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1980년대생인 젊은 재계 3·4세들이 최대 수백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폭풍 매수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영권 승계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직접 장내 매수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267250) 부회장(1982년생)은 지난 5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약 472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장내 매수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당시 6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상승해 7만 원대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5.26%에서 6.12%로 끌어올렸다.
HD현대그룹의 유력한 차기 총수는 정 부회장이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회장은 개인 2대 주주다. 정 이사장은 경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정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그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1989년생)도 한화갤러리아(452260)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해 말 김 부사장의 지분은 1.57%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상반기 기준 2.32%로 늘렸다. 지난달엔 한화갤러리아 3400만주(544억 원)를 주당 16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3400만주는 17.5%에 달하는 물량이다. 실제 공개매수엔 2816만주가 응모했다. 김 부사장은 ㈜한화(36.31%)에 이어 2대 주주(16.85%)로 올라섰다.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는 △김동관 부회장(조선·태양광·방산) △김동선 사장(금융) △김동원 부사장(유통·로봇)이 각 사업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반면 지분 확대 과제는 남아 있다. 그룹의 지주사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삼형제의 지분율은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1986년생)도 지난 6월 처음으로 롯데지주(004990) 주식 7541주를 장내 매수했다. 롯데지주 주가는 지난 2월 3만 3750원에서 2만 원대로 미끄러졌다. 신 전무는 주당 평균 2만 5862원에 첫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어 지난달 4255주를 주당 2만 4454원에 사들였다. 신 전무의 지분율은 0.01%(1만 1796주)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3·4세의 자사주 매입 행보는 주가 저점 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저가 매수로 지분율을 확대하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