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1일 발매되는 첫 정규 앨범 '시네마(Cinema) 3000'이 그 증거다. 세인츠가 전곡의 작곡, 가창, 연주, 믹스 등을 도맡았다. '핑크 플로이드', '킹크림슨' 등 70~80년대 영국 프로그레시브 아트록의 뉘앙스에 90년생의 젊은 뮤지션 답게 네오솔의 터치까지 가미된 사운드의 앨범인데, 인간적인 윤리학이 도드라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전반적인 가사와 분위기에서는 세상을 향한 따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앨범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기술의 시대를 노래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삶이 피폐해졌다는 디스토피아적 관점보다는 긍정적 유토피아의 시선을 중심에 뒀다"(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평을 듣는 이유다.
미국 비주얼 아티스트 와이드 마인드(wide mind)가 작업한 SF 풍의 앨범 커버 아트는 "SF 영화 '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데 차갑고 삭막한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경계하며 그려낸 '시네마 3000'에서 커먼 세인츠를 역설적으로 휴머니즘의 중요성을 강조"(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한다.
커먼 세인츠는 사실 그의 싱어송라이터 활동명이다. 2018년 5월 공개된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인트로 곡이자 이 팀의 멤버 뷔(V·김태형) 솔로곡인 '싱귤래러티(Singularity)'를 프로듀싱한 인물로 본명은 찰리 J. 페리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조자 스미스 EP '프로젝트(Project) 11', 영국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딘 '베이비 컴 홈(Baby Come Home)' 등을 작업하며 프로듀서로서 입지를 굳힌 그는 이제 싱어송라이터로서도 그림을 본격적으로 펼쳐내고 있다.
프로젝트 아스테리 코리아의 초대로 최근 내한한 그는 지난 24일 서울 한남동 오르페오에서 '시네마 3000' 청음회를 열었다. 다음은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로 유명한 배순탁 대중음악 평론가와 세인츠가 나눈 문답을 요약했다. 배 평론가는 "정말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오늘 사회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세인츠="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여러분들께 제 음악을 들려드리러 왔는데요. 이 장소가 영화관 같아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앨범 제목과 연관돼 있는 거 같아서요."
배="지난 20일에 한국에 오셨는데요."
세인츠="바비큐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어제는 서울을 둘러봤는데요. '김치 만들기 체험'을 했습니다. 이제 김치를 아주 잘 만들 수 있다고 여러분들께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하하."
세인츠="한국과의 첫 인연은 2018년 방탄소년단 '싱귤래러티'를 만들면서였죠. 그 곡의 성공 이후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2020년 커먼 세인츠라는 이름으로 첫 앨범(EP)을 내면서 '한국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를 강타한 일(팬데믹) 때문에 오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먼저 여러분들 찾아뵙게 됐습니다."
배="방탄소년단 뷔와 작업은 어떻게 시작이 된 건가요?"
세인츠="방탄소년단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당신 작업이 좋은데 곡을 만들어줄 수 있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러면서 의뢰하는 곡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보내줬어요. '우리가 원하는 느낌은 이런 거야'라는 내용을 한 편의 시처럼 적어서 보내줬고 그걸 바탕으로 곡을 쓰게 됐습니다. 당시엔 제가 감정적으로 굉장히 R&B가 충만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곡이 나왔어요. 제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스튜디오에서만 작업을 하던 때였기 때문에 제게 연락을 한 것이 굉장히 의아했는데 어떻게 보면 운명처럼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배="'시네마 3000'는 어떤 의미에서 지은 제목인가요?"
세인츠="우리가 살고 있는 현 세대를 의미합니다. HD, 4K를 거쳐서 시네마 3000, VR 이렇게 영상의 기술적인 발전을 이뤄왔는데요. 어떻게 보면 양방향 소통이 많이 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적인 콘셉트보다 현재 이 시점까지 제 여정, 제가 휴먼니티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담고 있죠. 현 시대를 표현하는 것이 '시네마 2000'이고요. 현대적인 세상에서 자기자신을 표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내면을 얼마나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지, 반대로 인생을 어떻게 즐기는지 여러 가지에 대한 저의 단상들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지뢰밭'이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그러한 세상 속에서 '크레이지한 렌즈'를 통해 본 우리의 인간다움을 어떻게 보살펴야 되는지에 대한 생각도 담았어요."
배="곡에 일렉트로닉적인 느낌도 있지만 어쿠스틱한 측면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아요. 말씀주신 휴머니티 부분이랑 관련이 있어 보이거든요."
세인츠="악기를 연주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에 미세한 뉘앙스라든가 그날의 온도 같은 것도 곡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해요. 악기를 연주하는 건 말 그대로 공기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로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사진을 찍는다' 느낌이 들어요. '모나리자' 같은 작품을 디지털로 찍어 확대해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직접 봤을 때 느껴지는 감동과 감정이 다르듯 음악에도 '어쿠스틱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죠."
배="그럼 작곡할 때 특별히 기반을 삼는 악기가 있나요? 작곡할 때 자주 빈번하게 사용하는 악기요."
배="앨범에 실린 곡 중 '이게 바로 당신이다'라고 설명할 수 있는 곡이 있다면요."
"어느 한 곡이 저를 '딱 표현한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살면서 겪어온 모든 경험과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듯이 여러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서 이 곡들을 썼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더 가깝게 느낀 곡을 고르라고 하시면 '드림스'가 될 것 같습니다. 굉장히 감정적으로 만드는 곡이라 지금도 울컥하거든요. '당신의 심장의 소리를 들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자기 자신의 '최고 버전이 되는 걸' 막는 것에서부터 벗어나라는 얘기에요. 누구나 두려움과 불안을 갖고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즐기지 못하게 하고 인간으로서 성장을 저해하는데, 그걸 극복해 우리 꿈들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어둠의 시간'을 지나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곡이죠."
배="'레벨 파라다이스'는 거의 8분에 달하는 긴 곡입니다. 제가 '핑크 플로이드', (이 밴드 멤버인) 데이비드 길모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측면에서 정말 인상적인 트랙이었습니다. 세인츠의 음악을 듣다 보면 '우리가 사는 시대 음악이구나' '현대 대중음악'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현대 대중음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백그라운드 뮤직화'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세인츠의 음악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세인츠="우선 핑크 플로이드 레퍼런스는 제대로 들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굉장히 많이 들으면서 자랐고 영향을 받았고요. '클러스터 원(Cluster One)'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길모어의 연주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솔로 존재감이 대단한데요.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을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제 음악이 현대 대중음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내놓는 곡들은 제가 듣고 좋아하는 음악들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죠. 하지만 제 음악은 트렌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청취자의 집중력을 조금 더 요하는 음악을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그렇게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식 출시는 안 됐고 일부 프로모션용으로 제작한) 향수는 '레벨 파라다이스'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상업적인 기존 향수들과 다르게 굉장히 좋은 재료들을 많이 썼어요. 피부와 옷에 닿으면 지속력이 상당히 오래갑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지속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여정을 이어나갈 거예요. 공연계획들도 잡아가고 있는 중인데요.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 투어를 할 예정으로, 지금 밴드를 결성하고 있어요.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 중 본격적으로 투어를 할 겁니다. 앞으로 1~2년 간은 계속 음악 만들고 향수도 만들면서 창의적인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또 저는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굉장히 즐거워요. 그동안은 프로듀서로 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처럼 전면에 나서서 곡을 연주하고 함께 얘기하는 작업들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기분도 들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