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내한공연한 미국 하이브리드 록 밴드 '린킨 파크(LINKIN PARK)'는 오랫동안 고통과 트라우마에 지쳐 있을 한국 팬들을 위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린킨파크가 28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새 월드투어 '프롬 제로(FROM ZERO)'의 하나로 펼친 단독 공연의 포문을 연 '섬웨어 아이 빌롱'은 자신들과 팬들을 위한 위로가였다.
린킨파크 멤버들과 팬들은 2017년 7월 보컬 체스터 베닝턴(1976~2017)이 세상을 뜬 후 고요한 시간의 파괴력을 절감했다. 이후 7년 동안 음악은 그리움에 먹일 뻔했다.
하지만 팀을 재정비하고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린킨 파크 여섯 멤버들은 유대감을 형성한 팬들과 함께 부채의식을 털어버리고, 자신들의 자금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함을 2시간 남짓 음악으로 설파했다.
특히 신이 우리를 축복하기를 바라며 시작하는 곡 '더 캐터리스트(The Catalyst)' 무대에선 공연장에 운집한 1만4000명이 이 노래의 마지막 "리프트 미 업 렛 미 고(Lift me up Let me go)"를 같이 반복하면서 플래시를 켠 휴대폰을 든 손을 머리 위로 올린 대목은 장관이었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 드러머 콜린 브리튼의 역할이 그래서 컸다. 이전 린킨파크는 역동적인 에너지 위에 얹힌 베닝턴의 위태로우면서도 투명한 보컬이 팀의 단독성을 만들어줬다.
이 존재감 뚜렷한 남성 보컬의 뒤를 잇는 여성 보컬인 암스트롱에게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고음에서 특히 힘을 발휘했는데, 격렬함 속에서도 처연한 에너지를 풍기는 린킨파크 유산의 고유성을 충분히 계승해냈다.
'원 스텝 클로저(One Step Closer) '페인트(Faint)' 같은 이 팀의 대표곡은 물론 '디 엠티니스 머신(The Emptiness Machine)' 그리고 '2024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주제가 '헤비 이즈 더 크라운(Heavy Is The Crown)'에서도 린킨파크의 정체성을 암스트롱은 끌어올렸다. 린킨파크 팬들은 한국 공연에서도 "베닝턴이 널 자랑스러워할 거야"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암스트롱의 거친 표현력은 시노다의 정직한 랩과도 시너지가 컸다.
폭발적인 사운드 속에서 안정적인 리듬감을 선보인 브리튼은 시노다, DJ 조 한의 솔로 무대를 각각 지원사격할 때는 차진 호흡으로 팀에 완전히 녹아 들어갔음을 증명했다.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 위치한 인스파이어 아레나 특성상 다른 내한공연보다 해외 팬들이 유독 많았다. '리브 아웃 올 더 레스트', '마이 디셈버', '인 디 엔드' 그리고 '페인트'까지 이어지는 종반부까지 내내 떼창은 우렁찼다.
한국은 현재 린킨파크가 돌고 있는 월드 투어 '프롬 제로 월드 투어(From Zero World Tour)'에서 아시아 중 유일하게 포함된 나라다. 조 한은 한국계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아시아 기자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프레스 행사에서 린킨파크 멤버들은 한국에서 만나자고 인사했다. 타국에서 린킨파크를 보기 위해 인천까지 날아온 팬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린킨 파크는 오는 11월 새 정규음반 '프롬 제로'를 낸다. 제로(Xero)는 '린킨 파크'라는 팀 이름이 확정되기 전 이 밴드의 첫 번째 이름이다. 이 팀의 역사는 멤버들뿐 아니라 음악 팬들 모두가 아는 공적인 것이 됐다. 그러면 자칫 밴드 경력은 집단화될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좋은 노래는 개별적이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이날 공연은 증명했다.
이처럼 음악은 추억팔이가 아니다.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충분히 다가가게 만든다. 베닝턴이 린킨파크의 유산이 계승되는 한, 멤버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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