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해인 조유리 기자 = "시험공부에만 전념하고 싶은데. 평일 중 3일은 카페 알바(아르바이트), 주말에는 홍대입구 쪽에서 고깃집 알바를 해요. 고시원으로 방을 옮겼는데도 물가가 올라서 역부족이네요."
다음 달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을 앞둔 대학생 이 모 씨(24·성균관대)는 직접 생활비를 벌고 시간을 쪼개 공부해야 한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월세 60만 원짜리 자취방에서 40만 원짜리 고시원으로 주거지를 옮겼지만, 계속 오르는 물가 탓에 아르바이트를 줄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씨는 "시험 기간 친구들은 밤을 새워서 벼락치기를 하는데 나는 낮에도 공부가 아닌 알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받아 마음 편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19일 <뉴스1>이 서울 주요 대학가인 종로구 혜화역·동대문구 회기역·서대문구 신촌역 일대에서 대학생들을 취재한 결과, 월세와 물가가 오르면서 이들의 한 달 생활비는 최소 100만~150만 원 선이 됐다.
대학생들은 꿈쩍 않는 높은 외식 가격에 더해 올해 초를 기점으로 10만~15만 원씩 오른 월세 때문에 고물가를 더욱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모님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2개 이상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달에 다세대주택 원룸 월세 54만 원을 포함한 생활비 100만 원 정도를 부담하는 대학생 김 모 씨(23·성균관대)는 학교 근로장학 근무와 비대면 과외 2개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했다. 그는 돈이 부족할 때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포장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기도 한다.
김 씨는 "올해부터 약속을 절반으로 줄였고 식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편의점과 학식 위주로 먹는다"며 "옷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 달에 한 번 샀는데 이제는 계절당 한 번으로 옷에 드는 비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세대주택 원룸보다 월세가 저렴한 고시텔에 거주하며 45만 원 월세 포함해 한 달 생활비 100만 원을 지출하는 송 모 씨(23·경희대)는 "밥을 해 먹을 수 없어 밖에서 다 사 먹는데, 밥값이 많이 올라 커피값이라도 아끼려고 믹스로 텀블러에 포장해서 다닌다"며 "생활이 어려워 지출을 더 줄이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점점 더 오르는 물가가 대학생들을 옥죄고 있지만 이들의 속을 태우는 건 통장 잔고보다도 매 학기 말 받아 드는 성적표다.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더 쏟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카페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병행하며 월 생활비 130만 원을 벌고 있는 함 모 씨(26·연세대)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늘 알바 때문에 성적이 'B'에 머무르는 것 같아 속상했는데 취업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니 답답한 마음"이라며 "취업 준비를 시작한 뒤로 교재비, 학원비 등으로 한 달에 최소 30만 원은 더 든다"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 씨는 "다른 사람들과 면접 '스터디'(공부 모임)를 하려면 저녁에 시간이 맞아야 하는데 알바를 하느라 혼자 스터디를 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와 평균 관리비를 분석한 결과(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60만 원, 평균 관리비는 7만 9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평균 월세는 59만 9000원 대비 0.2%, 평균 관리비는 7만 1000원보다 11% 뛰었다.
특히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 중 가장 비싼 74만 원으로 분석됐다. 연세대 인근은 67만 원, 경희대 인근 64만 원, 성균관대 인근 62만 원으로 집계됐다.
외식비 부담도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치(2%)보다 0.8%포인트 높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