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그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 요즘 배우 김정진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연출 송연화)에서는 장태수(한석규 분)의 추적을 받고 동시에 그를 압박하는 유력한 사건 용의자 최영민 역할을, 지난 17일 종영한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연출 조웅)에서는 어설프고 풋풋한 첫사랑을 시작하는 '연애숙맥' 엄대근을 연기했다.
반삭발한 머리에 살벌한 눈빛을 가진 인물, 더벅머리를 하고 발그레한 얼굴을 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신예 김정진이다. 동시기 방송된 두 드라마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정진을 만났다. '본캐' 김정진의 MBTI는 INFJ, 음악을 전공하다 군복무를 마친 뒤, 비교적 뒤늦게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드라마 '소년 시대'에 이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요즘, 그는 더욱더 깊이 연기에 빠져들고 있다.
-요즘 동일 인물인 것에 놀라는 반응을 많이 듣고 있을 것 같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기대 이상이다. 뭔가 반응이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한 건 아니니까. 두 드라마 따로 연기를 한 것뿐인데 공개되고 나서 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있어서 저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두 작품의 촬영 순서는 어떻게 되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먼저 오디션에 합격하고 촬영하던 중에 '정숙한 세일즈'에 합류했다. '소년 시대'를 보고 가볍게 부르신 것 같다. 제가 머리가 짧으니까, 엄대근과 매칭이 안 된 것 같더라. 대본을 보고 어느 부분을 좋아해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이 뵀다.직관적으로 떠오른 건 단지 폭력적인 이면만 있는 게 아니고 김성희라는 인물에 대한 애착을 느끼는 게 보였다. 자신 없는 부분은, 영민이는 장면마다 긴장감이 높지 않나. 극단적인 상황이 있다 보니까 그런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자신이 없었다. 감독님이 즉각적으로 방향을 주시더라. 조금씩 그 레벨을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다. 감독님과 같이하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제 잠재력을 봐주신 건지, 그 부분을 살려주신 건지 영민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다.
-경험이 부족해서 자신감이 없었던 건가.
▶배우로서 현장에서 그냥 '도전'을 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극단적인 상황이 많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그래도 해내야 했다. 현장에 가보니까 더 명확해진 것 같다. 감독님도 모니터를 보시기도 하고 리허설을 보시기도 하고 분장도 동선도 다 맞춰보니까, 제가 준비한 것과 감독님이 생각하신 걸 맞출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감독님에게 의존하면서 연기했다.
-영민이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것은.
▶연기할 때 강조한 부분은 이 장르가 주는 특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일삼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절제, 통제 안에서 세계관이 구축한 느낌이더라. 그런 건 아쉽게 후반부에 깨달은 것 같다. 처음에는 폭력 장면이 있으면 최대한 했는데 감독님이 모든 인물의 레벨을 맞추시더라. 원하는 게 명확하고 정교하시더라. 영민이로서 터져 나오는 신이 많았는데 그건 오히려 참지 못해서 나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본방송을 보고 어땠나.
▶아쉽다. 항상 아쉽고 부족함이 느껴진다. 주변 반응에서 객관성을 찾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마지막 폐건물 영민이의 아지트 같은 공간에서 한 일주일 동안 촬영했다. 감독님이 오자마자 '영민아 여기서 네가 안쓰러웠으면 좋겠어'라고 하시더라. 단순히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라 나중에 갔을 때 영민이라는 인물이 조금은 보이는, 그런 반응을 받았다. 그걸 미리 생각하고 (연기)했으면 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많이 배운 것 같다.
-영민이는 어떤 사람인가.
▶소년과 청년 사이의 인물인 것 같다. 누구나 나은 삶을 살려고 하고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눈앞만 보니까 오히려 뒤로 역행하는 인물처럼 보이더라. 소년 청년 사이의모습이 시작점이라고 한다면 결국, 소년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아서 오히려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한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그런 걸 느꼈다.
-'정숙한 세일즈'에서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보여주는데 헷갈린 적은 없었나.
▶촬영하다가 영민이의 모습이 나온 적이 있었다. 김원해 선배가 '청소 한 번 더 해'하는데 제가 '네, 아이씨' 한 거다. 감독님이 '컷' 하셨다. 나도 놀랐다. 나도 모르게 영민이가 체화됐던 것 같다. 대근이를 할 때는 일부러 많이 현장을 걸어 다녔던 기억이다. 걸음걸이부터 바꾸려고 했다. 외적으로도 조금 구부정하게 하려고 했다.
- 대근이의 역할은 코미디도 해야 했다.
▶처음에 너무 어려웠다. 코미디에 필요한 근육이 있는데 제가 그런 센스가 뛰어난 편이 아니다. 목소리가 저음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차분한 편이어서 남들보다 몇 배 올려야 그 레벨이 맞는다. 감독님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제가 배우로서 뭘 할 수 있고 못 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제 나이에서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해서 하라고 하시더라. 그 말에 용기를 많이 얻었다.
-로맨스에 자신감이 생겼나. 애정신도 있었는데.
▶나는 대근이와 비슷한 점이 연애에 있어서 눈치가 없는 편이다. 알려주면 할 수 있는데 타고난 센스는 없다. (웃음) (로맨스 연기가) 어렵기는 하더라. 그리고 저를 캐스팅하신 게 놀랍기도 했다. 원래 저는 누아르 장르나 센 장르를 좋아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말랑말랑한 작품을 찾아봤다. 꼭 남녀가 아니더라도 사랑을 주고받는 감정이 있지 않나. 한 번은 그런 작품을 더 해보고 싶다. 로맨스는 더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더라. (애정신은) 한 번에 끝내자는 생각이 컸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