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방송인 정형돈이 불안장애에 얽힌 일을 털어놨다.
26일 방송된 채널A 예능물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는 수제자들의 상담 특집이 이어졌다. 이날 정형돈은 개그맨 박성광과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20년째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정형돈은 "내가 진짜로 원해서 해 본게 없는 것 같다"며 "개그도 생각보다 짧게 했고 바람 부는 데로 떠밀려 가는 돛단배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쉬었지만 재충전을 한 시간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많았다"며 "약속 시간이 늦어 뛰어가고 있는데 날 알아 본 시민이 후드티를 잡아당겨 남포동 거리에서 뒤로 넘어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돌이 안 됐을 때 지인의 결혼식에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어머 형돈 씨 애'라고 하면서 뺏어가서 안더라. 알고 보면 앞뒤로 그런 일이 계속 쌓였다"며 어긋난 팬심으로 인해 불안이 쌓였음을 털어놨다.
정형돈은 "방송인으로서 황금기에 딱 한 번 온다는 전성기에 고꾸라졌고 한동안 자책도 했다"며 "다른 분들은 다 잘 이겨내는데 '왜 나는 나약하게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불안은 없는데 내가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또 "아직 걷지 못하는 애한테 좋은 걸 해주겠다는 생각에 3개월 동안 이틀 쉬면서 프로그램 녹화를 106번 했다"며 "촬영 때문에 10일 만에 왔는데 아이들이 저를 보고 뒷걸음질 치더라. 그땐 아이들에게 서운할 겨를도 없었다가 결국 2015년에 탈이 났다"고 언급했다.
정형돈의 고민을 들은 오은영 박사는 "불안은 어떤 상황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며 "불안에 따른 생각이 있고 생리적인 반응이 있는데 불안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검사 결과 예전에 비해 불안을 잘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히 형돈 씨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일이 불안으로 다가오면서 성격이 변하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형돈의 불안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있다고 보고,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물었다. 정형돈은 "가족과 함께 버스로 세계 여행을 돌아다니고 싶다"며 "아내한테는 여행이라고 했는데 그걸 해보고 싶다"고 했다.
오 박사는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본다. 불안감도 책임감에서 온 것"이라며 "불안을 불안으로 표현해야 한다. 잘해내고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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