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묘가 없어졌어요" 엉뚱한 사람 묘 발굴·화장한 60대

입력 2024.09.17 07:00수정 2024.09.17 09:40
"할아버지 묘가 없어졌어요" 엉뚱한 사람 묘 발굴·화장한 60대
본문 내용과 무관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남의 집 조상 무덤을 무단으로 파헤치고 화장까지 한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5단독(정우혁 부장판사)은 분묘 발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1)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분묘를 임의로 발굴, 사체를 화장했다. 밭을 경작하기 위해 묘를 개장한 것인데, 알고 보니 엉뚱한 사람인 B씨의 고조부 묘였다.

추석에 성묘하려다 고조부의 분묘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B씨는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조상 분묘의 위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해 찾아갔다가 B씨의 고조부 묘를 자기 조상 묘로 착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장판사는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피고인은 자신이 발굴하려는 분묘가 누구의 것인지 어떤 사람에게 처분권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어 "발굴한 유골을 화장까지 해 조상 숭배와 분묘 수호, 봉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힌 점과 종교·관습적 양속에 따라 존중의 예를 충분히 갖춰 분묘를 발굴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부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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