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검사 키트 이용했다가... 55년 만에 드러난 '비극'

입력 2024.11.12 07:21수정 2024.11.12 15:19
DNA 검사 키트 이용했다가... 55년 만에 드러난 '비극'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55년만에 밝혀져 두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와 BBC 방송에 따르면 2022년 2월 웨스트미들랜즈에 사는 토니라는 남성은 친구에게서 선물받은 가정용 키트로 DNA 검사를 해봤다가 뜻밖의 결과에 당황했다.

토니의 여동생이 제시카(가명)가 아닌 클레어(가명)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DNA 검사로 '족보'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유행했는데, 클레어 역시 2년전 DNA 키트를 선물받아 검사해봤던 것이다.

토니의 검사 결과는 클레어에게도 전달 됐고, 둘은 서로 연락해 토니의 여동생 제시카와 클레어가 몇 시간 차이로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이들은 1967년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뀌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22년 5월 이 병원을 감독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재단 측은 두 가족에게 출생 당시의 기록이나 직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출생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뀐 것으로 기록된 건 NHS 사상 처음이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2년 반이 지나도록 보상 수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두 가족은 진실을 알고 나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토니의 어머니 조앤은 '딸' 제시카에게 모녀 사이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둘 사이는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제시카는 언론 인터뷰도 거절했다.

바뀐 딸인 클레어는 생모인 조앤을 처음 만난 순간 "우리 눈이 똑같네요. 와, 내가 정말 누군가를 닮았다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늘 자신이 함께 살았던 식구들과 외모나 기질이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클레어는 생모인 조앤을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른 딸인 제시카는 이제 조앤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클레어를 키워준 어머니 역시 친딸 제시카에게 명절과 생일에 선물을 보내는 등 관계를 쌓아보려 노력했지만, 클레어가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전했다.

조앤은 "제시카가 생물학적 딸이 아니어도 내겐 아무런 차이도 없다"며 "제시카는 여전히 내 딸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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