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고 6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 부담에 한국의 '슈퍼리치' 들이 미국 투자이민에 몰리는 가운데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미들도 급증하고 있다.
10일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미국 회계연도 기준) 주한 미국 영사관이 투자이민(EB-5) 비자를 발급한 건수가 365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71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6월 한 달간 투자이민 비자를 발급한 건수도 105건으로 평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미국 투자이민 비자 발급 국가별 순위를 보면 중국, 베트남, 인도, 대만에 이어 한국이 5위를 차지했다.
막대한 상속·증여세 부담에 이른바 '슈퍼리치'들이 상속세율 등이 낮은 국가로 눈을 돌려 한국을 벗어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상속세율 자체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최고 상속세율 40%), 각종 공제 혜택이 풍부하고 자녀가 있을 경우 교육 환경을 고려해 비용만 지불하면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투자이민 비자를 발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상속세가 아예 없는 싱가포르 이민 등을 노리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최대주주 할증 포함)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자금도 빠르게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결제일 기준) 1013억6571만달러(한화 약 141조원)를 기록했다. 예탁원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최고 선호 종목은 테슬라로 167억달러를 보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138억달러), 애플(46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36억달러) 순으로 보관금액 규모가 컸다.
지난 10월 31일 기준 910억6587만달러(약 127조원)에서 일주일 만에 10조원 넘는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미국 증시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규모 법인세 감세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에도 국내 증시는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6~7일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틀간 총 34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