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도쿄가 영국 우체국 선정, '2024년 가장 가성비 좋은 여행지' 4위에 올랐다. 베트남 호이안·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케냐 몸바사에 이은 순위로, 일본 내에서는 물가가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저렴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순위표는 세계 여행지 40곳 중 영국인 관광객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8개 품목 가격을 더해, 파운드화 환율로 계산한 값을 토대로 작성됐다. 8개 품목에는 2인 기준 3코스 저녁 식사(와인 1병 포함)·커피 한 잔·현지 맥주 한 병·콜라 한 캔·와인 한 잔·생수 한 병·선크림·방충제 등이 포함된다.
일본의 경우 이 8개 품목을 구매하는 데 총 59.05파운드(약 10만5000원)가 들었다. 1위 베트남 호이안과는 약 8파운드(1만4300원)가량 차이 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일본의 순위는 4계단 올랐는데, 영국 우체국은 일본 현지 물가 하락과 더불어 파운드화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파운드화 대비 도쿄 물가는 지난해 대비 16.2%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하시 마키토 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편집위원은 "관광 수입은 확실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전문가는 '방일 외국인으로부터 얻는 수입은 이제 한계'라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옛날처럼 일본이 강세를 보였던 전자제품·자동차를 대체하는 거대 산업을 키우지 못했고, 기업들은 외국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현지에 재투자하는 바람에 정작 일본으로 들어온 외화 수입은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경제가 이대로라면 "잃어버린 2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40년"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유럽·한국에 비해 완전히 뒤지고 있다고도 했다.
관광 산업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진 3년간 수입이 대폭 줄었지만 최근에는 도쿄·오사카·교토 등 대표 도시에 고급 호텔이 차례차례 개업하고 있다고 했다. 단, 이런 세태가 전반적인 관광업의 고급화가 아니라 "30년 전 동남아시아 상황과 똑같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그런 초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현지 사람은 드나들 수 없고, 종업원으로서 일할 뿐"이라며 고급 숙박 시설에는 "부자 외국인이나 초부유층 일본인"만 묵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 영국 우체국이 발표한 40개 도시 안에 서울이나 부산 등 한국 도시는 포함되지 않았다. 가성비가 가장 안 좋은 도시는 코스타리카의 타마린도였으며, 두 번째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곳은 미국 뉴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