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러시아 소수민족의 얼굴을 구별하기 위해 이른바 ‘아군 식별 전단’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5일 입수한 전단지에는 “아군을 구별하라!”라는 제목과 함께 4명의 남성 사진이 그려져 있다. 맨 위 왼쪽 남성부터 시계 방향으로 각각 ‘한국인’(북한군) ‘야쿠트인’ ‘투비아인’ ‘부랴트인’이라고 표기됐다.
야쿠트인은 러시아 사하 공화국에 주로 거주하는 튀르크계 민족, 투바인은 러시아 투바 공화국에 거주하는 튀르크-몽골계 민족이다. 부랴트인은 러시아 부랴트 공화국에 거주하는 몽골계 원주민이다. 4명 모두 짙은 눈썹에 갸름한 얼굴 등 외형적으로 유사해 식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군이 오늘 배포한 사진을 우크라이나군을 통해 전달받은 것”이라며 "러시아 일부 소수민족이 북한군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져, 구분을 위해 러시아가 자국군에게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RFA에 전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부터 약 3달째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 서남부 격전지로, 최근 미국 국무부와 우리 국방부가 약 1만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주둔해있다고 밝힌 곳이다.
이곳에서 이미 여러 차례 교전이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안드리 코발렌코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지난 4일 “일부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 교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엔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치르던 중 다수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오만 대표는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접촉이 지난달 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며 “내가 알기로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 생존한 1명은 부랴트인이라는 서류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에 진입해 공격했고, 러시아군이 오인사격으로 자국 진지를 포격했다”며 “사망한 북한 병사는 약 10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