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반 이상 없어진 저를 어깨에 들쳐 업고..." 한라산 미담

입력 2024.09.24 08:08수정 2024.09.24 13:19
"의식이 반 이상 없어진 저를 어깨에 들쳐 업고..." 한라산 미담
한라산에서 쓰러진 등반객을 구조한 서귀포경찰서 대정파출소 마라도치안센터 소속 김주업 경위. /사진=제주경찰청,중앙일보

[파이낸셜뉴스] 휴일을 맞아 한라산 등반을 하던 경찰이 건강 상태가 악화한 관광객을 발견해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제주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대정파출소 소속 마라도치안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주업 경위는 지난 13일 근무가 없는 비번을 맞아 한라산을 찾았다.

그는 오전 11시께 백록담 정산 부근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30대 여성 A씨를 발견했다.

당시 계단에 앉아서 졸고 있던 A씨는 홀로 한라산을 등반하다 폭염에 탈진해 30분 이상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다른 등반객 신고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사이 저체온증에 의한 쇼크가 와 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에 이어 과호흡과 손발 저림, 극심한 추위를 느끼는 등 상태가 악화하는 상황이었다.

김 경위는 즉시 소지하고 있던 담요를 A씨에게 덮어주며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식염 포도당을 A씨에게 먹게 하고, 손발을 주무르며 의식을 잃지 않도록 했다.

이후 소방당국으로부터 헬기가 삼각봉 대피소로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김 경위는 A씨를 둘러업고 헬기 착륙장까지 약 30분간 하산했다.

다행히 119구조대에 인계했을 때 A씨의 체온이 조금 올라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을 되찾은 A씨는 지난 17일 제주경찰청 홈페이지 '칭찬 한마디'에 감사에 인사를 전했다.

A씨는 "혼자 산행을 시작하고 정상을 10분 남긴 시점에 갑자기 어지럽고 잠이 들었고, 심한 어지러움증과 구토 증상도 나타났다"며 "과호흡과 함께 극심한 추위에 몸을 떨며 일어날 수 조차 없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때마침 산행 중이시던 김 경위님이 절 보시고선 바로 응급조치를 해주셨다"며 "의식이 반 이상 없어진 저를 어깨에 들쳐 업고 구급헬기 선착장까지 내려가시면서 저의 체온을 올려주시려 노력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119구급대원은 당시 제게 '심정지 전 증상이었고, 정말 천운이었다'고 말해줬다"며 "살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많아 사람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이 가득했던 저에게 다시 한번 삶의 기회를 주시고 경찰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을 갖게 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과거 도주하는 불법 체류 중국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우측 손목 인대 부근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김 경위는 "팔을 다쳐 수술을 하고 재활 중인 상황인데, 당시 너무 급박하다 보니 아픈 것도 몰랐는데, 나중에 조금 통증이 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제복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 같다"며 "별다른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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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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