 필수인 이유죠. 물론 개인의 노력은 물론, 양육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 역시 동반되어야 하고요.

반려동물은 이제 더 이상 단순 소비 대상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이자, 보호자와 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 주체이기도 하죠. 우리 모두를 위해, 반려동물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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