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김보라는 지난 4일 14부작으로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연출 변영주/이하 '백설공주')의 결말과 범인 정체에 대한 주변의 궁금증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스카이캐슬' 때와 똑같더라"며 방영 내내 '백설공주'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SBS '굿와이프'와 경쟁 속 첫 회 2.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차츰 상승세를 타며 최고 시청률 8.7%까지 달성,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보라는 무천시의 낯선 이방인이자 의대상 하설 역으로 등장,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복역한 후 출소한 주인공 고정우(변요한 분)의 11년 전 사건 해결 조력자로 활약해 왔다. 하설은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고정우를 믿어준 인물로, 불의를 참지 않는 대담한 캐릭터로 극에 숨통을 틔웠다.
김보라는 지난 2005년 드라마 '웨딩'으로 데뷔한 후 올해 19주년을 맞이했다. 다수 작품에서 아역 배우로 활약해 온 그는 '스카이캐슬'(2018)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김혜나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고, 이번 작품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과 자연스러운 캐릭터 소화력으로 호평을 끌어냈다. 올해 조바른 감독과 결혼 소식까지 전한 김보라, 그와 만나 작품의 비화에 대해 들어봤다.
<【N인터뷰】 ②에 이어>
-지난 6월 '괴기맨숀'(2021)을 함께 한 조바른 감독과 결혼했다. 결혼 전후 배우로서 변화가 있나.
▶대나무 숲이 생긴 기분이다. 저는 원래 성격이 일을 하면서 (힘든 일이 생겨도) 말을 잘 안 한다. 힘든 일을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안 하면서 살았다. 모두가 힘든데 얘기해서 뭐가 달라질까 싶은 마인드가 강했다. 이제 결혼을 하고 나서는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됐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는 걸 배웠고, 그런 점이 조금 달라졌다.
-남편이 같은 업계에 있다 보니 작품을 보면서 코멘트를 해줄 때도 있나.
▶이번엔 없었던 것 같다. 스토리를 보고 감동을 했었던 것 같다. 스토리를 보면서 '여기서 이렇게 쓰셨네'라고 보더라. 사실 작품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저는 연기를 중심적으로 보는 반면, 남편은 스토리를 중심적으로 보다 보니 다르더라. '보라도 나중에 이런 걸 해도 어울리겠다' 이런 정도다.(웃음)
-남편과 작업도 생각해 봤나.
▶각자가 제 할 일을 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공식적으로 들어오면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내라는 특별함 때문에 다른 분들의 기회를 빼앗아 갈 수 있다 보니 저도 공정하게 오디션을 보고 싶다.
-배우로서는 일찍 결혼을 한 편이기도 하다.
▶저는 연예계 친구들보다 비연예인 친구들이 더 많고 사실 그 친구들과 제일 많이 소통하고 많이 만난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 딱 2명이 있는데 저 역시도 이들과 관점이 비슷하다. 동창들이 결혼을 일찍 하다 보니까 이게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전 직업과 별개로 사는 편 같다. 직업은 직업이고 일을 할 때는 일을 하는 거고 나는 나고, 어릴 때부터 그랬다. 어릴 때부터 배우는 여러 직업 중 하나라는 마인드가 강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다 보니까 이렇게 결혼하는 것도 자연스럽더라. 절친들도 이번에 결혼을 다 했다.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서 2세 생각도 하는지.
▶작년까지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학기마다 우리들의 장래 희망이 달라지는 것처럼 작년에는 그랬다면 올해는 갑자기 또 조금만 더 지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일과 사적인 영역을 어떻게 분리하려 노력했나.
▶노력은 진짜 안 했다. 저는 열 살 때 배우 일을 시작했는데 엄마에 의해서 시작한 케이스다. 선택권 없이 시작하다 보니까 이 일이 뭔지도 모르고 해왔다. 그렇게 20세 때까지 오래 생활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학교를 가는 게 더 재밌었고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재밌는 10대들과 똑같았다. 이 일을 한다고 해서 성숙해지고 그런 것 없이 자리가 잡힌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연말 연기대상에서 수상을 기대하는지.
▶감사하게도 드라마 어워즈어워즈 때 시상자로 참석을 했었다. 저는 그 또한 '그 많은 20대 여자 연예인들 중에서도 왜 나를 불러주셨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상을 한 것만으로도 영광인 경험이었기에 수상까진 생각도 안 해본 것 같다.
-그간 다수 드라마에 출연해 왔다. 꾸준히 작품을 해온 원동력은.
▶10년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했다. 초등학생 때는 선택권이 없었다.(웃음) 그래서 10~15년 사이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 20대부터는 '내 선택이겠구나' 해서 책임을 다하게 됐다. 오디션에 가는 것도, 유명한 연예인분들 사이에서 언급이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더라.
-지쳤던 순간에선 어떻게 극복했나.
▶23세 때 처음으로 막막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 영화 오디션도 많이 떨어지고 '난 어떡하지?' 생각이 들었지만 '난 고작 23세인데'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고민이 하루 이틀 만에 사라졌다. 지쳤을 때는 '내가 지금 20대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책임을 져야 할 게 많은 상태에서 지쳤으면 힘들었을 텐데 20대 때는 지쳐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 지나온 것 같다.
-만으로 20대인데 내년 30대에 기대하는 게 있나.
▶진짜 없다.(웃음) 미래를 생각하고 살지 않는 성격이다. 그냥 '그때 가서 보자' 한다.
-데뷔 19주년인데 많은 작품을 했음에도 갈증을 느끼는 연기가 있나.
▶안 해본 게 너무 많더라. 그래서 비중 상관없이 내가 해보지 못한 것도, 해봤더라도 해도 상관없다는 주의이긴 하다. 24세 때 비슷한 장르를 지금 만나면 또 다를 것 아닌가. 요즘엔 '내가 뭔가 더 보여줄 수 있을까' '더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문득 든다. 이왕 연기를 내가 선택했고, 나를 선택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혹은 나를 봐주시고 있는 어떤 선후배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진짜 잘하자'는 것 밖에 없는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더 연기 욕심이 생기기도 하는지.
▶감사하게도 어떤 작품을 하게 되면 거기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 표현에 한계가 온 것 맞는데 스스로 모르고 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많다. 차기작에 들어가게 된다고 하면 이전보다 더 열심히 꼼꼼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있다.
-'백설공주'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숫기도 없고 사람들 만나는 게 어려웠었다. 사회생활을 잘 못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이렇게 편하게 해도 되는구나' 처음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