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25일 75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수미는 개성있는 연기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배우다.
194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수사반장', '아다다', '성난 눈동자', '마당 깊은 집', '젊은이의 양지', '발리에서 생긴 일' 등에서 주·조연 배우로 활약했다.
데뷔 초 이국적인 외모로 오랜 무명 생활을 이어가던 김수미는 1980년부터 22년간 방영한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첫 촬영 당시 만 29세였던 그는 구수한 사투리 연기로 시골 할머니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전원일기'로 김수미와 인연을 맺은 배우 김혜자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수미는 한국이 아니고 외국에서 태어났으면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됐을 것"이라며 "어떨 때는 너무 불쌍하다. 너무 많은 것을 가졌는데 그걸 표현해 줄 역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김수미는 '전원일기'로 스타덤에 올랐고 1986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조연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조연 캐릭터를 맡은 배우가 연기대상을 받은 사례는 현재까지 나문희와 김수미가 유일하다.
'전원일기' 종영 후 김수미는 영화와 시트콤에 출연하며 유쾌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2005년 영화 '마파도'와 2006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는 김수미의 두번째 전성기를 열어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깔스러운 욕설 연기로 김수미는 '할미넴', '욕쟁이 할머니' 등 여러 수식어를 얻었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에선 뱀파이어 '이사벨'을 연기하며 극 중에서 불렀던 '젠틀맨'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계기로 김수미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2011년 영화 '사랑이 무서워'에선 배우 임창정의 엄마로 특별 출연해 걸쭉한 연기를 선보였고 2012년 '울랄랄 부부', 2013년 '돈의 화신', 2015년 영화 '헬머니', 2019년 '황후의 품격' 등 드라마와 스크린을 바쁘게 오가며 다작을 남겼다.
김수미는 연극 무대에서도 맹활약했다. 뮤지컬 '친정엄마' 초연부터 14년간 친정엄마 봉란 역을 맡으며 중견 배우로서 무대를 이끌었다. 고인은 지난해 4월 프레스콜 행사에선 "'친정엄마'는 '전원일기'와 더불어 내가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작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김수미는 연기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입원 직전까지 '‘회장님네 사람들', '‘사장님 귀는 당나귀'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특히 '회장님네 사람들'을 통해 '전원일기' 배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또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김수미는 사업가 활동도 이어갔다.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병원에 입원해 활동을 잠정 중단한 후 9월 한 홈쇼핑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 김치 광고를 진행했다. 당시 몰라보게 얼굴이 부어 있는 채로 등장해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수미의 장례식은 한양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김수미는 자택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이날 오전 8시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김수미는 자택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들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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